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측근 사업 이권 개입 소문… 유명 커피숍 운영자 특혜 정황보여주기식 전시행정 지적… 예산 불법 전용도 제기

2009년 5월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식세계화추진단발족회의에서 김윤옥 여사가 한식을 이용한 상차림을 둘러보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을 추적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명박(MB)정부가 전씨 일가와 더불어 전씨 측근에 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각종 특혜를 줘 상당한 이익을 챙기도록 '배려'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끈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일부 파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조사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향후 전씨 일가 조사를 통해 MB정부와 전씨 일가의 커넥션이 드러날 경우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4대강 사업과 더불어 MB정부 비리의 큰 축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한식세계화'다"라는 말이 무성하다. 한식의 세계화에는 MB정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더불어 김윤옥 여사의 측근들도 일부 개입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일단 감사원은 '한식세계화' 사업이 큰 문제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사정기관이 보는 시각은 다르다. 이 사업에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이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온갖 비리를 자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업에 가장 큰 특혜를 입은 것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유명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K씨다. K씨는 MB정부 당시 청와대 핵심의 도움을 받아 한식세계화 사업을 추진해 상당한 이익을 취했을 뿐 아니라 현 정부 핵심인사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여러 사업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첩보가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이명박 족벌비리의 한 축

최근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김윤옥 여사가 깊이 개입되어 있는 한식세계화 예산이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불법적으로 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김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들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김 여사와 관련된 비리 의혹은 이 뿐만 아니라 김 여사의 오빠인 고 김재정씨 그리고 사촌 언니 김옥희씨 그리고 제일저축은행 퇴출저지 청탁에 연루된 김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까지 하나 둘이 아니다. 여기에 '한식의 세계화 비리 의혹'이 정점을 찍고 있다. 고 김재정씨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키맨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대통령의 손위 동서인 황태섭씨도 제일저축은행 고문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또 다른 손위 동서인 신기옥씨는 최근 BBK 사건과 관련해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되는 '가짜 편지'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비리의 또 다른 축으로 김 여사 집안을 지목하고 있다.

김 여사는 한식세계화 사업을 주도하면서 크고 작은 행사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08년 10월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는 '한식세계화'를 선포하면서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듬해인 2009년 5월엔 범부처 차원에서 한식세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민관합동기구인 '한식세계화추진단'을 발족했다. 김 여사가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으면서 사업에 힘을 보탰다.

추진단은 다시 10개월 후인 지난해 3월 한식재단으로 공식 출범했다. 농식품부 산하 비영리재단법인으로 등록된 한식재단은 한식 명칭과 조리의 표준화 작업, 한식의 세계화를 전담하는 전문기구로 태어난 것이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식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정 전 이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2011년 미국 뉴욕에 표준화된 플래그십 식당을 개점하고 세계 대도시로 확산시킬 계획"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11년 예산안에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 사업비 50억원을 포함시켰다. 한식 세계화 전체 예산 311억원 가운데 16%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었다.

이 사업은 한식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뉴욕 등 세계 주요 거점 도시에 고급 한식당을 세워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식당의 품격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농식품부가 초기비용(50억원)을 투자하고 한식당 관리와 운영은 100억원 정도를 투자할 수 있는 민간 전문 업체에 맡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불과 1년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한식재단이 2011년 9월 23일부터 10월 13일까지 20일간 한국과 미국에서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운영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실시했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민간사업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한식재단은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한식세계화 예산도 점차 삭감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 한식세계화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총 236억원으로 2011년 예산(311억원)보다 75억원(24.1%) 줄었다. 한식세계화 예산은 2009년 첫해 100억원이 배정됐다. 이후 2010년 241억원, 2011년 311억원 등 지속적으로 예산이 증가했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은 예산(불용액)이 수십억원이 넘고 사업 추진도 지지부진하자 이번엔 아예 예산을 삭감해버렸다. 결국 한식세계화 사업은 예산만 낭비하는 전시행정으로 전락했다.

눈먼 돈 가져간 사람 누구?

공적자금으로 추진된 한식세계화는 세계적 인사들을 초청해 한식을 체험시키는 '보여주기 위한' 전시 사업들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눈 먼 돈으로 행사를 위한 행사를 벌이기 위해 분주했고, 한식세계화에 배당된 몇 백억원의 예산을 일회성 이벤트로 소모해 버렸다는 것이다.

한식재단은 거액의 예산을 들이고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이에 최근 예산 용처에 대한 의혹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조사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식재단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제보가 접수돼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정황이 확보되면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부인이 추진한 사업에 정부 예산으로 집행된 한식 세계화 사업에 영부인 주변 인사들이 많이 몰려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직 대통령 측근 비리가 터져 나올 가능성도 다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김재원 의원은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주도한 '한식세계화' 사업을 집중 공격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소속인 김 의원은 이 해 10월 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가 2009년 시작한 한식세계화 사업에 지금까지 769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성과는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다음해 한식세계화 예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사업에 배정된 50억원을 '한식세계화 연구용역'과 '한식 사이트 개발'에 전용했다. 연구용역의 경우 2009년 5억원, 2010년 20억원이 집행된데 이어 2011년에도 60억원을 집행되는 등 방만한 예산집행이 이뤄졌다.

김 의원은 "한식사이트에 수억원을 들이면 한식이 세계화되느냐"라며 "당신들 돈이면 이런 식으로 쓰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한식세계화 사업은 국민의 혈세 수백억원을 낭비한 졸속·전시행정의 전형"이라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