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휴대폰 1위에서 '몰락한 제왕'

핀란드의 국민기업으로 일컬어지는 노키아는 북유럽의 높은 정밀공학 능력을 상징해온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폰 생산업체다. 지난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노키아는 혁신적인 성능과 디자인으로 전세계 핸드폰 판매 1위 업체 지위를 유지하며 '휴대폰 시장의 황제'로 불렸다.

하지만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개인용 모바일기기 시장이 확대되면서 빠른 시간에 애플ㆍ삼성 등에 왕좌를 내줘야 했다. 불과 몇 년 만에 달라진 노키아의 위상은 '몰락한 제왕'에 해당한다.

PC시대의 최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모바일기기 시장의 성장을 간과하며 흐름을 놓친 것처럼 노키아 역시 과거의 영화에 머무르며 변신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애플과 삼성이 급변하는 정보기술(IT) 환경에 맞춰 '피쳐폰'이라 불리는 일반 휴대폰에 머무르지 않고 스마트폰 투자로 전환한 것과는 달리 노키아는 일반폰 시장에 더욱 치중하며 모바일기기 시장의 변화 물결에서 뒤처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 시장은 1ㆍ2위 업체로의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돼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일반폰 개발에만 치중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안이함이 노키아를 매각 대상으로 전락하게 만든 셈이다.

지난달 노키아는 올 2ㆍ4분기 휴대폰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점유율은 4% 정도로 노키아가 자체개발한 운영체제(OS) 심비안의 점유율도 0.5%에 그치고 있다.

노키아의 불운은 비단 한 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오바마의 휴대폰'으로 불리며 5년여 전 기업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형성했던 블랙베리는 현재 자체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때 일본 휴대폰 시장 1위 업체였던 NEC는 휴대폰 생산 자체를 접었다.

외신들은 "노키아 매각은 영원한 1등이 없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며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재빠르게 시장 변화를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