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세악화, 핵심인물 등장, 관련자 추가 구속 등 “시끌시끌”

법의 심판대 앞에 선 대기업 회장들의 신변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정재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회장 등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기업총수들과 관련,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비치면서 여러 추측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계열사에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심 재판을 받고 있는 김 회장에 대한 구속집행정지가 한 차례 더 연장됐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일 “김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오는 11월 7일까지 연장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전문의의 소견서 등에 의하면 김 회장은 현재 구치소 등에서의 구금 생활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호전되는 등 사정의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조울증과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지난 1월 구속집행이 정지돼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구속집행정지가 연장됐다.

김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또 최 회장 횡령 사건 핵심 인물로 거론된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이 최근 대만에서 붙잡혀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김 전 고문은 공교롭게도 최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9일 앞둔 지난달 31일 대만에서 전격 체포됐다. 그가 붙잡힌 것은 지난해 9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된지 10개월 여 만이다.

김 전 고문은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도피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대만 경정서(경찰청)와 출입국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지난해 초 타이베이시 베이터우(北投)구에 ‘안루(安路)무역공사’라는 회사를 정식 설립했다.

당국은 그러나 이 회사가 무역거래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점으로 미뤄 합법적인 대만 체류를 위한 거류증 획득 목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김 전 고문 대만 체류기간 업무상 등을 이유로 그동안 수차례 중국을 왕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4월 이후에는 출입국 기록이 없다고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설명했다.

당국은 김 전 고문 명의의 대만 내 재산은 5만 대만달러(약 190만원)가 전부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가 평소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진 BMW765 승용차는 그가 설립한 무역회사 직원 이름으로 등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경찰이 한국 사법당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그에 대한 체포 협조요청을 받은 시점은 지난달 초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지난 2일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전군표(59) 전 국세청장을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청장은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2006년 7월께 CJ그룹 측에서 미화 30만 달러와 고가의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전 전 청장은 전날 오전 9시40분께 검찰에 출석해 14시간여 조사를 받았으며 혐의를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 전 청장은 금품의 명목과 관련, 대가성이 없으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 전 청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미 소환을 앞두고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체포했다. 범죄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검찰은 전 전 청장을 체포했다.

전 전 청장은 금품 수수를 인정하는 취지의 자술서를 검찰에 냈으며 “세무조사 무마나 감세 등 구체적인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청장 취임과 관련한 인사치레로 생각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2006년 하반기 CJ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및 납세 업무 등과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30만 달러와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지난달 27일 구속했다.

검찰은 허씨의 조사 과정에서 전 전 청장의 수뢰 혐의를 포착했으며 이재현 CJ 회장이 당시 허씨를 통해 전 전 청장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허씨는 CJ측에서 받은 돈 30만 달러는 가방을 열어보지도 않고 전 전 청장 사무실 책상에 갖다 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전 전 청장이 취임 이후 이 회장과 신동기(구속기소)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 허씨와 함께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났고 이 ‘4자 회동’ 자리에서 CJ측이 전 전 청장과 허씨에게 ‘프랭크 뮬러’등 고가의 시계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2006년 이 회장의 주식 이동 과정을 조사해 3,560억원의 탈세 정황을 확인했지만 세금을 한 푼도 추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CJ측의 로비가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추가로 잡아들인 연루자들을 조사한 뒤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검찰은 SK그룹과 CJ그룹의 조사를 통해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와 이들 총수가 자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를 캐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두 기업의 총수가 정치권과 여러 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로비 중간 역할을 한 로비스트와 금품을 제공받은 인물들이 속속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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