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처리·소통 부족 질책핵심 보직자 인선 임박측근들도 인사 대상 포함

박근혜 대통령이 8월 23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접견하기 위해 본관 입구로 걸어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5일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번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교체한 데 이어 다시 청와대 인사를 단행해 그 배경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김선동 정무비서관과 서미경 문화체육비서관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인사에 속도를 내는 한편, 수시 인사를 통해 인사폭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9월과 10월 사이에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교체를 시작으로 지지부진하던 인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공공기관장 인사문제와 더불어 청와대 안팎에 대한 정리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측근들을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측근들의 업무처리 방식과 능력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해 조치를 내리기로 결단했다.

또 박 대통령은 언론 등 여론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어 이정현 홍보수석에 대한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새 정부 출범 6개월의 소회와 국정원 문제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공공기관장 인사를 3개월여 만에 재개하고 있는 가운데 이석채 KT 회장에 대한 사퇴 요구설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지적해 온 업무처리의 미숙을 그대로 드러낸 부분으로 풀이돼 공공기관장에 대한 본격 인선을 앞두고 청와대 핵심부에 대한 인선을 먼저 대대적으로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교체배경 소문만 무성

청와대는 두 비서관 교체 배경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경질성 인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때부터 가까이 뒀던 친박계 인사로, 6개월 만의 교체는 전혀 예상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선거와 관련해 '청와대 정무라인 개입설'이 불거지는 등 업무처리에 대한 경질성 인사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김 전 비서관에게 향후 다른 임무를 맡길 것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도 있고 최근 경색된 대야 관계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도 있다. 김 전 비서관은 일단 후임자가 확정될 때까지 업무를 계속 보기로 했다.

김 비서관의 후임에는 18대 국회에서 김 비서관과 소장파 의원 모인인 '민본21'을 함께했던 주광덕 전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주 전 의원에 대한 신원조회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비서관 인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민정ㆍ정무수석실의 일부 비서관과 행정관에 대한 교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장 인사 작업을 위한 밑그림도 그려지고 있는 분위기다. 3개월여 동안 보류됐던 공공기관장 인사도 큰 규모 순으로 기관장 공모 절차가 재개될 예정이다. 이런 타임 테이블을 감안하면 청와대는 9월 중에 내부 인사개편을 전반적으로 마무리하고 곧바로 공공기관장 인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관장의 경우 이미 박 대통령에게 후보군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친박계 긴장감 고조

일단 2명 교체에 그쳤지만, 문책성이라는 해석이 나오는데다 후속인사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비서동은 긴장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청와대 안팎에선 일부 비서관 교체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6개월을 써 본 결과, 업무능력에 문제가 드러난데다 수석 절반이 교체되면서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민정수석실과 홍보수석실, 경제수석실, 국정기획수석실 등이 거론된다. 후임자 이름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일단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다. 현재로선 민정과 홍보수석실 등에서 인사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와대를 중심으로 인사개입설, 청와대 내 파벌 갈등설, 대통령 핵심 측근에 대한 불만 증폭설 등등이 계속 나오고 있어 박 대통령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그동안 제 역할은 소홀히 하면서 인사 등에 구설이 자주 나온 허태열, 이정현, 유정복 등 핵심 인사들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박 대통령이 원로 조언그룹 등 주변의 의견을 수렴해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경질한 데 이어 이정현 유정복 등 핵심 측근에 대한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인선에 대해 여야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긍정의 뜻을 표했으나 민주당은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단행한 청와대의 일부 인사개편에 대해 "안정과 경험을 중시한 인사로 보인다"고 평가한 반면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의원 등을 임명한 데 대해 "과연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등 수많은 국정과제에 제대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8월 초 비서실장 인선 직후 현안브리핑에서 "김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의 핵심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였음을 언급하면서 "MB(이명박)정권 때 6인회 멤버들의 비극적 종말이 우려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임명 6개월도 안 돼 이례적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을 경질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의 납득할 만한 설명이 우선돼야 한다며 허태열 전 비서실장의 경질이 개인비리 때문인지, 정국상황에 대한 책임추궁인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