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파-정통민주당파로 창당땐 계열 분리될 우려'중도진보' 성향 비슷… 김한길 대표 불신론 팽배

안철수(오른쪽)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나란히 앉아 축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 임박설이 파다한 가운데 민주당이 기로에 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경우에 따라 안 의원의 신당창당이 민주당 몰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섬뜩한(?)' 추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신당창단 전에 민주당이 과거 정체성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권 내부에서는 안 의원이 신당창당과 관련 여러 관측과 분석이 분분하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전반적으로 안 의원의 신당창당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과 손잡았던 안 의원은 야권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이 새로운 성향의 신당을 창당할 경우 안 의원은 사실상 야권과 잡았던 손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야권은 안 의원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잃게 된다. 야권 인사들이 잇따라 안 의원의 신당창당을 반대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안 의원 주변에서도 창당과 관련된 우려섞인 시선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 안 의원의 정치적 기반은 보수가 아닌 진보였다. 대선당시 진영을 구축하고 있는 인사들도 진보에 가까웠고 대선 이후에도 진보진영 인사들과 연대가능성을 타진해 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에 안 의원 측근들은 안 의원이 창당과 함께 정치적 기반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창당은 두 가지의 시나리오 중 하나로 귀결될 전망이다. 하나는 창당 이후 민주당을 비롯해 진보진영 주요 핵심인사를 상당부분 흡수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진보진영의 집단 외면으로 군소정당 몰락의 법칙을 반복하는 것이다.

신당 386에 무거운 책임 지울 수도

NLL대화록 공개 파문을 계기로 민주당이 여권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은 "민주당 내 386에 다시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고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386은 대선 이후 대선패배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형국이었지만 최근 NLL대화록 공개 파문이 불거지면서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 386이 당의 주도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게 야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단 민주당 안팎에서는 386에 대해 대선기간 중 당의 분열을 부추긴 세력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한길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지금, 당의 내분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이기 때문에 다시 386에 주도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내부여론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내분으로 심한 홍역을 치른 민주당의 입장에서 볼 때 안 의원의 신당창당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신당창당 시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 내부 인사가 점차 늘고 있어 자칫 집단 탈당현상까지 걱정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의 안정을 바라기는 386도 마찬가지다.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가 신당창당 관련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신당창당으로 인해 민주당이 분열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386이 지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민주당이 세를 잃게 되면 386은 집 잃은 외기러기 신세가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안 지사는 안철수 의원에게 "신당 창당보다는 민주당 힘을 합쳐 공정한 게임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지사는 지난 6월 20일 도청 대회의실서 열린 민선 5기 3주년 결산 기자회견서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대해 "대통령 선거를 치렀던 같은 편끼리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민주당 입당을 요구했다.

안 지사는 "1948년 제헌 의회이래로 대한민국 정당 이름만 A4용지 다 프린터 출력해 놓은 것을 보니까 8장이나 된다"고 신당 창당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정당이 좀 더 뿌리를 내려서 100년, 200년, 300년 국가운영에 중요한 기관으로써 자기 역할을 해봤으면 좋겠다. 안 그렇고 매번 신당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면 정당과 민주주의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안 지사는 "지난 대선까지 후보단일화를 하고 같이 선거운동을 했으면 같은 편이라고 봐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러면 같이 하자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 힘을 모으는 것이 국민들이 볼 때 에도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안 의원에 제안했다.

야권 선택과 집중의 법칙

그러나 신당창당과 관련, 김한길 대표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김 대표는 대선 당시 안 의원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던 인물이고 안 의원 측과 코드가 맞는 인물로 알려졌다. 신당창당 논의가 한창인 이때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김한길 대표가 안 의원의 신당창당에 흔들리는 민주당을 지켜낼 것이라는 보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김한길 대표가 안 의원과 민주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균형감각을 상실할 경우 당이 우왕좌왕하다 분열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대선 기간 동안 정체성에 대한 지적을 계속 받았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그 만의 색체를 조심스럽게 제시해 왔기 때문에 흑백정의성향이 짙은 정치권에서는 '회색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민주당의 행보가 안 의원과 유사하다는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김한길 체제로 꾸려지면서 '과거 색깔을 버리고 새로운 민주당으로 탈바꿈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 "안 의원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색체를 흐리는 것은 자칫 안 의원 신당으로 흡수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기존의 민주당 지지세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불안감들은 김한길 대표가 안 의원과 비슷한 중도적 진보 성향을 띄고 있는 점에서 비롯된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 모두 분명한 색깔이 없어 정치적으로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부분 때문에 민주당이 신당창당 직후 안철수파-정통민주당파로 '완전 계열분리'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달 전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월 1일 안 의원과 만나 신당창당과 관련해 "당을 만들어서 민주당 뿌리째 가져가면 공멸하는 것"이라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위원장은 다음날인 2일 당산동 한 식당에서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우리는 당신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군이다. 외연 확대"라며 "(대선 때) 문재인을 지지하는 순간 공동운명체가 됐다. 그게 숙명이다. 그것을 벗어나면 상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NLL 대화록 공개 파문 이후 정국이 신당창당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향후 민주당의 신당창당 대응시나리오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 의원 측은 꾸준히 창당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반해 민주당은 공세에 올인한 분위기다. 때문에 향후 안 의원이 어부지리를 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