● 정치 재개 기지개 켜는 문재인시간제 일자리 관련 비판 등잇따라 정치현안 입장 표명재기 행보 가속도 붙을 듯
야권단일후보로 정권 탈환의 선봉에 섰다가 3.6% 포인트 차로 패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개인적인 꿈을 접는다"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문 후보의 발언은 사실상 차기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문 후보는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직접 이끌어보겠다던 꿈은 끝났지만 다음에는 보다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 번째 민주 정부를 만들어 내는 일을 반드시 성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해 5년 뒤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선 패배 후 문 의원은 주로 트위터 정치를 했다. 그것도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문 의원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후 현실 정치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던 문 의원이 마침내 기지개를 켰다. 문 의원은 지난 28일 정부가 북한의 6자 회담에 대해 '비핵화 행동 없이 대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트위터를 통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이라고는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격탄은 새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문 의원은 "6자 회담 재개에 (정부가) 또 다시 조건을 달려고 하는 것"이라며 "관련국들이 6자 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는 터에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에 스스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의원은 또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다, 선진국은 시간제를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고 일갈했다.
이 같은 문 의원의 태도 변화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수순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대선 패배 후 첫 지도부를 선출하는 5ㆍ4 전당대회 전에, 대선후보 출신인 문 의원이 움직이면 괜한 오해를 부를 소지가 컸을 거라는 얘기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5개월을 보냈다. '야권단일후보=필승'이라는 낙관론에 사로잡혀 있던 민주당은 대선에서 '내용상' 대패한 뒤 ▲한동안 정신적 공황 ▲지도부 사퇴 ▲주류와 비주류간 치열한 책임론 공방 ▲전당대회 룰 놓고 샅바싸움 ▲주류와 비주류간 다시 신경전 ▲전당대회 개최 등의 순서를 밟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친노의 상징이라 할 문 의원은 대부분 침묵을 지키거나 현실을 외면할 때가 많았다. 친노 주류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던 만큼 문 의원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위원장 한상진)는 4월9일 18대 대선 패배의 원인이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이해찬 한명숙 전 대표, 문성근 전 대표대행,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친노 주류 지도부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평가위원회는 문 후보에 대해서는 정치 역량과 결단력 부족을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전대도 끝났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행사도 끝났다. 지난해 대선 정국 때 라이벌이었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발걸음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당내 비주류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은 당대표에 등극했다.
친노의 간판인 문 의원에게도 자연스럽게 재기의 공간이 열린 셈이다. 한 친노 의원실 관계자는 "이제는 문 의원이 움직일 때도 된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할 것"이라며 문 의원의 행보를 반겼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때 배지를 떼지 않았던 걸 생각해보면 문재인 의원의 재기 행보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며 "지난해 총선과 대선 패배로 입지가 많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친노가 소멸된 것은 아니다. 문 의원은 친노의 간판으로 여전히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