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 입점업체 한얼 법정다툼 왜?갑을관계 개선하겠다더니 공란 계약서·매출 누락 강요상품권 강매까지 '횡포' 롯데측 "현장조사 문제없다"

롯데마트와 입점업체 한얼이 법적 분쟁을 예고,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은 한얼이 롯데마트 노은점 내에 설치한 현수막. 주간한국 자료사진
갑을관계 정상화에 대한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롯데마트와 입점업체 간의 법적분쟁이 물의를 빚고 있다. 롯데마트 동대전점, 노은점에 입점했던 인테리어 공사업체 '한얼'이 공란 계약서 작성, 매출 누락 강요, 상품권 강매 등 롯데마트가 저지른 다양한 횡포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나온 것이다. 가뜩이나 최근 롯데백화점 자살 사건 때문에 세간의 시선이 롯데그룹에 쏠려있는 터라 이번 사건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부당계약에 이어진 롯데마트 횡포

롯데마트와 한얼 간의 분쟁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4월, GS마트가 롯데마트로 매각됐지만 당시 롯데마트 동대전점(이하 동대전점)에 자리 잡고 있던 한얼은 계약승계를 포함해 이후 계획에 대해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

이에 한얼 측은 동대전점 관계자에 매장 리뉴얼 요청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대답을 받지 못하다가 2011년 6월 강제 철거당했다. 이명우 한얼 대표는 "매장공사비용으로 입은 손해만 해도 상당했지만 2010년 10월부터 노은점이 영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항의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롯데마트 노은점(이하 노은점) 또한 한얼과 평행선을 달렸다. 이는 최근 갑을관계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되는 불공정한 계약서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에 따르면 노은점은 공란계약서를 작성해 한얼의 직인을 찍었지만, 매출 발생일(2010년 10월 30일)로부터 9개월이 지난 2011년 8월 20일까지도 해당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다. 애초에 공란계약서만 확인했던 한얼로서는 계약기간이나 계약조건 등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직원들로부터 받은 도난사실 확인서. 주간한국 자료사진
계약서를 확인할 수 없었던 한얼은 입점 수수료와 관련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한참 동안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당연히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었다. 한얼 측에 따르면 노은점과 한얼이 2010년 당시 수수료율은 10%였지만 나중에 받은 계약서를 확인해 보니 자신도 모르게 0.5%p 추가된 10.5%로 변경돼있었다. 그러나 이를 사전에 인지할 수 없었던 한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수수료율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또한, 한얼은 매장 내에 마땅히 비치돼있어야 하는 계산대ㆍ포스기도 없어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롯데마트에서 노은점이 월매출 50억원 이하의 혁신점포로 분류되며 직원들이 반으로 줄었고 계산대ㆍ포스기 또한 줄여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한얼의 계산대ㆍ포스기도 강제로 회수, 5층에 위치한 매장에서 1층까지 내려가서 계산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그 밖에도 노은점 측은 ▲이미 진행한 공사에 대해 잔금을 지불하지 않는 소비자와의 법적 다툼이 벌어졌을 때 한얼을 압박해 결국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게 하고 ▲빈 점포가 발생할 경우 정원용품, 원목가구, 돌침대 등을 무조건적으로 진열하도록 강요했으며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매출에 대해 상품권을 강매하는 등 다방면으로 횡포를 일삼았다.

임직원들까지 호가호위

이명우 대표에 따르면 한얼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롯데마트 자체가 아닌 노은점을 맡고 있는 J점장를 비롯해 한얼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직원들의 횡포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이해할 수 없는 매출통제였다.

J점장 및 직원들과 벌인 입점협의 과정에서 한얼은 시공 및 매장판매를 합해 연간 10억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노은점 직원들은 처음부터 매출이 너무 많이 발생할 경우 자신들이 앞으로 어려워진다며 시공 매출을 30%만 찍으라는 이해 안 되는 요구를 했다. 한얼의 담당 점포 직원들과 본사 담당 MD(상품기획자)의 경우 이익 신장률로 인사고과, 상여금 등급이 매겨지는데 이를 위해 최초 매출을 통제했다가 이후 점차 풀어주는 방식으로 이익 신장률을 높여가겠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18개월 동안 한얼의 담당 MD만 7명이었고 전체 담당 직원들은 20~30명에 가까운데 이들 대부분이 매출 통제 압박을 가해 우리는 물론 롯데마트 본사에까지 해를 끼쳤다"며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한얼을 담당했다가 얼마 전 퇴직한 노은점 직원도 해당 내용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대표가 증거로 제시한 공증 진술서에는 "한 해 매출이 10억 이상이 돼 전체 매출을 다 찍자니 외형만 커져 전체 이익률이 떨어진다"며 "시공매출의 경우 전체 금액에서 30%만 찍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한 J점장은 지인으로 하여금 한얼 점포 내부에 '반쪽이공방' 등을 오픈하게 하고 해당 사업이 실패하자 그 책임을 한얼 측에 돌렸다. 이 대표는 "J점장은 지인이 운영하는 '반쪽이공방'을 비롯해 털실업체, 리본업체 등을 노은점에 입점시키려 했으나 본사에서 결재가 나지 않는다며 한얼의 사업자로 함께 운영하도록 강요했다"며 "결국 해당 사업들이 망하자 미지급된 인건비 150여 만원과 폐기물비용 60여 만원도 우리가 부담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내용 또한 퇴직 직원의 진술서에 담겨있었다.

노은점 내부 직원들이 한얼의 물건들을 반복적으로 훔쳐가는 도난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외장하드, 도자기 컵에서부터 의자, 소파에 이르기까지 도난되는 물품의 크기도 다양했다. 이에 한얼 측은 매장 내에 8개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원천봉쇄에 나섰지만 도난사건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일부 직원들을 잡아 도난사실확인서까지 받은 한얼이 대비책을 요구했으나 노은점 측은 관련 직원의 명단 확보에만 집중할 뿐 어떠한 사과조차 없었다.

일부 직원의 경우 자신의 집 공사를 시중가보다 싼 가격으로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당시 노은점의 시설관리 책임자로 있었던 G씨는 입점 전이었던 한얼 측을 압박, 원가로 자기 아파트의 공사를 진행하게 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G씨는 원가로 시공받았음에도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부가세 100만원은 결국 입금하지 않았다. 현재 한얼은 미수금된 부가세의 청구 내용증명을 G씨에게 발송한 상태다.

갑을관계 청산 멀어지나

현재 노은점은 한얼과의 재계약을 하지 않고 4월 1일부터는 아예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모든 지원을 차단했다. 또한 롯데마트 본사 차원에서도 한얼을 상대로 명예훼손, 영업방해, 건물명도 관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얼에서 롯데마트 사이트의 동반성장위원회 코너에 글을 올리고 본사에 감사를 청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대응책을 펼친 셈이다.

이에 한얼 측도 10일 자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지금까지 겪은 심적, 물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양측 모두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본격적인 법정 다툼이 예고된 셈이다. 여기에 한얼 측으로부터 관련 자료 전체를 받아갔다는 민주당과 참여연대마저 합세할 경우, 그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경영능력 부족으로 사업에 실패한 한얼 측이 우리가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계속 요구하며 생떼를 쓰고 있다"며 "한얼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롯데마트) 감사팀이 약 한 달간 현장조사를 했으나 어떠한 문제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롯데마트 측은 "우리도 처음에는 일일이 대응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포기한 상태"라며 "(한얼 측의)일방적인 주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법적 판단을 요청한 상태이니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얼과의 법정 싸움을 통해 유통공룡인 롯데그룹의 이미지마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갑의 횡포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시민ㆍ사회단체까지 힘을 합세해 규탄에 나선 상황이라 작은 불씨가 큰 불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 지난 4월 이후 갑을 명칭을 삭제하는 등 본격적인 대처에 나선 상태라 더욱 미묘하다.

롯데마트 또한 노병용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을'의 입장에 서서 자성할 것을 강조하는 등 갑을 문화 개선에 나선 상태다. 노 사장은 지난 4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협력사와의 관계는 지시와 강요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함께 성장해 가는 동반자적 관계"라며 "협력사와의 바른 경영을 위해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진심으로 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을'인 입점업체 한얼과의 이번 사건을 롯데마트가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