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승부수, 安측 신당 통해 대선발판 마련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박근혜정부 기초연금안에 대한 노인만민공동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주성기자
안철수 싱크탱크 내년 봄 전국정당 창당 위해 조직정비 나서
지방선거서 '제2의 안풍' 일으켜 차기 총선, 대선 바람 이어가
여야 흡수 목표 친이·비노 주요 타깃… 손학규 합류 유동적
호남 격전장 될 듯… 민주당과 한판 승부 불가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창당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요지는 연내 전국적인 정당을 창당한 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제2의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이 불게 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를 기반으로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에 바람을 이어간다는 야무진 목표다.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안철수 신당'의 방향과 노선, 참여자 면면과 정치적 가능성 등을 타진하느라 분주하다. 누가 참여하느냐, 손학규 민주당 고문과 손을 잡느냐, 지역은 어디를 거점화하느냐, 중도 보수 쪽이냐 중도 진보 쪽이냐, 민주당과 연대를 하느냐 마느냐 등 각종 궁금증에 대한 나름대로의 추측 성 답안지를 내놓고 있는 판인데 정작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쪽은 당사자인 안철수 의원 측이다. 오히려 신당 창당 설을 부인하면서 정중동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일부 언론에서 12월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측근들이 나서 손을 가로저었다.

안 의원의 공보담당인 금태섭 변호사는 최근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있는 처녀 총각에게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이냐, 내년 중에는 아이를 낳아야 될 텐데 그러려면 올해는 결혼을 해야 되지 않느냐, 자꾸 물으시는 것 같아서 좀 당황스럽다"면서 "(신당 창당을) 기대해 주시는 점은 감사하지만 (연말 신당 창당 선언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싱크탱크 '정책 네트워크 네일'의 송호창 의원(왼쪽)과 장하성 소장
금 변호사는 이어 "중요한 것은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 라고 생각한다. 저희에 대한 기대는 정치가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인데, 그것을 위해서는 먼저 충실히 준비하고 또 계획을 세워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신당 창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선거라는 것은 정치 세력화를 추구하면서 참여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내년 6월 선거는 전국 선거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금 변호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 의원이 중도 사퇴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 것과 관련해 정당 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가장 큰 패인으로 꼽은 적이 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신당 창당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적어도 연말에 부랴부랴 시작하는 것처럼 서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安, 지방선거는 신당으로 참여

안 의원 측 말대로 6월 선거에 참여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내년 봄에는 전국적인 창당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된다. 정가에서는 이를 역산으로 산출할 경우 연말부터는 조직적 움직임이 가시화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측이 주최한 포럼 행사에서 인사하는 안철수 의원과 손 고문
한 때 야권 일각에서 주창됐던 인터넷 정당이라던가, 중앙 조직과 지역 지구당 등을 없애고 사이버 공간에서 조직망을 형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정당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 여야 정당의 형태와 비슷한 모양을 갖추려면 적잖은 시일이 소요되는 게 사실이다. 정치적 스케줄을 역산할 때 6월 선거에 참여하려면 적어도 3월에는 광역시도의 조직이 갖춰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4월에는 지방의 세부적인 지구당 조직이 구성돼야 한다. 그래야 5월에 출마자 공천을 확정한 뒤 6월 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3월에 광역시도 조직을 갖추려면 1, 2월에는 발기인들을 모아 당명과 당헌, 당의 정책 노선과 당령, 지도부 선임을 끝내야 중앙당 창당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연말부터 움직이지 않을 경우 시간이 촉박하다.

물론 정가에는 정당을 급조하는 전문가들이 더러 있다. 이런 전문가들을 앞세우면 창당까지 뚝딱 한다면 한 달이면 가능하다. 과거에도 이런 예는 적지 않다. 하지만 새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안 의원이 이 같은 구 정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행태를 보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연말에는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애드벌룬을 띄운 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조직 골격 갖추기에 나설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의원 특유의 슬로우 템포와 연결 짓는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는다. 신 교수는 "연말 신당 창당설을 부인하는 안 의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는 안 의원의 습관이 언론 보도를 일단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리적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제3의 세력으로 안 의원이 전면에 서기 위해서는 연말부터 신당 창당 로드맵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안 의원 측의 신당 창당 시기와 관련한 부인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금명간 수도권 및 부산 등 영남권 실행위원과 호남권 2차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하는 등 전국 조직인 지역별 기획·실행위원회를 임명할 예정에 있어 창당준비위원회가 꾸려진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때문에 본인 및 측근들은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그를 지켜보고 있는 정치권의 적잖은 시선은 연말에 신당 창당이 어떤 방향과 모습으로 흘러가느냐에 온통 쏠려 있다. 오히려 정치권은 이미 안 의원의 창당 다음 단계를 계산에 넣고 수판알을 돌리고 있다.

신당, 여야 세력 흡수가 목표

안철수 신당에 과연 누가 참여하느냐가 신당 성패의 관건이다. 가장 관건은 역시 민주당 손학규 고문의 참여 여부다. 손 고문이 신당에 참여할 경우 그를 따르는 민주당 내 적잖은 전ㆍ현직 의원이나 원외 위원장들이 동시에 말을 갈아탈 게 분명하다. 또 민주당 내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친노세력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원외 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밀려난 정치 지망생들이 대거 옮길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안 의원 입장에서는 손 고문이 천군만마로 여겨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직 손 고문 측에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4년 후 대선이 사실상 마지막 승부처가 되는 손 고문 입장에서는 서둘러 안 의원 주도의 신당에 몸을 싣기가 부담이다. 만일 손 고문이 안 의원과 함께 손 잡았는데도 신당이 내년 선거에서 참패한다면 손 고문의 정치인생도 그냥 주저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손 고문이 없는 상태에서의 신당 출범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출신 지역으로는 영호남을 벗어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이나 강원 제주 지역에서, 이념적으로는 중도 스펙트럼 중심으로 좌우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인사들이 참여할 수도 있다.

창당 작업은 안 의원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장하성 소장을 중심으로 한 기획위원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획위원장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과 강인철 금태섭 변호사, 정기남 이태규 전 안 의원 대선캠프 간부 등이 핵심이며, 김성식 전 의원이 안 의원과 수시로 교감하며 외곽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정장선 전 의원의 합류 가능성이 점쳐지며 박선숙 전 의원의 복귀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전직 의원 중 친박계와 등을 돌린 구 친이계를 비롯한 중도 성향 인사와 민주당에서는 이념적 중도로 평가 받는 전직 의원들이 대상이다. 참신한 인사들의 합류도 중요하지만 중량급 전현직 의원이나 자치단체장들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어 안 의원 측은 양쪽 방향 모두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긴장 속 민주당, 벌써부터 '연대' 주장

신당 창당 움직임 소식에 가장 긴장하는 쪽은 민주당이다. 자칫 제1야당 지위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3자 구도로 선거전이 치러지면 새누리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는 계산에서다. 그래서인지 신당의 '신'자도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벌써부터 민주당에서는 신당과 연대해야 한다는 때이른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은 최근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개혁세력이 총집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안철수 신당을 만들던, 만들지 않던 호남에서만 민주당과 이른바 신당간의 각축전이 치열할 뿐 호남에서 한 발짝만 물러서면 상황은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 참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천 전 장관은 "안 의원과 신당이 잘 되길 바라지만 새누리당 세력이 워낙 강해 야권이 모두 뭉쳐도 될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다툼을 벌인다면 참패하고 말 것"이라며 "지금은 개혁정치세력이 하나로 똘똘 뭉쳐 어떻게 활로를 열어 나갈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안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니까 어려운 난관이 많이 있겠지만 창당이 되리라고 본다"며 "신당이 창당되면 새누리당과 야권은 분열되는 그런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으로서는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신당과 연합연대,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에 단일후보를 내는 것이 거대한 집권여당 새누리당에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민주당과 신당과의 야권연대 방식과 관련해 "호남에선 경쟁, 타지역에선 연대해야 한다"라는 구체적 틀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선거는 새누리당과 야권 1:1구도로 몰아가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지역에서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호남만은 새누리당이 그렇게 역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어차피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경기도의 경우 '1여 4야'로 선거를 치를 경우 패배가 불 보듯 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단일화를 해야 하고, 단일화 과정에서 경선 같은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은 다음달 초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제주지역에 '안풍(安風)'을 재점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의원 측 제주내일포럼에 따르면 안 의원이 특별강연을 위해 11월 6일 제주를 방문하는 데 이는 10월30일 재보궐선거 후 전국적으로 '안풍(安風)'을 일으키기 위한 전국 순회 첫 방문지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안철수 신당은 이렇게 내부적으로는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고, 외부에서도 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다음 단계를 상정해 놓고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염영남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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