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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 M&A 시장 최대어 부상

그룹 해체가 오히려 호재로?
지분 감소·가격 하락 등 인수 매력 충분해
우리투자증권 매각과정 큰 영향 받을수도
  • 지난 4일 동양종금증권빌딩 회의실에서 동양증권 노조 집행부 비공개회의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회의실 밖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양증권이 M&A(인수ㆍ합병) 시장의 최대어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 매물로 나오지도 않은 데다 소송을 비롯한 리스크도 적지 않지만 최근 예상 인수가격이 폭락, 가격대비 매력이 충분한 동양증권이 인수 희망자들의 군침을 흘리게 하고 있다.

'동양 사태' 직격탄 맞아

과중한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으로 오래 전부터 위기를 맞고 있던 동양그룹은 지난달 30일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어 다음날에는 그룹의 모회사인 동양시멘트와 총수일가가 애착을 갖고 있는 동양네트웍스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동양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그 과정에서 계열사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판매한 동양증권 또한 거센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불완전판매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은 동양증권에 대해 무기한 감사에 들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표이사인 정진석 사장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함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주가 또한 폭락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전거래일)인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2,860원이었던 동양증권의 주가는 30일 2,460원으로 -13.99% 폭락했다. 지난 4일 롯데그룹의 인수 소식에 반짝 상승(5.35%)했지만 금융당국의 감사 소식에 7일과 8일 각각 -4.30%, -8.37% 떨어졌다. 동양증권으로써는 적잖은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인수가격 폭락해 인수매력 충분

흥미로운 점은 현재의 위기가 오히려 동양증권을 M&A 시장의 유력매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동양그룹 측은 동양증권 매각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동양그룹의 현재 상황을 미뤄볼 때 동양증권이 M&A 시장에 나오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반응이다.

동양증권의 1, 2대 주주는 지난달 30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로 두 기업 모두 완전자본잠식상태다. 이들이 지닌 지분은 현재 한국증권금융, 대우증권, 현대증권을 비롯한 외부 금융사에 대부분 담보로 잡혀있는 상태라 차입금 미상환에 따른 반대매매를 통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두 회사가 지닌 동양증권 지분이 최근 사태를 겪으며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가 지니고 있는 동양증권 지분은 지난달 30일 장내 매도를 거치며 33.77%(4,213만5,540주)에서 27.06%(3,376만6,760주)로 6.71%p 줄어들었다. 당시 매도가는 1주당 2,476억원으로 두 회사가 지닌 동양증권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던 금융사들은 이번 반대매매를 통해 약 200억원 정도의 차입금을 회수했을 것으로 계산된다.

지분 감소와 함께 주가하락도 지속되면서 결과적으로 약 758억원(8일 종가기준)만 있으면 동양증권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게 됐다. 국내 10대 증권사에 속하는 동양증권의 주인이 되는 가격으로는 터무니없는 헐값이다.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투자자 집단소송, 금융당국 감사 등도 큰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전문가에 따르면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송의 경우 투자자마다 개별적인 상황이 다른 까닭에 집단소송은 어렵고 개인들의 줄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다. 그러나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동양증권이 투자자에게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나 CP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고지했는지, 투자설명서에 개별적으로 서명했는지' 등임을 감안할 때, 동양증권이 소송으로 입을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의 감사나 검찰 수사 또한 별다른 결과 없이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 심각한 현재 분위기에 비해 그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폭풍이 지나가면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로 복귀할 수 있을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객자산이 빠져나간 데다 각종 리스크가 겉으로 드러나 있어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고객 기반도 넓고 영업력도 좋은 알짜 증권사로 이 시기만 지나면 가격대비 매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제치고 유력 매물로?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동양증권이 매력적인 매물로 등장하면서 금융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던 우리투자증권의 매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양증권이 영업점포 축소, 인원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가치를 높일 경우 우리투자증권을 노려왔던 잠재 인수 후보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우선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운용과 생명, 저축은행을 포함한 '1+3 패키지'를 한꺼번에 사야 하는데 비해 동양증권은 단일매물로 나와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종합금융사들에게는 굳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격 또한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동양증권의 인수가격은 현재현 회장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도 3,000억원 미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투자증권의 패키지 가격은 최소 1조5,000억원이 되리라는 예상이다. 물론 채권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내는 동양증권의 한계가 분명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매력은 충분하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것일까. 사상 초유의 위기처럼 보이는 요즘이지만 동양증권 임직원들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지난 1년간 10%의 인원감축을 끝낸 터라 가시적인 인력 이탈 현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동양증권 내부 관계자는 "외부에서 볼 때는 어떨지 모르지만 동양증권 임직원들은 이번 사태로 큰 위기를 느끼지는 않고 있다"며 "(M&A 소문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준 realpe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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