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유치 지연에 건강문제 겹쳐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사옥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사옥 전경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은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해외 자본 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부담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팬택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외부 자금 수혈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지만 박 부회장 스스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건강문제까지 겹쳤다.

창사 이래 최초 각자대표

박 부회장은 지난 3월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준우 사업총괄 부사장을 추가로 대표이사에 선임하고 창사 이래 최초로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이 부사장에게 경영 전반을 맡겨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박 부회장은 외부 투자 유치와 재무 건전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박 부회장의 승부수는 곧장 성과로 이어졌다. 박 부회장의 뚝심과 용단을 눈여겨본 최대 라이벌 삼성전자가 지난 5월 530억원을 팬택에 투자한다고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의 투자 소식은 팬택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도 팬택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제자리를 맴돌고 추가적인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자 박 부회장이 전격적인 사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최근까지도 출장길에 오르며 외부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팬택이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할 때만 하더라도 어렵긴 하지만 팬택의 부활을 기대하는 관측이 많았다"며 "결국 기대했던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자 사퇴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포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팬택은 지난해 매출 2조2,344억과 영업손실 7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7년3분기 이후 20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작년 하반기에 적자를 기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올 2분기에도 매출 3,320억원에 영업손실 495억원을 기록해 연내 흑자 전환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1년 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종료한 것에 맞춰 국내 스마트폰 2위 업체로 도약하는 기염을 토했음에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또 다시 갈림길에 선 것이다.

사업구조 혁신 추진 계획

팬택은 박병병 부회장의 사퇴에 상관 없이 사업구조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인력 일부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력 감축은 구조조정 방식이 아니라 직원들로부터 6개월 무급 휴직 신청을 받아 시행하게 된다. 무급 휴직 규모는 800여명으로 팬택 전체 인력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이 될 전망이다.

팬택은 앞으로 국내시장에 집중도를 높여 현재 15만대인 월간 판매량을 20만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과거의 35만대 수준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일단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 것으로 1차 목표를 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팬택 제품의 사후지원도 오히려 강화해 브랜드 가치를 장기적으로 키우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채권단도 박 부회장의 사퇴 이후 팬택의 해외사업 부분을 접고 국내시장에 우선 주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팬택의 재무구조는 문제가 없지만 계속적으로 적자가 이어지면 내년의 경우 또다시 유동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국내시장에 집중해 흑자회사로 전환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팬택은 내년 상황 대비해서 경쟁력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를 위해 해외 사업 부문 접고 그에 대한 인력을 구조조정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의 사퇴 이후 팬택에 경영체제는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이준우 대표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 부사장이 대표 사장으로 승진이 유력시 되면, 단독 CEO로서 포스트 팬택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