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내일' 설립 불구安 창당 관련 모호한 태도 여전주변 조연·단역 희망자 없어유력인사 합류도 회의적최장집과는 노선 갈등 소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배정 이후 첫 외부활동으로 지난달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건의료산업 제2차 노사공동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다시 안철수다.

대선이 치러졌던 지난해 최고의 이슈 메이커였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올해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런 분위기가 지난해처럼'안철수 열풍'으로 확산될지, 그냥 그러다 말지는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

대선 후 머리를 식히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안 의원은 4월 재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신당 창당 수순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때 '안철수의 멘토'로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28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신당 가능성과 관련, "신당 창당이야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새 정치를 하려면 새 세력을 모아서 (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지난 29일 YTN 라디오에 나와 10월 재ㆍ보궐선거 이전 안 의원의 세력화 가능성과 관련해 "이미 세력화는 시작됐다"며 "안 의원이 당 형태로 공천을 할지 등은 잘 모르겠지만, 10월 재보선은 세 개의 다른 정치세력이 충돌하는 선거 현장이 될 것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안철수(왼쪽)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카페에서 싱크탱크 성격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을 공식화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가운데) 교수, 소장을 맡은 장하성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반면 안철수 신당이 생각처럼 잘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현실적으로 정당의 골격을 갖추기까지는 부족한 요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안 의원 측에 정통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이 언젠가는 뜨겠지만 반드시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 대선 때처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마음만 앞섰다가는 되레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호한 태도

안 의원은 지난 22일 서울 서교동 창비카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소 설립 계획을 밝혔다. 안 의원은 이름을 '정책네트워크 내일'로 정하고 이사장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소장에는 장하성 전 안철수 대선캠프 국민정책본부장을 각각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안 의원은 "'내일'은 모든 국민에게 열린 개방형 구성"이라며 "국민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여러 분야의 자생적인 시민참여포럼과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연구과제는 국민들의 삶의 문제"라며 "각 분야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고 그 문제의식을 현장에서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신당 창당 로드맵이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대선 때와 비교하면 많이 양호해졌다고는 하지만 안 의원의 태도는 요즘도 모호할 때가 많다.

실제 안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보건의료산업 2013 제2차 노사전문가 공동 포럼'에 참석한 후 '10월 창당설'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는 창당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의원도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다 보면 타격을 입는 일은 발생하게 마련"이라며 "세력이 있는 상황이라면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문국현 전 의원처럼 혼자라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래서 당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다고 막연하게 10월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동안 새 정치에 대한 로드맵과 비전이 확실하게 나와야 한다"며 "새 정치는 단순히 낡은 정치를 안 하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궂은일은 누가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에 참석해 "안철수 의원이 정당의 필요성을 점차적으로 느끼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안 의원의 '전 멘토'다.

김 전 수석은 이어 "정당이라는 게 쉽게 만들어 지지 않는다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뿌리 내린 정당도 흔들흔들 하는데 새로운 정당이 그렇게 쉽게 급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굳이 김 전 수석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창당 그리고 성공적인 안착은 녹록하지 않은 일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지방자치연구소 등을 설립해 치밀하게 준비한 뒤 인재를 영입하고 외연을 확대해 나갔다.

당시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재단 연구소 이사장을 맡으며 직접 발로 뛰었다. 또 이들 재단이 인재를 영입하고 발탁하는 과정에서 '악역'을 맡는 사람도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이 새로운 피를 수혈할 때 권노갑 김옥두 전 의원이 내부적으로 악역을 맡는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젊은 친구들이 나가야 하니까 당신이 좀 양보하라'는 식이었다. 권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목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런 관점에서 안 의원 주변 사람들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안 의원 주변의 법조계, 교수, 관료 출신들은 정치는 하고 싶지만 '성향상' 잘 안 될 것 같으면 쉽게 접을 수도 있을 거라는 얘기다. 또 주연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조연, 단역을 희망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당 창당이라는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안 의원 주변에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과연 그들 중 누가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악역을 맡아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손학규 김부겸은 일단 No

안 의원과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외형적으로' 많이 비슷하다. 지난해 대선 도전 과정에서 친노(친 노무현)계에게 패하면서 동병상련의 처지가 됐고, 이후 두 사람은 비공개 회동까지 가졌을 만큼 거리를 좁혔다. 대선 후 해외로 나갔다는 점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내일'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영입된 것도 이래저래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잘 알려진 대로 최 교수는 손 고문 후원회장 출신이다.

이쯤 되니 여의도를 중심으로 안철수-손학규 연대론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독일로 떠난 손 고문은 오는 7월 이후 돌아와서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측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은 아니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 고문의 당내 기반이 강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손 고문이 민주당을 나가서 다른 그림을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 탈당 경력이 태풍으로 변해 손 고문을 덮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손 고문은 지난 27일 자신을 방문한 우원식 이춘석 최원식 의원 등과 만나 "정당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안 의원이) 국회에서 검증도 받아야 하고 갈 길이 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고문은 이어 안 의원과의 연대론에 대해서도 경계했다는 후문이다.

안 의원과 연대론이 나왔던 김부겸 전 민주당 3선 의원 역시 일단은 거리가 멀어졌다. 김 전 의원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초청을 받아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6개월간 미국에 체류한다.

김 전 의원은 "한반도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등 격동기를 맞은 상황에서 SAIS의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손 고문이나 김 전 의원은 안 의원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는 움직일 인물이 아니다"라며 "특히 손 고문은 그냥은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손 고문이나 김 전 의원이 안 의원과 손을 잡을 명분이 약하다"면서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3년 후 총선, 4년 뒤 대선 등 여러 정치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원한 동지 될 수 있을까

안 의원의 정책연구소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안철수 신당'의 성격을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규정하며 "신당을 통해 (진보적 가치가) 실제로 존재하는 의미를 갖는 정당을 건설해 보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 이사장의 발언은 중도를 표방하는 안 의원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이어서 양측이 '영원한 동지'로 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안 의원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도 한때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였다. 하지만 정작 지난해 대선 때 윤 전 장관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양측이 소원해진 데는 사소한 오해가 발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이사장은 지난 25일 한 초청 강연에서 "내가 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문제다. 안 의원의 정치조직화든 활동이든 노동문제가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정치권과 사회가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근로 여건이 악화되는 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심각한 지경에 이른 지 오래다. 이 문제가 중요한 정치 의제가 돼야 한다는 것은 최 교수의 소신이며 나도 같은 생각"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씨까지 다 잡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안 의원과 최 이사장이 향후 '안철수 신당'의 나아갈 바를 두고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에 대해서는 주변의 전망이 엇갈린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 이사장은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중시해왔다. 중도ㆍ무당파로 새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 의원과는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안 의원이 최 이사장의 이념이나 성향을 모른 채 그냥 모시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어떤 사람, 어떤 조직으로 갈지는 전적으로 안 의원에게 달려 있다"며 순항을 전망했다.

安, 인재 영입 작전 '친노 넘어 새누리까지'

"대상 특정 정파에 국한 안시켜"
새누리 중진 의원과 회동설도

최경호기자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 관계자는 얼마 전 사석에서 "영입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못하다. 5번, 10번을 찾아가 만나야 한다"며 '십고초려(十顧草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같은 분은 어떠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훌륭한 분이다. 이를테면 그런 분들을 추천해달라"고 답한 뒤 단순한 영입이 아니라 수평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을 전제로 영입 대상 인재를 특정 정파에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은 친노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그런 틀만 벗으면 괜찮은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가 예로 든 친노 측 인재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A의원이다. A의원은 짙은 친노 색채를 띤 것은 아니고 대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범주류로 편입됐다.

이 관계자는 새누리당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은 다 친박처럼 보이지만 대통령의 실정이 이어지고 당청 관계가 삐걱거린다면 그쪽(새누리당)도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재보선 직전 안 의원 측과 새누리당 중진 B의원 간의 비밀 회동설이 확산되고 있어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동설의 요지는 안 의원 측의 모 인사가 노둣돌이 돼 양측이 만났고, 새 정치를 매개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에서는 이 같은 설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선거 직전, 매우 민감한 시점에 굳이 그런 만남을 가질 필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명분도 없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양측의 회동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향후 양측이 만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B의원은 친박과는 거리가 있는 이른바 비주류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