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 인사권 부실 사용 문책… 당·정·청에 검까지 장악 추측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신임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화하며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새로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고, 정무·민정·미래전략·고용복지 등 4개 분야 수석비서관 인선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주변에서는 여러 관측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여름휴가 직후 단행한 인사의 배경에 대해 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 기존 인사들의 무능을 질책하는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박근혜 인맥의 전면배치가 시작된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야권은 청와대 인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원칙과 기준이 없는 인사라는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다음날인 지난 6일 청와대 비서실 개편인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가지고 온 것은 정국 정상화 해법이 아니라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였다"고 비판했다.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5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인사 관련 소감을 발표한 뒤 박준우 정무수석, 홍경식 민정수석, 윤창번 미래전략수석,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 춘추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이날 서울광장의 민주당 천막당사에서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이번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민심 수용이 아니라 민심 역행이고 민심에 대한 불복으로 읽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은 대선 전후 정치공작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아무리 대통령 인사권을 존중한다 해도 민심을 전면으로 거스르는 인사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청와대 인사에 이처럼 날을 세운 것은 전날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과 만난 뒤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것과 연장선상에 있다. 김 대표 측은 김기춘 실장이 '전할 메시지가 있다'고 해서 만났지만 실상은 취임인사뿐이었다며 비서실장이 야당 대표와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 김 대표도 지난 5일 김기춘 실장과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 "청와대가 상황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내가 과격한 사람은 아니지만 호락호락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사 단행 숨은 의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 배경에 대해 "원세훈 수사에 따른 검찰장악 의도아니냐"고 해석한다.

박 대통령이 허 비서실장과 곽상도 민정수석을 경질하고 김 전 법무부장관과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을 임명한 배경에는 검찰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와 기소에 따른 잡음과 그로 인한 국정조사를 진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동시에 촛불시위 확산에 대한 책임추궁이 뒤섞인 감정적인 인사라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갑작스런 경질인사를 두고 검찰의 원세훈 수사와 선서법 적용에 대한 후폭풍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애초 채동욱 검찰총장과 윤석렬 수사팀장은 국정원내 댓글사건 수사관련,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수사를 천명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공정한 수사의지를 내걸었지만 수사 과정에서 윤 팀장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 의혹을 제기하는 등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황 장관과 채 총장 간의 수사조율로 인해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 모두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되기 했으나, 검찰수사가 다분히 정치적으로 움직였고 이로 인해 민주당 등 야권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초기에 검찰을 장악하지 못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말이 적지 않다. 이번 인사는 그 책임을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에게 지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허 전 비서실장의 경우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그 인사권을 부실하게 사용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번 인사에서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무리하게 성균관대학교 출신을 기용하면서 이남기 전 홍보수석이 사퇴했고, 성대출신 곽 전 수석 역시 허 전 실장의 영향력으로 임명했으나 검찰과 소통이 되지 않아 실패작으로 끝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허 전 실장 인사개입

허 전 실장의 인사로 알려진 것은 이뿐만 아니다. 위스콘신대 출신으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끌어들인 인물도 허 전 실장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 때문에 자기사람 심기에 너무 노골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었다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 전 실장은 한국자유총연맹의 총재에 사퇴 압력을 행사한 의혹도 사고 있다. 허 전 실장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함께 박창달 전 자유총연맹 총재의 조기 퇴진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론은 이번 인사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특히 75세의 김기춘 실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여론을 무시하고 자기 살길만 찾겠다는 이기적인 인사라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가 의도하는 검찰장악도 실패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신임 비서실장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경남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1988년 제 22대 검찰총장과 1991년 제40대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한나라당 소속으로 15·16·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또 1995년에는 KBO(한국야구협회) 총재로 활동하기로 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정무수석에 박준우 전 외교통상부 기획관리실장, 민정수석에 홍경식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 미래전략수석에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회장, 고용복지수석에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임명했다.

박 신임 정무수석은 30여년 간의 외교공무원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청와대와 국회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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