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계열사 동양 품 떠나 홀로서기

연합뉴스
더 이상 달리기에는 숨이 가빴다. 동양그룹은 종합 에너지 기업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핵심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당분간 그룹 해체수순을 밟게 됐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후 동양그룹은 사실상 그룹의 기능을 상실한다. 법정관리를 졸업할 때까지 그룹의 대다수 계열사는 그룹에서 해체된 형태로 독립 경영하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웅진의 사례와 같이 지주회사 격인 ㈜동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자회사들은 법원의 결정이 아닌 단독 경영 형태가 된다"며 "이 경우 모회사에 보고를 올려도 법원에서 경영판단을 내려주지 않기 때문에 투자나 신사업 등에서 기존과 같이 그룹 차원에서 결정하는 식의 경영은 불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법정관리인을 맡게 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자회사의 보고를 직접 받으며 경영지시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오너가 법정관리체제에서도 그대로 경영을 맡기에는 사회적 인식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올 초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당시에도 법원은 윤석금 웅진 회장의 관리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양 계열사들의 운명은 이미 동양의 손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증권 계열사, 사실상 동양의 손 떠나

동양그룹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동양을 중심으로 한 동양시멘트, 동양매직, 동양파워 등 현재 및 미래 주력사업군 ▦동양네트웍스를 중심으로 한 생명과학ㆍ온라인ㆍ패션ㆍ상거래 부문 ▦동양증권을 핵심으로 한 동양인베스트, 동양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 부문이다.

이 가운데 동양증권의 경우 이번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핵심 주주다. 두 회사가 각각 19.01%, 14.1%를 쥐고 있다. 1.19%의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60%의 지분은 모두 일반주주들이 쥐고 있어 두 회사의 보유지분이 핵심이다.

문제는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 모두 지난해부터 이미 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말 현재 관계사 차입금을 뺀 일반차입금은 각각 4,115억원, 3,239억원이다. 동양인터내셔널의 2012년 감사보고서에서 담당 회계법인은 "총 부채가 총 자산을 1,820억원 초과하고 있는 바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요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기술했다. 법원이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의 회생계획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의 회생계획이 실현되지 않고 부도처리된다면 이들이 지닌 지분은 모두 자산으로 묶여 채권단이 처분하게 된다"며 "사실상 외부 매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보유하고 있는 동양증권 지분 약 35%가 매각될 경우 동양증권은 더 이상 동양그룹과 상관없는 회사가 된다.

법원이 두 회사의 회생을 추진해도 동양증권의 운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생계획에서 주요 자산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 동양증권 지분도 함께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동양의 미래, 화력발전사업 향방은?

㈜동양은 동양매직 지분 100%, 동양시멘트 지분 54.96% 등을 지닌 동양 지배구조의 주요 기업이다. 동양시멘트는 다시 그룹의 삼척화력사업을 하는 동양파워의 지분 55%를 가지고 있다.

재계의 초점은 이 가운데 동양시멘트와 동양파워로 쏠리고 있다. 회생과정에서 동양시멘트의 지분매각량, 동양파워의 지분매각량에 따라 동양그룹의 향후 모습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동양시멘트의 채권단 공동관리를 검토하면서 동양파워 자산 매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의 의견조율 결과 공동관리를 하게 되면 자율협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채권단에 제2금융권이 많으면 워크아웃으로 가겠지만 은행 몇 군데밖에 없어 자율협약이 적합하다"고 관리방향을 제시했다. 만약 법원 및 채권단이 ㈜동양ㆍ동양시멘트의 회생을 위해 동양파워의 경영권을 내놓는다면 동양은 회생에 성공하더라도 성장의 발판을 잃게 된다.

동양매직의 경우 기존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던 KTB PE가 사모 승인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거래가 무산되는 분위기지만 ㈜동양의 회생과정에서 매각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동양 그룹' 동양네트웍스도 안심불가

동양네트웍스는 ㈜동양과 금융 계열사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그룹 지배의 새로운 핵심 축으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일종의 '소동양' 그룹의 정점이 되는 셈이다. 동양네트웍스는 현 회장의 장남인 현승담 상무가 대표를 맡고 있다.

다만 SI업체인 동양네트웍스는 그동안 그룹 내 일감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최근 동양의 유동성 위기 이후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동양네트웍스 역시 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동양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회생계획안이 마련될 것"이라며 "이에 최대한 협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