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전방위 장악에 설 자리 잃은 독립기업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이 순환출자·일감몰아주기로 산업 생태계 장악독립 기업이 생성·성장할 수 있는 입지 거의 없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NHN 본사 사옥. 주간한국 자료사진
독립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재벌기업들이 순환출자와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전 업종 생태계를 장악한 결과다.

실제로 최근 20년 이내 설립된 기업 중 500대 기업으로 도약한 독립회사는 단 13개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100위권 내에 진입한 기업은 NHN 단 한곳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33개 재벌그룹은 72개사를 무더기로 500대 기업에 진입시켰다. 산업지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500대 반열 119개중 독립기업 13곳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최근 20년간 국내 500대기업(매출액 기준) 진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993년 이후 설립되거나 대기업에 인수돼 500대 기업으로 급성장한 기업이 모두 11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기업 그룹 계열과 외자투자기업, 공기업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독립적으로 창업해 500대 기업에 입성한 회사는 13곳이 전부였다. 이는 전체의 10.9% 규모다. 성동조선해양, 뉴옵틱스, 모뉴엘, 하이호금속, 파트론, 유라코퍼레이션, 지오영,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 NHN, 디아이디, 네오위즈게임즈, 엔씨소프트, 넥슨코리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독립기업 대부분 '순위밖'

이들 기업 대부분은 500대 기업 순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4개 회사가 400위 이하, 5개는 300위대에 밀려 있다. 100위대 기업은 NHN 단 한 곳뿐이다. 200위대는 유라코퍼레이션(266위)과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229위), 그리고 현재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을 맺고 있는 성동조선해양(238위) 등 3개사다.

설립된 지 10년 이내 기업으론 총 30개 기업이 500대 기업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독립기업은 뉴옵틱스, 모뉴엘, 하이호금속,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 등 4개사에 불과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문어발처럼 진출한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이 산업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어 독립 기업이 생성‧성장할 수 있는 입지가 거의 없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재벌그룹은 전방위서 성장

그렇다면 20년 이내 설립 혹은 인수, 분할된 신생기업을 500대 기업으로 가장 많이 진입시킨 재벌그룹은 어딜까. 현대자동차그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현대다이모스, 현대엠코, 현대오토에버,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파워텍 등 무려 8개 기업들을 단숨에 500대 기업 반열에 올렸다.

이어 SK그룹과 LG그룹이 각각 6개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SK그룹은 SK루브리컨츠, SK브로드밴드, SK유화, SK이앤에스, SK종합화학, SK플래닛 등을, LG그룹은 LG생활건강, LG엔시스,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 코카콜라음료, 하이프라자를 500대 기업에 올렸다.

삼성그룹과 CJ그룹은 나란히 5개씩을 기록했다. 삼성은 리빙프라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로지텍,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코닝정밀소재 등을, CJ는 CJ푸드빌, CJ CGV, CJ오쇼핑, CJ E&M, CJ헬로비전을 500대 기업 반열에 올렸다

또 STX그룹은 4개(STX에너지, STX엔진, STX중공업, 포스텍)를, GS그룹(GS EPS, GS 파워, GS홈쇼핑)과 LS그룹(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 롯데그룹(롯데정보통신,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은 각각 3개씩을 진입시켰다.

이밖에 포스코(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특수강)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힘스)은 각각 2개사씩 추가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기치로 걸고 벤처기업 등 독립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재벌기업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장악한 구조에선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