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잘나가던 IT 기업들, 지금은?150곳 중 54곳 부도·퇴출 11곳 업종변경·7곳 합병 횡령·무리한 확장 등 원인더존디지털웨어·안랩 등 독자적 영역 개발 매출 증가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내 안철수연구소 신사옥. 연합뉴스
74곳 살아남아 생존률 절반

닷컴 열풍이 불던 2001년 국내 정보통신(IT)시장을 주도하던 150대 기업 가운데 지난 10년 동안 절반 가량이 부도ㆍ퇴출 되거나 업종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기간 영업이익증가 기업은 43개사, 매출이 늘어난 곳은 53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IT시장조사 전문기관인 KRG가 2001년 매출 상위 150개 IT업체의 2011년 실적을 살펴본 결과, 54개사(36%)는 부도ㆍ퇴출, 11곳(7.3%)은 업종변경, 7곳(4.7%)은 피인수 합병되는 등 사라졌다. 74개(48%) 기업만이 사업을 그대로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IT기업은 국내 소프트웨어(SW), IT서비스, 하드웨어, 인터넷 기업 등으로 통신서비스, 반도체 기업은 제외됐다.

살아남은 74곳 가운데 지난 10년 동안 이익이 늘어난 기업은 30곳, 흑자전환에 성공한 곳은 13곳으로 43개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졌다. 반면 12곳은 이익이 줄고, 16곳은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도 74곳 중 21개사가 줄었고, 19곳은 매출 증가율이 100%를 밑돌았다.

대기업 계열사 강세 눈길

개별 기업별로는 대기업 계열사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상위권에서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 이른바 빅3가 부동의 순위를 지키며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SDS는 지난 10년간 매출이 1조3,206억원에서 3조9,525억원으로 3배 가량 성장했고, LG CNS와 SK C&C도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147%, 114% 증가했다. 반면 4위를 기록했던 현대정보기술은 적자를 지속하다 롯데그룹에 인수됐고, 매출 22위였던 아이엠아이티는 사업을 확대하다가 자금난에 봉착해 2005년 상장 폐지됐다. 매출 578억원으로 24위였던 한화계열의 한화S&C는 2011년 5,75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해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25위에서 50위권 기업들도 그룹 계열 IT 자회사의 실적이 좋았다. 동부그룹 계열의 동부CNI가 2007년 동부DIS와 합병해 매출을 558억원에서 2,087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렸고, 코오롱계열의 코오롱베니트도 3배 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2001년 31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다우기술이 IT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해 2011년 338억원 흑자로 돌아서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지만, 상당수 전문 IT업체들은 부진한 실적에 상장 폐지되거나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한때 엔씨소프트와 코스닥 황제주 자리를 경쟁하던 모디아가 대주주의 주가조작 혐의로 퇴출됐고, 로커스도 주력 사업을 변경하는 등 변신을 시도하다가 퇴출됐다.

모럴해저드가 실패요인

이처럼 시장에서 사라진 IT기업들은 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횡령ㆍ머니게임 등 모럴 헤저드,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자금난 등이 실패요인으로 꼽혔다. 중소 전문 IT기업 중에는 적정 대가를 받지 못해 인력확충과 R&D투자에 실패하면서 문을 닫게 된 경우도 있다.

반면 지난 10년 동안 매출이 증가한 53개사 중에는 그룹계열사가 3분의 1인 18개사로 가장 많았다. 독자적인 영역에서 한 우물을 판 업체들도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세무회계 분야의 더존디지털웨어, 유비케어(U헬스), 안랩(정보보안), 웹케시(전자금융), 액토즈소프트(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이영봉 KRG IT리서치 팀장은 "지속적 성장을 달성한 기업들은 경영진의 경영철학이 확고하고 리더십이 탁월했다"며 "고객기반을 안정적으로 늘려나가고 꾸준한 R&D 투자를 한 업체들도 좋은 성과로 연결됐다"고 평가했다.

1세대 중견 게임사들, 모바일 시장서 활로 찾는다


이지성기자


'게임 1세대'로 불리는 중견 게임업체들의 가세로 하반기 모바일 게임시장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은 게임빌ㆍ컴투스 등 모바일 게임 전문업체와 신생 벤처업체가 경쟁하던 구도였지만 올 상반기 넷마블ㆍ한게임∙ 위메이드가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대대적인 격돌을 벌였다. 이 때문에 중견 게임업체들이 가세하는 하반기에는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2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엠게임은 올 하반기 6종 이상의 모바일 게임 신작을 내놓고 모바일 게임시장에 출사표를 내밀 예정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프린세스메이커 모바일(가칭)'로, 기존 온라인용으로 출시한 게임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새롭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다양한 아이템을 도입해 벌써부터 게임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엠게임은 이어 온라인 게임 '귀혼'을 소재로 한 퍼즐게임과 '열혈강호2'의 소셜네트워크게임(SNG)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잇따라 신작 모바일 게임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흑자전환도 노리고 있다.

웹젠도 다음달부터 자회사 웹젠모바일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시장에 진출한다. 웹젠은 지난 3월 웹젠모바일을 설립하고 모바일 게임 진출을 준비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뮤 더 제네시스'를 출시하고 인기 드라마 '마의'를 소재로 한 신작 모바일 게임을 선보인다.

웹젠은 모바일 게임 출시에 맞춰 해외시장도 공략한다. 최근 게임 포털 '지포테이토'를 운영해온 북미와 유럽 지역 자회사의 사명을 각각 웹젠웨스트와 웹젠더블린으로 변경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갈라넷과 갈라네트웍스로 운영되던 브랜드를 웹젠으로 통합해 국내와 해외에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한빛소프트도 연말까지 최소 4종 이상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한다. 우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액션게임을 출시하고 총싸움게임과 역할수행게임 등도 잇따라 선보인다. 한빛소프트는 지난 2000년대 초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등을 국내에 유통하며 게임시장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최근 들어 신작 게임의 출시 연기와 기존 게임의 매출 감소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와이디온라인은 오는 27일 자체 개발한 신작 모바일 게임 '이것이 전쟁이다'를 출시하고 연내 20여종의 신작을 내놓을 계획이다. 와이디온라인은 지난해 '라쿤슬라이스', '캐릭터팡' 등을 카카오톡에 공급하며 모바일 게임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경쟁사들의 공세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은 초기 마케팅이 중요하기 때문에 후발주자로서는 출혈 경쟁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하반기 해외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출시 시기를 둘러싼 각 업체 간의 신경전도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