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학력 '백수' 사상 최고치, 해결방안 있나?고학력자 사회적낭비 심각여성, 육아시설 확충 출산휴가제 정립20대 청년, 학업-고용 간 연결성 증대 절실은퇴자, 재고용 인센티브제 도입 유도

고학력 비경제활동 인구가 통계작성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노원구 현장채용 설명회’에서 면접을 보고 있는 구직자들. 주간한국 자료사진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5년 내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고학력 백수'의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잠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교육투자에 대한 경제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되는 고학력자들의 실업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학력자의 사회적 낭비가 심각하다' 보고서에서 "30~40대 고학력 여성의 '육아로 인한 퇴직'이 고학력 백수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고학력자 309만명이 구직자

김광석 연구원에 따르면 대졸 이상의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는 올해 1분기 기준 309만2,000명으로 전체의 18.4%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작성 이래 최대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은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도 취업의사와 구직능력 등의 측면에서 고용시장으로 편입시키기 가장 적합한 구직단념자, 취업무관심자, 취업준비자에 속해 있어 더욱 주목된다. 한 국가의 교육수준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이론에 비춰볼 때,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고급 노동력이 노동시장에 편입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가적 낭비로 볼 수 있다.

육아, 일자리 부족 등이 문제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김광석 연구원은 총 5가지를 지적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30~40대 고학력 여성의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꼽을 수 있다. 전체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중 30~40대가 56.7%를 차지하는데 이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대와 40대 각각 86.9%, 85.2%에 달한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전체를 따져봐도 여성 비율은 74.0%로 전체의 4분의 3 수준이다.

문제는 고학력 여성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가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6년간 고학력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연평균 4.9%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이 3.3%씩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고학력 여성 비경제활동인구 약 36%는 그 이유로 '육아'를 꼽고 있어 주목된다. 여성의 경력단절과 고용평등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육아문제의 해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다음으로, 청년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부족을 꼽을 수 있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중 청년층의 비중이 20.4%에 달한다. 청년들이 고등교육을 수료하고도 취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년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도 남자가 30.3%, 여자가 69.7%를 차지, 고용평등 문제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청년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가 고용시장에 편입되지 않는 이유로는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 및 경력 수준이 높은 고학력자 및 고급인력이 많이 배출되었지만 그들에 대한 고용시장의 흡인력이 미진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젊은 고학력자들이 아예 구직을 단념하는 경향이 굳어지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고학력 구직단념자의 증가율은 11.5%를 기록, 전체 구직단념자의 연평균 증가율(10.2%)을 초과했다. 전체 구직단념자 중 고학력자의 비중도 33.8%에서 36.3%로 증가,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구직단념자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청년층과 30대가 고학력 구직단념자 중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4.0%, 36.4%에 달하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이들의 경우 취업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단념한 집단이므로 이들에 대한 노동시장 유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며 고학력 청년층의 사회진출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청년층은 고등교육 졸업 후 사회초년생으로서 고용시장에 편입되지 못함에 따라, 졸업 후에도 계속 취업을 준비하는 형태의 비경제활동인구로 잔존하고 있다. 전문대학 및 대학교 등의 전문교육기관에서 고등교육을 수료하고도 '고용'과의 연계는 부족한 터라 결국 취업을 준비하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됨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고학력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후 취업무관심 현상이 급증하고 있는 점 또한 고학력 백수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시기가 도래하면서 고용시장에서 대거 퇴출되기 시작했지만 한국경제의 고용창출력이 부족하여 은퇴 후 재취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고 자영업 창업을 통한 성공 가능성마저 불확실해지며 점차 재취업의사를 잃고 있다. 향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자가 증가하면서 '숙련된 노동력 낭비'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계층별 맞춤정책 펴야

그렇다면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김광석 연구원은 계층별로 '경제활동인구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40대 여성의 경우 출산ㆍ육아 및 가사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아시설을 확충하고 출산휴가제를 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대제 전환이 가능한 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나누기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20대 청년들에게는 사회진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학업-고용 간 연결성' 증대가 절실하다. 고등교육기관 재학기간에 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교과과정과 산업을 연계한 시스템을 조성함으로써 '졸업한 취업준비자'를 줄여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경험과 능력을 보유한 전문인력들이 사회에 재편입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은퇴자 재고용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장년층의 해당 산업 내 노하우가 활용돼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나 전문대학 등에서 산업경험교사, 실습과정 멘토로 채용될 수 있도록 환경 조성한다면 고학력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