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사 경영 실적, 날개 없이 추락 중대외 경영환경 악화와 내수경기 위축이 주요인경영실적 지표 하강곡선… 기업 노력, 정부 지원 병행돼야

대외 경영환경 악화와 내수경기 위축이 겹치며 국내 상장기업들의 성장성·수익성·안정성이 바닥을 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왼쪽)와 양재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본사. 주간한국 자료사진
과도한 경제민주화 정책 때문에 경영활동이 위축된다는 재계의 볼멘소리가 단순한 엄살만은 아닌 듯하다.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활동 위축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백홍기 수석연구위원과 안중기 연구원의 '상장기업, 경영위축이 심각한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실적을 제외한 여타 기업들은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등 경영실적 측면에서 바닥을 경험하고 있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가 원인

국내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기업하기 어렵게 변하고 있는 대내외 경영환경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 원자재 가격 및 환율 변동성 확대, 엔저 등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 등 대외적인 악조건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대내적으로도 투자여력 감소, 소비 위축 등으로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경영활동이 위축되며 기업들의 경영실적 또한 최근 수년간 급격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의 최대 실적치를 감안하면 여타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종합주가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며 2,000p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으나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1,500p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모두 악화

구체적인 기업 경영실적 지표들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선 최근 3년간 기업들의 성장성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위기 전후 큰 폭의 증감을 보이던 전체 상장기업의 매출액은 2010년 이후 증가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2010년 18.6%였던 상장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1년 6.3%를 거쳐 지난해 5.0%로 떨어졌다. 그나마 선방한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를 제외할 경우 2010년 18.0%, 2011년 5.8%, 2012년 3.7%로 하락폭이 더욱 크다.

같은 기간 상장기업의 자산 규모 역시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됐다. 2010년 12.4%였던 총자산증가율은 2011년 10.9%로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4.2%로 급락했다.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2010년 11.1%, 2011년 10.6%, 2012년 3.2%로 더욱 빠르게 하락했다.

성장성에 이어 수익성도 바닥을 쳤다. 전반적인 수익 악화가 이어진 가운데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를 제외할 경우 금융위기 이후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를 제외한 전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6.9%에서 2011년 5.1%, 2012년 3.9%까지 하락했고 같은 기간 자기자본순이익률 또한 10.5%에서 6.2%, 4.7%로 떨어졌다.

상장기업들의 안정성도 위태로운 수준이다. 전체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2008년 103%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2012년 90%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를 제외한다면 부채비율은 여전히 10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올라간다. 수익성 악화에 따라 이자보상배율 역시 2010년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를 제외한 상장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010년 4.6배에서 2011년 43.5배, 2012년 2.6배로 떨어졌다.

R&D 성과도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2010년 18조8,000억원이었던 전체 상장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011년에는 19조4,000억원, 2012년에는 20조3,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연구개발비의 55.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연구개발비는 오히려 감소했다. 특허 또한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상장기업의 48.1%나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기업과 정부의 공조가 필요

그렇다면 급전직하의 상장기업 경영활동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현대경제연구원 백홍기 수석연구위원과 안중기 연구원은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내 경제가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에 의존하고 있음을 감안, IT와 자동차 산업 이후의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발달된 IT 및 자동차산업 인프라와 높은 수준의 기업 경쟁력을 활용해 제2의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를 육성해야 한다. 서비스산업, 부품소재산업 등 새로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R&D 성과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기초 분야에 대한 R&D 투자는 정부가 맡고 기업은 응용분야의 투자에 집중하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또한, 정부-기업-학교가 정보를 공유하고 협동할 수 있는 R&D 환경을 조성하고 매칭펀드 등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기술금융 및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백홍기, 안중기 연구원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 향상을 통해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