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국내 대형 제조업체의 공장 가동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자동차와 화학, 정유를 비롯해 기계, 철강 업체의 가동율 하락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보다 1.74%포인트 급감

최근 재벌닷컴이 매출 상위 3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가동율(국내소재 공장 기준)을 조사한 결과 평균 가동율은 91.29%로 작년 같은 시점의 93.03%에 비해 1.74%포인트 급감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가동율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30대 제조업체의 공장 가동율 추이를 보면 2008년 92.77%에서 2009년 91.45%로 급락했으나, 2010년 93.66%, 2011년 92.49%로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93%대로 상승했던 가동율은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말 92.97%로 낮아졌다가 올 상반기에는 91%대로 떨어졌다.

공장 가동율은 '생산능력 대비 실생산량' 혹은 '가동가능시간 대비 실가동시간'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으로, 상품주문량과 근로자 파업, 설비점검, 휴무일, 천재지변 등이 가동율을 결정하는 변수다.

조사대상 30개 업체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19곳의 가동율이 하락했다. 특히 작년보다 가동율이 하락한 19곳 중 15곳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주문량 감소가 가동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차-화-정 가동율 하락

조사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자동차, 화학, 정유 등 이른바 '차-화-정'을 비롯해 기계, 철강 업체의 가동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등 기계류를 생산하는 인천공장 가동율이 작년 94.2%에서 올해 63.1%로 31.1%포인트 하락하는 등 국내 5개 공장의 평균 가동율이 90.6%에서 68.5%로 22.1%포인트 떨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매출(개별 기준)이 작년 상반기 2조5,400억원에서 올해 2조200억원으로 20.6%포인트 떨어졌다.

두산중공업도 매출이 작년보다 9.4% 줄어든 3조3천억원에 그치면서 주력제품인 발전기, 주단 등을 생산하는 국내 공장 가동율이 지난해 96%에서 올해 80.3%로 15.7% 하락폭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엔저'와 '노조파업' 등 안팎의 악재가 겹치면서 가동율이 급락했다. 현대차는 올들어 매출 감소와 파업사태 등이 겹치면서 울산 등 국내 공장 가동율이 지난해 104.8%에서 올해 97.8%로 7%포인트 하락했고, 기아차 역시 지난해 109.8%에서 올해 106.8%로 3%포인트 낮아졌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작년보다 6.1% 감소한 21조1,600억원, 기아차는 3.1% 줄어든 14조3,600억원을 기록했다. 완성차 시장의 침체로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의 가동율도 작년보다 3.5%포인트, 0.8%포인트 하락했다.

정유업체의 가동율 하락폭도 컸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이 작년보다 11.2% 감소한 9조7천200억원에 그치자 가동율도 94.3%에서 81.5%로 12.8%포인트 하락했고, GS칼텍스와 S-오일도 매출 감소 여파로 가동율이 작년보다 6.2%포인트, 3.3%포인트가 하락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1위인 SK에너지는 매출은 작년보다 6.3% 감소한 20조9천700억원을 기록했지만, 가동율은 77.1%에서 80.2%로 3.1%포인트 상승해 4대 정유회사 중 유일하게 가동율이 높아졌다.

화학 업체들도 매출 감소로 가동율이 작년보다 낮아졌다. SK종합화학은 매출이 작년보다 4.4% 줄어든 7조7천700억원에 그치면서 가동율도 작년보다 3.3%포인트 하락한 것을 비롯해 한화 2%포인트, 금호석유화학 1.5%포인트, 여천NCC 1.3%포인트, 롯데케미칼 0.8%포인트, LG화학 0.5%포인트 하락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연관산업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철강 업체들의 가동율도 곤두박질쳤다.

포스코는 매출이 작년보다 17.4% 줄어든 15조4천200억원에 머물러 가동율(조강 기준)이 지난해 100.6%에서 올해 93.9%로 6.7%포인트, 현대제철도 매출 급감 영향으로 90.3%에서 80.5%로 9.8%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호실적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전자 업체들의 가동율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보다 16.1% 증가한 77조2천억원을 기록하면서 가동율도 92.2%에서 94.6%로 상승했고, LG전자는 매출이 11.6% 늘어난 14조3천300억원에 달하면서 가동율도 77.3%에서 86.4%로 9.1%포인트 올랐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SK하이닉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동율 100%를 그대로 이어갔고, LG디스플레이는 파주 공장 등 국내 공장 가동율이 작년보다 0.4%포인트 상승한 99.2%를 기록했다.

조선업계 '빅3' 동반상승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문량 감소로 장기부진에 빠졌던 조선업계 '빅3'의 가동율이 올들어 큰 폭으로 동반상승해 주목됐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7.1% 증가함에 따라 가동율이 92.6%에서 113.8%로 무려 21.2%포인트 껑충 뛰어 조사대상 제조업체 가운데 공장 가동율 상승폭이 가장 컸다.

또 현대중공업은 매출이 1.1% 증가한 12조2천700억원을 보이면서 가동율이 99.8%에서 109.7%로 9.9%포인트 올랐고, 삼성중공업은 매출이 11.7% 증가한 7조6,700억원을 기록하면서 가동율도 96.3%에서 97.5%로 1.2%포인트 높아졌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