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진 MBC 감사선임 부적절 논란 확산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아래 방문진)가 MBC 감사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안팎에서는 감사후보 압축을 두고 부적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명 모두 뇌물수수 비리에 연루됐거나 부실감사 도마에 올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방문진은 지난 8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강성주 포항 MBC 사장, 임진택 현 MBC 감사, 전현철 안진딜로이트 회계사를 최종 후보 3인으로 꼽았다. 방문진은 빠르면 이달 중순 경 이사회를 통해 MBC 감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2016년 3월까지다.

후보자 모두 부적격자

방송개혁시민연대(방개혁)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 후보 선정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이번 3배수로 1차 선임된 3명의 후보자의 지난 행적과 이력을 살펴볼 때 이는 방문진 스스로 MBC 감사에 대한 업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부적합한 인물들로만 선택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공영방송 MBC 의 감사라면 높은 공적 책임감과 공익성 및 감사업무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도덕성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3명 후보 모두 부적격자라는 것이다.

방개혁의 이 같은 주장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강 사장을 살펴보면 그는 보도국장을 거쳐 포항MBC 사장에 재직 중이고 1989년~1990년 문화방송 노동조합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MBC 방송문화진흥회
또 강 사장은 2004년 SBS에서 태영건설의 하수종말처리장 공사를 따는데 방해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백만 원짜리 샤넬백과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으며, 인력송출 브로커 홍씨로부터 장뇌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일로 보도국장에서 해고되었으나 나중에 무죄판결을 받아 다시 복직된 직후 명예퇴직했다 .

임 감사도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임 감사는 소망교회 집사로 MB정권에서 MBC감사가 된 인물이다. 지난 2월 감사원은 MBC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 감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임 감사가 노조집행부, 사원들과 어울려 MBC에 경북고 라인을 만들려 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특히 임 감사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여러 비리 의혹을 덮은 장본인으로 꼽힌다. 감사원이 MBC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임 감사의 봐주기식 부실 감사가 드러났다.

실제로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에 의해 지난해 말 방문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고, 원활한 감사업무 수행을 위해 방문진에 일정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임 감사는 감사원 감사에 자료 제출을 거부, 감사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감사원이 요구한 자료는 김 전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MBC 자체 감사 자료 및 증빙서류, 무용가 J씨와의 계약 내용 관련 서류, 최근 3년간 예,결산 내역, 임원 성과급 배분 기준 및 최근 5년간 임원 성과급 지급, MBC파업에 따른 손실액 등 피해검토 자료, MBC 사규 등이다.

김 전 사장은 하지만 "MBC 임원이 직접 설명하겠다"는 등의 부적절한 이유로 자료제출을 일절 거부했고, 감사원이 이를 반박하여 다시 제출을 명했지만 계속 무시하는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이를 거부했다.

방문진의 무리수 내막

임 감사는 이 과정에서 김 전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이에 대한 감사자료 등의 제출을 거부했다. 그리고 MBC에 대한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실상 김 전 사장을 비호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전현철 회계사도 업무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적 있어 감사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진회계법인 공인회계사 4명이 보해상호저축은행을 감사하면서 회계감사기준을 위반, 이들은 모두 각각 6개월~2년의 직무정지를 받았다.

안진회계법인은 쌍용자동차, 부민저축은행 무등저축은행 한중저축은행, 좋은저축은행 보해저축은행 등 다수의 기업 회계감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감사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다. 이에 일부에서는 "부실감사로 처벌을 받은 안진회계법인의 회계사를 MBC감사로 선임한다는 것은 준법감시인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감사선임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 최근에는 안진회계법인의 쌍용자동차 회계조작 의혹이 불거져 전 회계사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방개혁은 "부적합한 인물들로만 선택 되어진 이번 방문진의 MBC 감사 후보자들의 문제는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는 공영방송 MBC의 공영성 수호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중요한 자리이며, 이 기능이 특정 세력에 의해 침해 받거나 무시 된다면 MBC의 미래는 부정부패와 편파, 왜곡으로 물들고 말 것"이라며 "방문진은 최종 감사 선임을 표명한 기한(12일)에 연연해 하지말고,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인사를 통해 공정성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일부에선 방문진이 부적격 인사들을 후보군으로 꼽은 것에 의문을 품고 있다. 한편에서는 "방문진이 MBC내부 문제를 들추지 않고 눈감을 수 있는 인사를 원하는 것 아니냐"며 비아냥 섞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제 3의 인물을 감사로 선임하기 위해 허수아비 3인방을 세운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 자금 의혹 제기


방송문화진흥회의 수입 지출을 두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방문진은 MBC로부터 매년 결산상 영업이익의 15%를 출연 받는 법정출연금, 방송문화진흥자금 운용에 따른 이자수입 및 MBC로부터 지급받은 보유주식에 대한 배당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방문진의 조직 및 인력 구성은 이사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이사와 비상임감사 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이를 보좌하기위한 사무처 지원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임원진(이사장 포함 12명) 인건비의 경우 1인당 평균 1억 이상이 지급되고 있다.

또한 방문진의 지출 항목은 고유목적 사업비 와 경상비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방문진은 한해 평균 약 20~ 30억 가량의 고유목적 사업비를 지출해 왔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그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의아함을 금할 수 없다.

한 예로 방문진은 매년 시민단체에 약 4억 원의 발전기금을 지급 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해마다 지원 기금을 받아가는 시민단체들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 기금을 받아간 시민단체를 보면 YMCA, YWCA, 민주언론시민연대(민언련), 학부모정보감시단, 경실련 등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건전성을 갖고 있는 단체들보다는 특정 정치 성향을 강하게 노출하는 시민단체들에게 주로 기금을 지급해왔다.

방문진은 2012년부터 시청자 지원사업을 중단했지만 그동안 편향된 선정과 지원으로 인한 논란과 비난은 피해갈 수 없다. 편파적인 부분은 다른 분야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방문진은 사장 선임, 지원사업, 사회공헌사업 등의 공모를 할 경우 매체를 이용한 광고를 하였다. 문제는 계속해서 특정 매체에만 광고를 몰아주었다는 것이다.

방문진이 주로 이용한 매체는 미디어오늘, PD저널, 기자협회보, 한겨레신문, 내일신문, 교수신문이었으며, 심지어 경기문화예술신문이라는 인터넷 매체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에는 내일신문에 광고를 주었는데 당시 이옥경 이사장이 방문진 이사로 오기 전에 편집국장으로 있었던 매체다.

2007년부터 방문진의 광고 집행 내역을 보면 주로 PD협회가 발행하는 PD저널, MBC노조와 관련된 미디어오늘, 한겨레, 경향신문, 내일신문 등으로 편중되어 있다. 2009년의 경우 "매체 성격"에 따라 매체를 선정한 느낌이 다분하다.

방개혁은 "광고가 집행된 매체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성격이라는 것이 특정 이념적, 정치적 편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판단마저 들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방문진은 1000억원대의 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