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강조 '민족'에 부합… 남, 북 일방 돕기 인상 피해업종도 중기로 재편 예고

14일 제7차 개성공단 남북당국실무회담이 극적인 타결을 한 가운데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왼쪽)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과 대표단이 합의서에 서명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최종욱기자
개성공단 문이 다시 열리게 됐다. 지난 14일 남북이 7차 당국 실무회담을 열고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면서다.

이날 남북 양측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5개항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개성공단은 물론, 그간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5개항은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 보장 △남측 인원의 신변 안전 보장, 투자 자산 보호, 3통 문제 해결 △개성공단 국제화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개성공단 재가동 적극 노력 등이다.

이번 합의서는 쟁점인 개성공단 사태 재발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개성공단 국제화와 남북공동위원회 구성이다.

특히 '개성공단 국제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새 정부 140개 국정과제에도 속해 있는 내용으로 남북관계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공단의 정상 가동을 보장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안전장치이다.

개성공단이 획기적인 변화를 한다는 내용을 보도한 본지 제2488호(2013년8월5일자·왼쪽)와 해외동포가 개성공단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의 본지 제2476호(2013년 5월 13일 자) 보도.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외국기업 유치 적극 장려 △개성공단 내 노무·세무·임금·보험 등 관련 제도의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 △제3국 수출 때 특혜 관세 인정 등 국제경쟁력 있는 공단으로 발전 △남북 공동 해외투자설명회 개최 등이 포함돼 있다.

개성공단 국제화는 공단은 물론, 남북관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되는 사안이다.

본지는 지난 제2488(2013년 8월 5일 자) '개성공단 확 바뀐다' 제하의 기사에서 북한이 박근혜정부에서 구상하는 '북한판 마셜플랜'이라는 '큰 선물' 때문에 개성공단을 중단시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고, 재가동 될 경우 개성공단의 운영주체, 사업 업종, 운영방식 등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업주체의 경우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국제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그 가운데서도 해외동포가 주체가 되는 참여가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본지는 제2476호(2013년 5월 13일 자) '남북경협 획기적인 변화 온다' 제하의 기사에서 해외동포가 중심인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이 대북 투자에 나서고, 해외 은행인 극동러시아개발은행이 남북경협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본지 보도의 핵심은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이전과는 다른 형태(업종 등)로 운영되며 공단의 국제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해외동포의 참여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해외동포 사업주체로 나서야

개성공단 국제화와 관련,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가정한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기대하는 '국제화'와 온도 차이가 있다.

북한 지도부와 인연이 깊은 대북 소식통과 북한 무역상들에 따르면 북한은 외국의 직접적인 투자보다는 해외동포들의 참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북한은 외국이 직접 투자하기보다 해외동포가 개성공단 사업의 주체가 되는 게 그들이 강조하는 '민족'에 부합하고, 남한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돕는다는 인상도 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2007년 10월) 때 10ㆍ4 선언에서 남북협상 이래 처음으로 '해외동포'(제8항)를 언급한 것도 앞서와 같은 북한의 속내가 담긴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북한 고위층의 말을 빌려 "개성공단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정몽헌 현대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합의로 성사됐지만 군부의 '입김' 때문에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개성지역은 군사 요충지로 북한군 4군단 6사단 관할로 남한 기업에 땅을 내준 데 대해 군부는 강한 불만을 가져왔다. 게다가 북한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공단 수입을 비롯해 대부분을 관장하면서 주민에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에 불만과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개성공단에 자주 문제가 발생하고, 금강산 관광객 박양자씨가 피살된 것은 군부의 앙금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개성공단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려면 사업 주체부터 '국제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북한과 무역을 해온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의 장백산 대표도 "개성공단이 남북 정치 변화에 따라 부침하는 것에서 탈피하고 북한 군부의 '압박'이라는 리스크에서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외동포'가 사업주체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외동포의 경우 실정법 등에서 남과 북의 부담에서 비껴 있고, 남한의 일방적 지원을 꺼리는 북한의 입장과도 부합한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해외동포 중에는 남북 교역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고, 남북한 공동 경제기반 조성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개성공단에 해외동포가 참여하면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단 업종 남북 모두에 도움돼야

본지는 앞선 보도에서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함께 공단내 '업종'변화를 비중있게 다뤘다. 향후 개성공단 사업이 남북이 '윈(win)-윈(win)'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입주 기업도 지금의 소규모 업체에서 중소기업 이상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의 60%는 섬유 임가공 관련 기업이고 그밖에 기계ㆍ금속, 전기ㆍ전자, 화학, 비금속 부품 가공생산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식품 업체 2곳이 있지만 북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때문에 개성공단이 리스크 없이 유지되고,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단에 적합한 '업종'이 필요하다. 북한의 최대 현안인 '먹고 사는 문제'와 연관된 사업으로 식품 및 식자재, 생활필수품, 농용자재산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공단 업종 전환과 함께 현재 가동중인 개성공단은 남북이 합의한 것의 10분의1 수준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논의는 합의서 5개항에 언급된 '남북공동위원회'에서 다루게 된다.

나아가 우리 정부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취한 5ㆍ24조치(2010년)의 해제 여부도 남북경협과 관련해 풀어야 할 과제로 남북공동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