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 배후 조종 실체 추적채동욱-조선일보 법정싸움… 유전자검사 사실상 어려워조선일보, 곽상도 타깃으로 시민단체 일각 검찰고발검찰의 최종 선택은?

채동욱 검찰총장
채동욱 혼외자녀 의혹과 관련해 진위공방이 제 2라운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시민단체 등은 조선일보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향후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야권 등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청와대 관계자 등 여권 핵심인물이 개입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정치권에 파장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먼저 채 총장과 조선일보의 법정 공방이 내달 중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배호근 부장판사)는 "채 총장이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10월 16일 오후 1시에 연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현행 법령은 정정보도 청구소송의 판결을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점을 감안해 소송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변론준비기일에서 사건의 핵심 쟁점과 양측의 입증 방법을 정리할 계획이다.

변론준비기일 이전에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1)군 모자가 유전자 검사에 응하기로 한다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유전자 검사를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할지 준비기일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채 총장은 유전자 검사와 관련해 감정신청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송 당사자가 아닌 채군을 포함하는 감정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채 총장은 지난 24일 조선일보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또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지난 26일 개인정보를 위법적으로 유출한 혐의로 조선일보 기자 2명과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외에 이들에게 의혹 당사자의 개인정보 자료를 건넸을 신원불상의 전달자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조선일보가 ' 혼외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고 이후 근거자료로 채모군의 출국일, 가족관계등록부, 거주지, 아파트입주카드를 제시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현행법을 위반해 개인정보를 제공받았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사태는 채 총장의 혼외자녀 의혹을 넘어 정치적 음모 의혹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재판부는 채 총장의 혼외자녀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를 규명하게 되고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생산한 조선일보 등을 통해 음모 의혹을 조사한다. 재판부와 검찰, 어느 쪽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가에 따라 야권 공세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의 반격 조선일보 위기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개인적인 법적 대응과는 별도로 추진되는 것으로 법무부의 진상규명 작업 일환이다. 채 총장은 지난 6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혼외아들 의혹에 대해 "혼외 아들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사실을 왜곡해 악의적으로 보도했다"고 부인한 뒤 다시 곧바로 "유전자검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그러나 법조계 일부에서는 조선일보가 여러 면에서 불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사건 규명의 핵심열쇠인 유전자 검사가 용의하지 않아서다. 임모 여인의 동의 없이는 채모군의 유전자 감식이 쉽지 않은데다 가능하다해도 어른싸움으로 발가벗겨질 아이의 인권문제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난 여론이 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런 점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는 유전자검사 강행이 가능해도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된다. 때문에 재판부가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재판부의 바뀐 판단기준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대주장을 펼 경우 그에 대한 1차적 소명책임은 반대주장 당사자에게 있다. 말하자면 채 총장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반대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에 채군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소명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조선일보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도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 재판에서 채군이 채 총장의 자녀라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보도에 대해 일부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조선일보는 정확한 사실확인도 없이 기사를 작성했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아울러 곧 시작될 검찰수사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판의 핵심이 채 총장 혼외자녀 의혹보도의 진위규명이라면 검찰수사의 핵심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배후 존재 여부규명이다. 배후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것은 배후가 몸통은 아니더라도 꼬리정도는 드러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미 이번 사태에 대한 실체를 상당부분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정황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채 총장에 대한 정보 일부가 내부에서 흘러간 정황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 조선일보로 이어지는 경로를 추적할 경우 모종의 수확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기사와 관련된 조선일보 관계자와 자주 통화한 검찰 관계자가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고 심지어 "A씨가 채 총장 관련 정보를 생산해 조선일보에 이르게 한 정황이 상당하다"는 소리까지 파다하다.

의리와 권력 사이 검찰은?

조선일보와 곽 전 수석을 고발한 시민단체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군의 학적부와 이들 모자의 혈액형 자료를 수집했다는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들 단체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초중등교육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세 가지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민정수석 등이 주도해 피해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조선일보 기자 또는 제3자에 유출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또 이들 단체는 "각종 개인정보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정부 당국과 언론에 의해 유포돼 당사자들이 심리적 피해를 겪고 있다"며 "의혹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정보 유출경로를 파악해 책임자를 문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는 지난 9일 혼외자녀로 의심되는 채군의 초등학교 기록(학적부)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다는 등 내용의 후속보도를 내보냈으며 해당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군 모자의 혈액형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이 며칠 뒤 알려졌다.

또 민주당 등 일각에서는 곽 전 수석이 8월 한 달 간 채 총장을 사찰했으며 관련한 정보를 조선일보에 넘겨줬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검찰 주변에서는 시민단체의 검찰고발과 관련, 석연치 않은 소문도 돌고 있다. 검찰이 시민단체 등에 모종의 '협력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인지사건으로 처리하기 곤란한 사안이 있을 경우 제 3자가 검찰에 고발하도록 종용하고 고발장이 접수되면 그것을 발판삼아 본격수사에 착수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전형적인 것으로 통상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나 표적수사 우려가 있는 사건일 경우 이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이번 시민단체 고발을 두고 검찰의 '협력요청'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이와 함께 최근 청와대와 법무부 주변에서는 검찰이 고발사건을 처리하면서 청와대 등 여권뿐만 아니라 법무부와도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나 여권 관계자의 개입 의혹이 짙어질 경우 또 다시 법무부가 제동을 걸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여권에 대한 비난여론을 등에 업고 검찰과 야권이 청와대를 압박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정치권과 검찰 일각에서는 "검찰수사가 심화되면 경우에 따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책임을 짊어지고 사퇴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감찰관실이 진상규명 작업을 진행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없다. 법무부 내부적으로는 "경우에 따라 강제 조사수단도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채 총장은 이미 법무부 감찰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히고 소송 접수와 함께 법무부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채 총장의 사퇴로 검찰에 인사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새로운 총장이 임명되면 그에 따른 후속조치로 검찰 고위급 인사 등 전반적으로 검찰 새판짜기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향후 국정원 수사를 여권이 원하는 대로 끌고 감과 동시에 각종 수사로 야권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유전자검사 가능할까


윤지환기자

의 혼외아들 논란 진실공방의 핵심인 유전자 검사는 일단 채 총장과 임모씨 양측이 동의하면 당일에도 결과를 바로 확일 할 수 있다.

채 총장 측이 추후 재판과정에서 꺼낼 결정적 증거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유일하다. 채 총장과 임씨가 법원에 유전자 감정 신청을 내면 재판부는 법원이 지정한 유전자 검사 기관 중 한곳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해 선택한 유전자 검사 기관을 골라 협조 요청서를 보내게 된다.

유전자 검사는 대상자의 DNA를 채취할 수 있는 시료 확보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모근이 붙어 있는 머리카락, 혈액, 면봉으로 채취한 구강상피세포가 쓰인다. 시료는 검사 기관 관계자가 본인 확인을 거쳐 직접 채취하며 전 과정을 사진 촬영해 증거로 남긴다.

시료만 확보되면 유전자 검사 결과를 얻는 데는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다. 검사는 채취한 시료에서 DNA 극소량을 채취한 후 이를 수천에서 수만 배 증폭시켜 분석기에 넣고 돌리면 끝난다. 검사 결과는 일치, 불일치, 판정불능 세 가지가 나올 수 있다. 일치는 15개 유전자형이 모두 일치할 경우로 친자 확률은 99.99% 이상이다. 3개 이상 불일치하면 친자가 아니다. 판정불능은 1개 혹은 2개의 유전자가 불일치하는 경우다. 이 경우 다른 종류 유전자 10∼15개 정도를 추가로 비교하는 추가 검사를 한다. 2차 검사까지 하면 99% 이상 친자 여부가 밝혀진다. 1000명 중 한두 명꼴로 3차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결국 친자 여부는 밝혀진다. 검사 기관이 이 결과를 재판부에 보내면 재판의 증거로 채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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