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 자동차 부품업체 수백억대 투자 논란정교선 현대百그룹 부회장 장인회사 대원강업 적대적 M&A 몰리자주식 253억원 매입 나서 자회사 잠재적 손실 평가 "사적 이유로 주주가치 훼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이 난색을 짓고 있다. 거액의 회삿돈을 사업 연관성이 없는 회사에 투자했다 유ㆍ무형의 손실을 본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을 더욱 난감하게 하는 사실은 문제의 회사가 정 부회장의 장인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재계에선 정 부회장이 장인을 챙기다 회사와 주주를 뒷전에 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품사에 수백억대 투자

대원강업은 차량용 스프링 제품과 차량용 시트를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다. 지난해 연매출은 1조원으로 이중 절반 이상을 현대차와 기아차 납품을 통해 올렸다. 수요처가 탄탄한 만큼 노른자 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런 대원강업 주가에 이상기후가 감지된 건 지난해 6월에서 11월 사이. 고려용접봉이 수차례에 걸쳐 대원강업 주식 40만여주(0.65%)를 매입해 보유주식을 679만여주(10.95%)로 늘리면서다. 여기에 홍민철 고려용접봉 대표도 대원강업 주식 59만2,000여주(0.96%)를 매입해 지분율을 14.45%로 늘렸다.

이에 따라 고려용접봉과 홍 대표의 대원강업 보유지분은 지난해 말 23.8%에서 25.4%로 확대됐다. 이 같은 지분율은 허재철 대원강업 회장 측 지분율과 약 10%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적대적 M&A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상황은 좋지 않았다. 대원강업은 자사주 물량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물량 25% 정도를 놓고 고려용접봉 측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원강업의 보유 현금 규모는 13억원에 불과해 추가 매수 여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장인 밀어주기 무리수?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현대홈쇼핑 계열사인 현대쇼핑과 금강에이앤디를 동원해 지난 10월부터 올해 2월에 걸쳐 대원강업 주식을 매수해 지분율을 7.67%에서 14.61%로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먼저 현대쇼핑은 지난해 10월9일부터 올해 1월30일까지 모두 98만8,114주를 매입했다. 여기에 모두 79억8,991만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금강에이엔디도 지난해 10월30일부터 올해 2월6일까지 331만4,918주(5.35%)를 253억7,493만원에 사들였다.

접점을 찾아 볼 수 없는 기업에 현대홈쇼핑이 투자를 한 건 이 허재철 대원강업 회장의 맏사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적대적 M&A의 위기감을 느낀 허 회장이 자신의 사위에게 도움을 요청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증권가에선 정설로 통했다.

당시 이런 지적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대원강업 지분 투자는 지난 3년간 수익률이 328%에 이르는 성공적인 투자 사례로 여유자금 운용을 위함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주가 과열된 상황서 투자, 왜?

현대쇼핑과 금강에이앤디가 주식을 매입할 당시인 10월에서 11월 사이 대원강업의 주가는 7,000~8,000원대였다. 불과 4달 전인 지난해 7월만 해도 5,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갑작스레 급등한 것이다. 적대적 M&A에 대한 기대감이 대원강업 주가를 '뻥튀기'했다는 평가다.

특히 당시 대원강업은 지난해 순이익이 4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주가의 수익성 지표)을 산출하면 12배 정도다. 자동차 부품주 주가수익비율이 보통 6~7배 정도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사실상 투자 가치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투자로 현대쇼핑은 적잖은 손해를 봤다. 지난 5일 현재 대원강업의 주가는 7,7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를 감안해 계산해 보면 현대쇼핑이 보유한 대원강업의 주식가치는 76억8,752원. 약 3억원 정도의 손실을 본 셈이다.

금강에이앤디의 경우 주식가치가 올랐다. 현대쇼핑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금강에이앤디가 보유한 대원강업의 주식가치는 257억9,006만원이다. 3억원 이상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액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금강에이앤디가 투자한 금액에 시중금리인 3%정도를 적용하면 7억6,000여만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400억원대인 자기 자본의 절반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시중금리에 못 미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시장평균투자수익율을 감안하면 잠재적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정 부회장이 '장인어른'을 챙기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적인 이유로 사업 연관성이 없는 기업에 투자했다 회사에 손실을 끼친 건 명백한 배임 행위"라며 "주주 가치를 훼손한 투자"라고 지적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