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재개 기지개 켜는 문재인시간제 일자리 관련 비판 등잇따라 정치현안 입장 표명재기 행보 가속도 붙을 듯

문재인(오른쪽)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인 지난달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8대 대선 이틀 뒤였던 지난해 12월20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이 열렸다.

야권단일후보로 정권 탈환의 선봉에 섰다가 3.6% 포인트 차로 패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개인적인 꿈을 접는다"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문 후보의 발언은 사실상 차기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문 후보는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직접 이끌어보겠다던 꿈은 끝났지만 다음에는 보다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 번째 민주 정부를 만들어 내는 일을 반드시 성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해 5년 뒤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선 패배 후 문 의원은 주로 트위터 정치를 했다. 그것도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문 의원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후 현실 정치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던 문 의원이 마침내 기지개를 켰다. 문 의원은 지난 28일 정부가 북한의 6자 회담에 대해 '비핵화 행동 없이 대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트위터를 통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이라고는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격탄은 새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문 의원은 "6자 회담 재개에 (정부가) 또 다시 조건을 달려고 하는 것"이라며 "관련국들이 6자 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는 터에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에 스스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의원은 또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다, 선진국은 시간제를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고 일갈했다.

이 같은 문 의원의 태도 변화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수순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대선 패배 후 첫 지도부를 선출하는 5ㆍ4 전당대회 전에, 대선후보 출신인 문 의원이 움직이면 괜한 오해를 부를 소지가 컸을 거라는 얘기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5개월을 보냈다. '야권단일후보=필승'이라는 낙관론에 사로잡혀 있던 민주당은 대선에서 '내용상' 대패한 뒤 ▲한동안 정신적 공황 ▲지도부 사퇴 ▲주류와 비주류간 치열한 책임론 공방 ▲전당대회 룰 놓고 샅바싸움 ▲주류와 비주류간 다시 신경전 ▲전당대회 개최 등의 순서를 밟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친노의 상징이라 할 문 의원은 대부분 침묵을 지키거나 현실을 외면할 때가 많았다. 친노 주류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던 만큼 문 의원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위원장 한상진)는 4월9일 18대 대선 패배의 원인이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이해찬 한명숙 전 대표, 문성근 전 대표대행,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친노 주류 지도부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평가위원회는 문 후보에 대해서는 정치 역량과 결단력 부족을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전대도 끝났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행사도 끝났다. 지난해 대선 정국 때 라이벌이었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발걸음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당내 비주류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은 당대표에 등극했다.

친노의 간판인 문 의원에게도 자연스럽게 재기의 공간이 열린 셈이다. 한 친노 의원실 관계자는 "이제는 문 의원이 움직일 때도 된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할 것"이라며 문 의원의 행보를 반겼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때 배지를 떼지 않았던 걸 생각해보면 문재인 의원의 재기 행보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며 "지난해 총선과 대선 패배로 입지가 많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친노가 소멸된 것은 아니다. 문 의원은 친노의 간판으로 여전히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