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에 패소해 7,787억원 물어줘… 외국계 BTK와 운영 재계약국내업체 "국부유출" 주장… 신규 투자 제의도 거절비용 시민 혈세로 메울 판

용인경전철 사업의 주무기관인 용인시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외국계 관리운영사, 자금운용사의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운행을 시작한 용인경전철. 주간한국 자료사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용인경전철 사업을 둘러싼 의혹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사업 재구조화 및 자금재조달에 관한 협약'을 마치고 운행까지 시작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한 까닭이다. 특히 돈 먹는 애물단지인 외국계 운영사, 투자자 모집 능력이 부족한 자산운용사 등 용인시의 석연찮은 파트너 관리로 인한 비용이 고스란히 시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질 판이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검토 이후 20년 만에 개통

용인경전철은 지난 4월 26일 정식 개통했다. 1995년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가 검토를 지시한 때로부터 따져보면 거의 20년 만의 일이다.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간 용인경전철 사업은 지난 20년간 수많은 비리, 유착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용인경전철 사업의 추진 시점은 지난 1999년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강환 전 용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용인경전철 추진'을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그 해 12월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대상사업으로까지 지정되면서 사업의 얼개가 드러난 것이다. 2001년 9월에는 민자투자사업시행플랜 용역을 완료했고 그 해 말 건설교통부(현 교통해양부)와 기획예산처로부터 각각 도시철도기본계획 확정고시 및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의 승인을 받았다.

용인경전철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2002년 캐나다 봄바디어가 최대주주로 있는 용인경전철(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용인시와 용인경전철(주)는 2004년 실시협약을 맺고 이듬해부터 착공에 들어가 2010년 완공 및 시운전을 완료했다.

김학규 용인시장이 지난 4월 26일 용인시청 광장에서 열린 용인경전철 개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국제중재위 패소로 7,787억 물어줘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는 용인경전철 사업이었지만 내부는 곪아 들어가고 있었다. 이는 봄바디어와 유착관계에 있던 당시 교통개발연구원의 부풀려진 교통 수요 예측으로 협상력을 잃은 용인시가 용인경전철(주)에 끌려다니게 되며 시작됐다. 용인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수용, 개통 후 30년 동안 용인경전철(주)에 2조5,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보상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고 결국 부실시공을 이유로 준공승인을 거절하기에 이르렀다.

해지통보를 받은 용인경전철(주)는 용인시가 계약을 어겼다고 주장,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의뢰했다. 2년 반이 넘는 재판에서 용인시는 사실상 패소, 용인경전철(주) 측에 총 7,787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30년간 운행했을 때보다 126억원의 손해를 더 입게 된 것이다.

지방채 발행을 통해 5,153억원을 지급했지만 나머지 3,000여억원을 지급할 재정적 여력이 없던 용인시는 지난해 6월 용인경전철(주)와 신규투자자 물색을 통한 '사업재구조화 및 자금재조달에 관한 협약'을 맺고 올해 3월 말까지 기회비용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용인시는 3,000억원을 투자받는 조건으로 지난해 12월 칸서스자산운용(이하 칸서스)과 양해각서를 체결, 3월 말까지 실시협약을 맺고 투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칸서스 측은 1,000억원은 투자자 모집을 통한 펀드 방식으로, 나머지 2,000억원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급기간을 지난 이달 말까지 늘려줬음에도 여전히 실시협약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봄바디어 자회사는 왜 계속?

용인시가 용인경전철(주)와 지난해 6월 맺은 '사업재구조화 및 자금재조달에 관한 협약'의 핵심 내용은 새로운 투자자가 신규사업시행자인 (주)용인경량전철을 설립하고 새로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3,000억원을 조성한 후 기존 사업시행법인인 용인경전철(주)로부터 관리운영권 및 도시철도사업면허를 양도받는 것이다.

국제중재에서 패소해 7,787억원을 물어준 것으로 봄바디어를 포함한 기존투자자들은 30년 동안 운영한 것 이상의 이득을 챙겨갔다. 그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 용인시로서는 지금까지의 악재를 털어내고 새로운 사업시행자 및 투자자와 함께 용인경전철 사업을 진행해가는 것이 깔끔하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봄바디어의 국내 자회사인 BTK(Bombardier Transportation Korea)가 수의계약 형태로 들어와 있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2013년 7월 용인시의회 월례회의용 문건에 따르면 용인시는 지난 6월 20일 자로 새로운 용인경전철 사업의 관리운영사로 BTK를 선정, 연간 295억원의 운영비까지 확정한 상태다. 그러나 운영사를 선정할 수 있는 신규 사업시행자가 아직 부재한 상황에서 선정 과정마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신규 사업시행자를 통하지 않은 것부터 문제인 데다 경쟁입찰에 이어지는 단가인하, 품질상승 등 용인시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해당 업체를 합류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 이미 돈을 챙길 대로 챙긴 외국계 기업을 또다시 끌어들이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국부유출로 해석될 수 있다.

"국내 업체는 운영 못해!"

용인시가 기존사업시행자인 용인경전철(주)에 아직 3,0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한 이상, 용인경전철(주)로부터의 관리운영권 양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자금재조달이 완료되지 않아 용인시로부터 실시협약 변경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의 신규 사업시행자 (주)용인경량전철은 현재로서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 이처럼 관리운영 계약을 할 수 있는 신규 사업시행자가 없는 상황에서 BTK가 관리운영사로 확정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용인경전철 운행이 시작된 이상 사업재구조화 이후의 운영사 선정이 무엇보다 시급해 미리 확정했을 것이라 이해하더라도 수의계약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업을 추진할 때는 기본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경쟁이 설립되지 않는 물자를 제공하는 사업자나 특별한 시설 또는 장비를 갖춘 사업자와는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그러나 용인경전철 사업에 관한 시설 및 장비 일체는 이미 용인시의 소유로 확정된 데다 '경전철사업'의 경우 BTK말고도 해당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국내 업체가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수의계약이 가능하지 않다.

이에 대해 용인시 측은 "우리나라에 용인경전철을 운영할만한 기술을 지닌 곳이 BTK밖에 없다"며 "봄바디어의 지원이 없이는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의계약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이와 다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전철 사업을 할 수 있는 운영사는 국내만 따져도 상당수"라며 "대부분 용인시가 BTK의 운영비로 확정한 295억원 이하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최근 BTK가 무리한 운영비를 요구, 용인시 측에서 다른 사업자를 물색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용인시에서는 일부 외국계 회사에만 접촉했을 뿐, 어떠한 국내 운영사와도 사업가능성을 타진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에 용인시 측은 "국내 업체들에게 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자기네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지금에 와서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발끈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용인시 측의 주장 또한 거짓으로 밝혀졌다.

업계 관계자는 "용인시가 국내 운영사들에게 타진했던 것은 용인경전철 사업이 가능한지가 아닌 동적보관을 해줄 수 있는지 여부였다"며 "이득이 거의 없는 데다 만약에 경전철이 고장이라도 나면 책임을 져야만 하는 동적보관 요청을 어떤 업체가 받아들이겠냐"고 항변했다. 동적보관은 오랫동안 멈춰서 있는 열차 및 철도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주기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짧은 거리나마 움직여주는 등 언제라도 다시 운행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어 관계자는 "국내 철도의 역사가 100년으로 업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용인경전철을 운영할 기술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실제로 의정부경전철, 부산김해경전철 등 국내 운영사가 운영하고 있는 노선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운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문제는 BTK가 기존에 해당 사업을 진행했던 경력이 없을뿐더러 관련 기술, 제반 인력 등 사업에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세계 굴지의 운송 설비 제조업체로 손꼽히는 봄바디어 본사는 지원 능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국내 자회사인 BTK의 경우 국내에 들어온 봄바디어 차량 부품 등을 대기 위해 만들어진 오퍼상으로 실질적인 경전철 운영능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BTK에서 해당 사업을 위해 2006년 설립한 BTK용인지점 또한 지난 4월 용인경전철 개통 전까지는 어떠한 운영실적도 없었다. BTK이건 BTK용인지점이건 수의계약을 통해 전문운영사로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는 회사인 셈이다.

용인시 측은 "전문인력 및 기술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과거 봄바디어 본사로부터 교육받고 있었던 인력 대부분은 2011년 전원 사표를 제출, 현재 남은 인력 중에는 전문적인 기술 인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심지어 봄바디어 본사에서 파견 나왔었던 기술감독(Technical Director)들도 개통 이후 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내인력만이 남은 이상, 이제 갓 3개월의 운행경력을 지닌 BTK와 비교해 경험 및 기술 면에서 월등한 국내 운영사들이 용인경전철을 운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내 업체들 또한 이에 대해 "명백한 국부유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칸서스 실패 대신 책임져

칸서스의 실패에 대한 용인시의 묵인도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용인시는 지난해 12월 3,000억원을 투자받는 조건으로 칸서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칸서스가 모집한 신규투자자들로 구성된 신규사업시행자에 관리운영권을 넘기는 대신 3,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용인경전철(주)에 진 빚을 갚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칸서스는 10일 현재까지도 투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칸서스의 투자자 모집 실패의 책임을 용인시에서 오롯이 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에 용인경전철(주)와 체결된 협약에 따르면 3,000억원이 올해 3월 31일까지 용인경전철(주) 및 기존 투자자에 지급되지 않을 경우 용인시는 해당 기일로부터 3개월까지는 중재법원에 따른 이자율로, 그 이후부터 지급 완료일까지는 금융계약상의 후순위대출이자율의 이자를 지급해야만 한다.

실제로 지급기한을 넘긴 용인시는 4월~6월까지 3개월간 4.31%의 이자(매달 약 10억8,000만원)를 지급해왔고 이달부터는 15%(매달 약 37억5,000만원)의 이자를 물게 됐다. 다행히 용인경전철(주)와 협의해 기한을 이달 말까지 연장했지만 칸서스의 투자금 모집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규투자자가 9일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한 심사를 거쳤다고 하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용인시가 막대한 이자를 물고 있음에도 정작 투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칸서스는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패의 책임을 엉뚱한 용인시가 지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용인시는 단기차입대출(브릿지론)을 통한 단기차입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비록 용인시의회 상임위원회의 반발로 8일 용인시가 제출한 '용인경전철 민간투자사업 단기차입대출 지급보증 동의안'은 가결되지 못했지만 해당 방안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미심쩍다. 단기차입대출로 일단 용인시가 빚을 떠맡으면서까지 칸서스에 자금조달할 시간을 주겠다는 얘기가 되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용인시 측은 "상임위에서 부결됐을 뿐 18일 열릴 본회의에서는 어찌될 지 모른다"며 "그것이 아니더라도 칸서스가 이달 말까지는 투자금을 온전히 확보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상임위에서 부결된 사안을 본회의 표결로 부치겠다는 것은 칸서스를 밀어주기 위해 끝까지 가보겠다고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만약 칸서스가 이달 안으로 투자자 모집에 성공할 경우 지급되는 자금조달수수료에도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업계의 관례상 칸서스가 받게 될 자금조달수수료는 약 30억원 내외로 예상된다. 칸서스 또한 해당 금액을 노리고 용인경전철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투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용인시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친 칸서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봐준 것에 이어 자금조달수수료까지 지급할 경우 용인시는 지금보다 더 큰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최적의 투자 제의도 거절, 왜?

더욱 의심스러운 부분은 용인시가 칸서스를 통하지 않는 투자자들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용인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 투자자가 1,000억원을 지급할 용의가 있다며 용인시에 접근했었다. 칸서스가 자금을 모집하지 못할 경우 대신 참여하겠다는 것으로 용인시로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용인시는 해당 투자자가 허용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며 사실상 거절했다.

칸서스가 지난달 말로 정해진 투자금 모집에 이미 실패한 데다 그동안의 이자도 용인시에서 내고 있던 상황이라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신규 투자자의 자금을 거부한 용인시의 선택은 의아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용인시에 접근한 신규 투자자의 경우 이미 책정된 295억원보다 적은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국내 운영사의 의향서까지 받아놓은 상태라 용인시로서는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버린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새 용인시가 용인경전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외국계 운영사, 자산운용사 등과 어떤 밀약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하다"며 "사업의 첫 단추를 잘못 꿴 이상 두 번째 단추부터는 더욱 심사숙고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훨씬 좋은 조건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