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 또다른 배경 있나"대선 개입 관련 증인 출두 앞두고…" 의혹 제기"친박 X파일 공개하겠다"… 원, 청와대 압박 소문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치소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다. 연합뉴스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이 건설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결국 구속되면서 국정조사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지난 5일 황보건설 대표 황보연(62)씨로부터 각종 공사 수주 부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원 전 원장의 구속을 두고 여러 관측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 일부에서는 "국정조사 증인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검찰이 선수를 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이 원 전 원장에 대한 국조 조사를 막기 위해 손을 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수상한 검찰의 움직임

전직 국정원장이 재임 중 개인비리로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 전 원장은 재판이 진행 중인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밤 10시35분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기록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여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후 황씨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1억5,000여만원의 현금과 명품가방 등 수천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황보건설 대표 황보연씨로부터 받은 선물에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원 전 원장은 "생일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황씨와 개인적 친분으로 선물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현금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보건설이 지난 2010년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와 홈플러스 인천연수원 설립 기초공사를 따내는 데 원 전 원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조치를 야권에서는 석연치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에서 핵심 인물은 원 전 원장이다. 국조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조사가 가장 중요한데 이 시점에 원 전 원장을 검찰이 구속하는 것은 상당히 공교롭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기소했으나 촛불시위와 NLL파문 등으로 논란이 확산된 데 이어 국조가 진행되자 원 전 원장을 구속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여론을 의식해 원 전 원장을 다시 구속조치 했다고 보고 있지만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의심어린 눈길로 보고 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구속한 것은 국조에서 원 전 원장이 증인으로 조사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폭탄 터질 수도

새누리당은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수사와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는 원 전 원장 수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부정선거논란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원 전 원장에 대한 국조에서 친박 핵심실세들에 대한 문제도 여당은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의 국정원여직원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권영세 중국대사, 김무성 의원 등 여권 핵심인사들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이 부분을 들추게 될 경우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여권과 청와대는 국조를 피하려한 데 이어 최근 원 전 원장을 급히 구속조치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야권에서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권 대사는 경찰에 수사결과 발표를 서두르도록 종용한 의혹을 사고 있다. 대선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12년 말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지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권 대사는 당시 박원동 전 국정원 국장을 통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수사결과발표를 서두르도록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공교롭게도 대선을 3일 남긴 12월 16일 밤 11시에 긴급하게 수사중간결과를 발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동향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다. 또 권 대사와 박 전 국장 그리고 김 전 청장 모두 국정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관계도 의심에 무게를 더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원 전 원장 수사의 핵심은 결국 청와대가 될 수밖에 없다. 대선기간에 청와대가 원 전 원장의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와 연결된다는 이야기"라며 "수사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 만큼 청와대와 여권이 검찰과 모종의 결탁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원 전 원장 구속과 관련, "검찰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법 위반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그리고 뇌물수수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중 국정원법 위반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는 입증자료가 부족하고 뇌물수수혐의 역시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처벌 여부가 불투명하다.

검찰이 원 전 원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린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구속조치는 증거가 부족함에도 이뤄진 것이어서 야권 내부에서는 국조 증인출석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세훈 불씨 이대로 죽을까

일부에서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원 전 원장이 검찰진술에서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가 원 전 원장의 입을 두려워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들린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를 받고 있는 원 전 원장 측이 "재직기간 동안 알게 된 친박 X파일을 공개하겠다"며 사실상 청와대를 정면 겨냥하며 협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치권에서는 정보의 수장으로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의 비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원 전 원장을 계속 궁지에 몰 경우 결정적인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새누리당 핵심과 청와대 실세들이 원 전 원장 측과 모종의 빅딜을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한편 검찰 주변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 전 원장 조사보다 김 전 청장 조사로 더 큰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경찰수사와 더불어 경찰의 성급한 수사결과 발표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 드러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정조사에 앞서 핵심 증인인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 모두 구속된 상태여서 결과적으로 검찰이 국조를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국정원 사건에 앞서 이미 원 전 원장의 개인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이중 일부 혐의가 소명돼 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