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바 브로커' 유상봉 또 사기 혐의로 체포수차례 접촉 사업 논의 소문… 연루 청와대 경호실 직원 파면지자체 간부에도 접근 정황

‘함바 비리’로 실형을 받고 지난 3월 출소한 브로커 유상봉씨가 최근 사기 혐의로 또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011년 ‘함바 비리' 사건에 연루된 유상봉씨가 현장 검증을 하고 있는 모습. 주간한국 자료사진
'함바(건설현장식당) 비리'로 파문을 일으킨 브로커 유상봉(67)씨가 사기 혐의로 또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씨가 지난해 4∼5월 일반식당 운영자 박모(52)씨에게 "함바 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수억원을 받아 챙긴 정황을 포착, 수사 중이다.

경찰은 유씨에게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불응하자 지난달 25일 그를 체포해 조사했다. 경찰은 다음날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관계인의 진술을 추가 확보하라"며 영장을 기각하고 보강수사를 지휘했다.

경찰은 박씨로부터 신고를 받고 올해 초 수사에 착수했으며 박씨 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유씨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 최영 강원랜드 사장,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고위인사들에게 함바 수주나 민원해결 및 인사와 관련된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2010년 11월 구속기소돼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함바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 3월 출소한 유씨는 형집행정지 기간에 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함바 비리 사건 이후 그의 행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유씨는 구속집행정지 중이던 2012년 1월에서 5월 사이에 추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유씨 수사와 관련해 "유씨의 수사 불똥이 검찰의 MB 측근 수사로 옮겨 붙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직원 연루 논란

유씨가 함바 비리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여러 명의 정ㆍ관계 인사들이 연루됐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유씨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곳곳에서 그러 정황이 드러난다는 게 사정기관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경 경찰은 이씨의 사기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실 직원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최근 해당 직원을 파면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씨가 함바 운영권 수주를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청와대 경호실 직원 박모(46)씨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포착,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4∼5월 세 차례에 걸쳐 유씨에게서 1억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씨가 수도권 주상복합아파트 사업현장과 충청권의 화력발전소·가스저장설 공사 현장의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접촉한 것으로 보고 조만간 박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또 경찰은 유씨가 함바 운영권을 수주하기 위해 지자체 간부와 건설사 임원 등에게도 접근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박씨를 비롯해 당사자들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경호실은 박씨의 연루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곧바로 박씨를 직위해제한데 이어 지난 15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 조치했다. 박씨는 전직 대통령 경호요원이었으며 최근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경호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대목은 유씨가 이 시기에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유씨가 과거 함바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을 협박해 금품을 뜯거나 강제로 자신이 연루된 각종 사업에 참여 시키도록 한 정황도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

또 경찰은 유씨가 함바 비리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게 된 경위와 공사 현장 사업권 부여 등 각종 특혜를 따낼 수 있었던 배경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경찰은 유씨가 MB 정부 핵심 측근과 유착관계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유씨가 각종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어떻게 특혜를 받았는지 캐고 있다. 이 과정에 MB정부 실세가 직접 개입한 흔적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씨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일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유씨는 서울시와도 거래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뿐 아니라 당시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수차례 접촉해 사업 논의를 했다는 소문도 경찰주변에 퍼져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정두언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이었다. 정 의원은 이때 유씨와 한 두 번 접촉한 적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때 정 의원은 "거절할 수 없는 분의 부탁으로 유씨를 만난 적 있으나 청탁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악마와의 치명적 거래

정치권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분'이 바로 이 전 대통령이라 보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이 전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검찰은 유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과 유씨가 모종의 관계라는 것을 파악했으나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유씨를 정 의원과 연결하고 뒤를 봐주도록 한 인물이 바로 이 전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이 유씨 함바 비리 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은 것도 이 전 대통령이 배후에 있었기 때문에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꼬리 자르기 아니었냐는 것이다.

경찰 주변에선 전 농림부장관이었던 임상규 순천대학교 총장의 자살에도 유씨의 그림자가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임 총장의 유서에는 "악마의 덫에 걸렸다…빠져 나가기 어려울 듯 하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는 내용이 담겨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소식통은 "유씨가 임 총장을 협박한 것 같다. 임 총장이 유씨의 속임수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2011년 06월 13일 전남 순천 자신의 선산 인근 임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악마의 덫이나 잘못된 만남은 건설 현장 식당 브로커로 지목된 유상봉씨와의 관계를 암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재판 증인을 앞둔 유씨는 임 총장 자살소식에 충격을 받고 출석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총장이 유씨에게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 영 전 강원랜드 사장, 경찰 간부급 인사 등을 소개한 것으로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함바 비리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 이미 기소된 인사 중 상당수는 "임 총장을 통해 유씨를 알게 됐다"며 사건의 '몸통'으로 임 총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임 총장 스스로도 지난해 경북 지역 대형 공사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당 공무원을 소개해 준 대가로 유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내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내용 대로라면 그는 선의로 주선한 만남이 비리 고리로 연결된 데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임 총장 외에도 과거 함바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을 차례로 찾아다니며 협박하고 돈을 뜯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에 경찰은 돈을 뜯었는지 여부와 더불어 피해자들을 상대로 왜 유씨에게 돈을 뜯겼는지 이유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경우에 따라 유상봉 게이트가 다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MB정부 인사들이 다시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