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 역사 탐방 뒷말 무성대기업 억대 협찬금 국회의원은 비용 없어국세청 조사 중인 롯데 임원 동행해일부선 정경유착 의혹 제기

'제19대 국회의원 및 사회지도층 항일역사탐방' 참가자들이 지난달 6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시 하이린(海林) 김좌진 장군 순국지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된 김좌진장군 기념사업을 두고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념사업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념사업을 빌미로 한 정경유착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17명은 6일 오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시 하이린(海林)에 있는 김좌진 장군 순국지를 찾아 참배했다.

'제19대 국회의원 항일역사탐방단'은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새기고 투철한 국가관을 함양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4박5일간 일정으로 중국 동북 3성 곳곳의 역사 현장을 돌았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탐방 활동에는 정부기관과 학계, 재계, 언론계 등 각계 지도층 인사 50여명도 동참했다.

정치인 가는 곳에 기업도 간다?

방문단은 지난 7월 3일 안중근 의사가 망국의 한을 품고 일제에 의해 처형된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뤼순(旅順)감옥을 시작으로 북한과 접경한 단둥(丹東)과 고구려 유적이 있는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을 거쳐 백두산 천지와 발해의 마지막 수도였던 상경용천부 유적을 둘러봤다.

방문단은 하이린에 있는 김좌진 장군 추모공간인 한중우의공원을 참관한 뒤 같은 달 7일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을 통해 귀국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백야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 회장인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선열들의 발자취를 탐방함으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주'정신을 고취하고 선열들의 거룩한 업적을 기리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좌인 장군의 손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탐방에는 김을동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정희수, 권성동, 조해진, 홍일표, 김동완, 김종태, 김태흠, 민병주, 박대동, 손인춘, 안덕수, 윤명희, 이강후, 이상일, 이현재 의원,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함께했다.

문제는 이 행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협찬금이 있었다는 점이다. 의원들은 이 돈을 받아 중국으로 '항일 전적지 탐방'을 다녀온 것이다. 민간 기업과 공기업 등 모두 10여개 기업이 총 1억~2억원의 행사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에는 정치인 외에도 재계·학계 인사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학생·교사 100여명의 '청산리 역사 대장정'도 함께 추진됐다.

김을동 의원 측에 따르면 이 행사는 선열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항일 독립 업적을 기리기 위한 행사다. 하지만 행사의 속 안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단 탐방단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비용을 내지 않았다. 김을동 의원과 기념사업회의 초청을 받아 갔기 때문에 따로 비용을 부담한 것은 없었다는 게 참여 인사들의 입장이다.

또 의원들과 학생 등 탐방 비용 3억여원 중 절반은 정부 예산, 절반가량은 삼성생명과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 등 기업이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의 수상한 동행

협찬금을 낸 기업들은 각각 1,000만~3,000만원씩 부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의원들의 자발적 참여 형태로 추진되는 사업에서 의원들은 한 푼도 내지 않은 것도 찜찜하지만 장태평 마사회장과 신용섭 EBS 사장, 이청휴 현대자동차 이사, 정승인 롯데백화점 전무,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 등이 이 행사에 직접 참여해 정치인들과 자리를 함께했다는 것은 더욱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긴다.

특히 정승인 롯데백화점 전무가 참여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의 계열사가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시점에 중요 사건과 연결된 기업 관계자와 여권 정치인이 해외에서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탐방에 현직 경찰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한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행사에 현직 경찰 정보 담당자가 동행했다. 현직 경찰이 이 자리에 동행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정보 담당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 이 담당자의 이 행사 참여는 자발적인 게 아니라 상부의 지시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담당자는 경찰에서 보냈다는 이야기다. 경찰이 왜 이 행사에 참여했는지 이 행사와 관련해 무슨 정보를 취합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정치인과 기업인의 동향을 보고한 것으로 짐작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것은 정보활동이 아니라 현지에서의 안전문제와 공안협조 문제 등으로 따라 간 것 아니겠나. 자세한 사항은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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