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흐리는 '일탈 직원'에 대기업 몸살SK증권, 고객돈 15억 횡령교보증권, 유리로 목 찔러STX重, 정신지체여성 성폭행대기업들, 내부 단속령 내려

최근 모 대기업 계열사 직원 2명이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 직원은 지난 2월 회사 화장실에서 대마 잎을 종이에 말아 번갈아가면서 피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해당 직원들은 회사 사무실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외국에서 대마초 종자를 구입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그러나 인천공항세관에 적발되면서 대마초 종자 매수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초범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고 그동안 직장이나 학교에서 건전하게 생활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대마 등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간 큰' 직원들의 '일탈'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물의를 일으킨 대기업 직원들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그간 대기업 직원들은 '비행'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들어서만 폭행부터 횡령, 성폭행 등 눈살을 찌푸릴만한 일들이 한 달 걸러 벌어졌다.

전기충격기ㆍ유리로 폭행

당장 지난 7월 전남 강진완도축협에선 임원이 말다툼을 벌이다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한 일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임원 A씨와 B씨가 말다툼을 벌이던 중 A씨가 B씨의 가슴 등에 호신용 전기충격기를 10여차례 사용했다.

두 사람은 다툰 이유는 축협 내부 자체 감사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고 한다. B씨는 전기충격기 때문에 근육괴사 등의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고소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 경찰은 전기충격기 사용에 대한 위법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로부터 한 달 전인 지난 6월 교보증권의 광주지역 모지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평소 다혈질로 알려진 C지점장이 직원들과 함께 하는 회식자리에서 부하직원 D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그를 폭행해 큰 부상을 입힌 것이다.

C지점장은 D씨와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리를 피하는 D씨를 따라가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C지점장은 D씨의 안면을 가격하고 쓰러져 있는 D씨를 발로 차기도 했다. 급기야 근처에 있던 유리조각을 들어 D씨의 목 부위를 찌르기까지 했다.

교보증권 내 전국 1, 2등을 다투는 영업직원 D씨는 이 사건으로 다리와 목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 깁스를 하고 목 부위를 수술했다. 물의를 일으킨 C지점장은 사건 직후 곧바로 지점장직에서 물러났다.

돈 빼돌리고, 성폭행도

앞서 지난 5월엔 SK증권의 한 여직원이 고객 돈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SK증권 한 지점 고객지원팀장으로 근무한 E씨는 지난해 2월부터 5월에 걸쳐 고객 5명 명의의 6개 계좌에서 돈을 찾아 남자친구 계좌로 이체했다.

E씨의 범행은 모두 16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렇게 빼돌린 돈이 15억6,000만원에 달한다. E씨는 고객의 증권카드를 무단으로 발급하고, 매매 주문을 받으면서 알게 된 비밀번호를 이용하는 수법을 썼다.

E씨는 또 횡령계좌를 통해 위탁자로부터 매매주문 수탁 없이 21개 종목, 13억4100만원 상당의 거래를 임의로 매매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실소유주인 남자친구 명의 계좌를 통해 매매가 금지된 코스피200 선물·옵션을 거래한 사실도 적발됐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회사의 직원은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는 경우 반드시 본인 명의로 매매해야 하고, 분기별로 매매 명세를 회사에 통지해야 한다. 이 일로 SK증권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고, E씨는 면직됐다.

지난 4월엔 STX중공업 차장 F씨가 지적장애(3급) 여성을 성폭행해 구속되기도 했다. 주말부부인 F씨는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내연녀의 집에서 30대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일 내연녀의 집을 찾은 F씨는 마침 방 안에 있던 지적장애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피해자는 내연녀와 한동네에 살며 친분을 쌓은 사이였다. 경찰은 F씨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 내연녀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F씨는 당초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체내에서 자신의 DNA가 발견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범행 사실 일체를 시인했다. F씨는 조사를 받는 3개월 동안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하다 구속 이후 진단서를 제출하고 병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들 '전전긍긍'

말썽쟁이 직원들이 일으킨 일탈에 해당 대기업들은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문제의 직원들과 기업명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해명에도 내부관리 시스템 부재나 직원교육 소홀 등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수천에서 수만명에 달하는 대기업 직원 중 하나가 일으킨 문제가 회사 전체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식되는 게 안타깝다"며 "이 경우 어렵게 쌓아올린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당수 대기업들은 임직원들에게 '단속령'을 내리는 등 직원들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 바람에 따라 사정기관들이 대기업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기업들은 단속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정기관이 대기업의 각종 비리를 캐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뜬 상황에서 잘못 눈에 띄었다간 큰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며 "때문에 최근엔 회식자리 등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대기업들 사이에서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