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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각오하고 일단 때리고 보는 공정위, 왜?

소송비용 기업 부담… 불공정 관행
기업은 불합리한 과징금 최대한 깎아 보겠다는 의도로 소송
거의 3건 중 1건꼴로 공정위가 패소한 경우도 소송비용 승소한
기업에게 전가하는 횡포… 변호사들 배만 불리는 꼴
패소해도 소송비용 미루는 불공정 관행 여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11년 7월 광주시에 위치한 온라인 종합컨설팅업체 퍼스트드림에 대해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법인 및 대표 검찰 고발이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한 퍼스트드림은 즉시 항고, 1년 4개월에 걸친 법정투쟁 끝에 지난해 말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다단계판매사업자라는 공정위의 오판 때문에 훼손된 기업 이미지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880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마저 퍼스트드림이 고스란히 부담해야만 했다.

최근 몇 년간 '경제 검찰'로 위상이 높아진 공정위의 마구잡이식 제재가 논란이 되고 있다. 걸핏하면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며 기업들을 압박하는 데다 이에 불복한 기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소송비용을 해당 기업에게 전가하는 등 횡포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과징금의 일부나마 깎아보고자 소송을 제기한 기업으로서는 자신이 승소하더라도 소송비용을 물어야 하는 불합리한 관행에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소송제기율, 패소율 둘 다 늘어

공정위의 마구잡이식 제재에 반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정위가 매년 내놓는 '공정위 통계연보'들을 종합해본 결과,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이른바 '소송제기율'은 지난 몇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공정위가 내린 행정처분 448건 중 소송제기건수는 57건으로 소송제기율이 12.7%에 달했다. 2009년과 2010년의 소송제기율은 각각 9.3%(행정처분 356건 중 33건이 소송제기), 11.3%(행정처분 461건 중 52건이 소송제기) 수준이었다. 2005년의 소송제기율이 3.0%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7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기업들의 소송 제기가 늘어나는 것은 바로 만만치 않은 '과징금' 때문이다. 즉, 시정권고, 시정명령 등 공정위의 심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막대한 액수의 과징금을 소송을 통해 최대한 깎아보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지난 5년간 기업들이 공정위로부터 돌려받은 과징금 환급액이 2,817억원에 달한 것은 기업들의 노림수가 제대로 적중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소송을 걸기 시작한 데는 공정위가 자처한 부분도 있다. SK텔레콤, 현대엘리베이터, SK네트웍스 등 공정위의 제재를 받아 이슈가 됐던 대기업들과의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여타 기업들에게 소송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하는 공정위 전부패소율은 최근 몇 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공정위의 연도별 전부패소율을 살펴보면 2008년 8.0%에서 2009년과 2010년 9.6%, 2011년 18.1%까지 높아졌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는 20% 선을 돌파했다. 일부패소율까지 따져보면 그 비율은 더욱 올라간다. 과징금 취소소송의 경우 3건 중 1건 꼴로 전부 또는 일부패소할 정도다.

패소해도 소송비용 부담 거의 없어

더욱 큰 문제는 공정위가 패소했을 경우에도 소송비용은 승소한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본래 기업이 공정위의 심결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경우 공정위는 해당 기업이 소송을 위해 들인 비용까지 함께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에게 영원한 '을'일 수밖에 없는 기업은 과징금을 돌려받은 것에 만족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기업으로서는 막대한 액수의 과징금과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만회해보고자 시작된 소송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승소한 상황에서 소송비용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공정위 행정처분에 대해 제기된 행정소송 현황'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5년간(2009~2013년) 전부 또는 일부패소한 67개 소송 가운데 소송비용을 부담한 사례는 총 2건으로 전체의 3%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정위는 2009년 삼양건설산업의 불공정하도급거래 시정명령과 2010년 드림리츠의 부당 광고행위 시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패소 각각 313만3,000원, 545만9,000원의 소송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SK텔레콤, 현대엘리베이터, 대우건설을 비롯해 나머지 기업들은 최종적으로 승소했음에도 공정위에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

공정위도 불합리한 관행을 암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해 50건 내외(기업별로는 100건 내외)의 소송을 치르는 공정위가 패소로 인해 부담해야 할 '행정소송비용'으로 책정된 예산은 1억원에 불과하다. 결코 낮지 않은 전부패소율을 감안하면 자신이 패소하더라도 해당 기업이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1억원에 불과한 행정소송비용 예산은 매년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반면, 공정위 측 입장을 변론할 변호사 수임료로는 15억원을 배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 공정위에 승소했지만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은 기업의 관계자는 "언제라도 공정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겠냐"며 "과다하게 부과된 과징금을 돌려받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과징금을 조금이라도 깎아보고자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고, 공정위는 어차피 패소해도 큰 부담이 없으니 마음 놓고 과징금부터 부과하고 보자는 식인 것 같다"며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변호사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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