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신당 서울시장 후보 '뜨거운 감자'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해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자 가장 몸이 달아오르는 쪽은 재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안 의원 쪽에서 후보를 낼 경우 재선 가도에 가장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박 시장은 최근 안 의원의 신당 창당에 이은 서울시장 후보 선정 문제와 관련, "안 의원이 그럴 수는 있고 정당의 자유이긴 하지만, 그러나 사람은 상식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크게 잘못해 '진짜 저 사람이 잘못됐다' 이렇게 생각하면 몰라도 내가 나름대로 잘해왔는데 새롭게 (후보를) 내게야 하겠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에 일종의 후보 불출마를 염두에 둔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그러나 안 의원 측 반응은 달랐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바로 다음날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전국적인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박 시장에게 각을 세운 뒤 "그런 차원에서 일단 전국적인 선거를 준비하면서 모든 지역의 정책과 적합한 후보들을 찾고 준비를 하겠다"고 사실상 박 시장을 향한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한 라디오에서 '안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고 서로 도와 가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건 제 소망일뿐"이라며 "안 의원하고 협력하고, 또 의논할 것"이라고 일단 한 발을 뺐다.

현 단계에서는 미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박 시장과 안 의원은 차기가 될 지 차차기가 될 지는 모르나 대권을 겨냥한 잠재적 경쟁자임에는 분명하다. 미래의 한 판 승부를 위해 이들은 바로 내년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대선 전초전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됐다. 정치 고비마다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던 둘 사이에 '어제의 동지는 내일의 적'이란 정치판 속설이 작용하는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염영남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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