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베스트셀링카 순위 들여다보니'모닝' 4만6800여대 팔려 1위생계형 소형트럭 '포터' 2위에작년 1위 '아반떼' 5위로 떨어져경제 양극화 현상 심화 반영 수입차 프리미엄급 강세 지속

기아차 모닝올 상반기 극심한 경기 침체가 국내 베스트셀링카 지형도를 바꿨다. 그간 국민차로 불리며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로 통하던 현대자동차 '아반떼'와 '쏘나타'는 올 상반기 판매가 줄며 경차인 기아자동차 '모닝'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생계형 차인 소형트럭 현대차 '포터'와 기아차 '봉고트럭'은 지난해 동기 대비 유일하게 판매가 늘었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링카 리스트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가 얼만큼 진행됐는지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상반기 국산 및 수입 베스트셀링 자동차를 알아보고 이 순위가 시사하는 경제ㆍ사회적 함의를 분석해본다.

15년 만에 경차 판매 1위

올해 상반기 국산차 5사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4만6,809대가 팔린 '모닝'이 1위를 차지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당시 대우자동차의 0.8리터급 경차 '마티즈'가 판매 1위를 차지한 이후 1999~2010년은 '쏘나타'가, 2011~2012년에는 '아반떼'가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올 상반기의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15년만에 경차가 국산차 판매 1위를 다시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현상이 몇 년 더 이어진다면 한국의 '국민차'는 중형(쏘나타)과 준중형(아반떼)을 거쳐 경형(모닝)으로 체급이 낮아지게 된다.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준중형차와 소형차 고객들이 경차를 찾고 있고, 경차 고객들은 차를 교체 안 하고 있다"며 "결국 모닝이 올해 판매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차도 판매 감소…생계형 트럭만 성장

문제는 경차마저도 판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모닝은 비록 상반기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0.9% 감소했다. 한국GM의 경차 '쉐보레 스파크'는 상반기 판매 9위이지만 지난해에 비해 16.2%나 판매가 줄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같은 공장에서 혼류생산하는 '레이'에 주력하느라 모닝 공급이 빡빡했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실제로는 -0.9%라는 숫자 이상으로 모닝 수요가 줄어들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 차종 대부분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그 폭은 비싼 차일수록 적다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상반기 1위였던 아반떼는 판매량이 무려 19.2% 줄며 5위로 내려앉았고 지난해 2위였던 쏘나타는 판매가 6.5% 감소해 4위가 됐다. 대신 그랜저는 판매 감소율이 0.3%에 그치며 판매 3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경기 침체의 영향을 서민일수록 크게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유일하게 판매를 늘린 차종은 생계형 소형트럭인 현대차 포터(+7.5%)와 기아차 봉고트럭(+9.5%)으로 베스트셀링카 2위와 10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두 차종은 주문이 많아 현재 2~3개월씩 출고가 밀려있는 상태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전에는 경기가 좋을 때 소형트럭이 잘 팔렸다. 소규모 창업이 활발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사회적으로 구조조정 압박이 심해질 때 소형트럭 판매가 증가하는 트렌드가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경차를 비롯해 승용차종 대부분이 판매가 줄었는데 소형트럭 판매만 늘었다는 것은 상반기 고용 안정성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수입차는 프리미엄 강세 지속

반면 수입차는 브랜드로는 프리미엄급, 크기로는 중형급이 베스트셀링카 상위를 휩쓸었다. 1위인 BMW '520d'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E300'(2위), 'E220 CDI'(5위),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8위), 렉서스 'E300h'(10위) 등 톱10 중 6개 차종이 프리미엄 제품이다. 차급별로는 소형 SUV인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3위)과 준중형급 BMW 320d(6위)를 제외한 8개 차종이 중형 이상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미 성공한 계층이 찾는 6,000만원 이상 고급 수입차는 잘 팔린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수입차는 안 팔렸다"면서 "이는 여유있는 젊은 소비자 층이 얇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