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혐의 등 피소… 현주엽, 증거로 반박전 농구선수 현주엽 사기사건 관련자에 위증혐의로 피소직접 만난 협주엽 여러가지 증거제시하며 억울함 호소

90년대 한국 농구계를 평정했던 사나이가 있다. 한국의 찰스 바클리, 매직히포 등으로 불렸던 불세출 파워포워드 현주엽. 네 차례 무릎수술 끝에 결국 2009년 유니폼을 벗은 현씨는 이후 개인 사업에 매진하는 등 한동안 국내 농구계를 떠나 있었다. 그런 그가 세간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2011년. 친구의 소개로 만난 한 파생상품 전문회사 직원으로부터 17억원 규모의 사기를 당했던 것. 이듬해 현씨는 해당 직원의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피해금액 중 일부를 보상받아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그가 당시 사건에 연루됐던 한 사업가로부터 지난 5월경 무고 및 위증혐의 등으로 피소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주간한국>은 해당 사건 고소장을 단독으로 입수했으며 현씨로부터 피소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현씨는 피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도리어 억울함을 호소하며 혐의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양측의 입장을 토대로 그 자세한 송사 내막을 <주간한국>이 단독 보도한다.

애초 고소는 현주엽이 먼저

지난 5월 현주엽씨를 고소한 이는 부산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박 모씨다. 애초 고소는 현씨가 박씨를 상대로 먼저 제기했다. 지난 2010년 12월경, 현씨의 돈 17억원을 포함해 수 백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당사자인 삼성선물 직원 이 모씨와 함께 공모자로 박씨를 고소했던 것. 현씨가 제출한 박씨와 이씨의 녹취록, 그리고 현씨를 이씨에 연결해준 현씨의 동창생 황 모씨의 증언을 토대로 법원은 1심에서 사기행각 당사자인 이씨에 징역 4년형을 선고하고 현 씨가 공모자로 지목한 문제의 박씨에게 징역 3년 6월 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박씨는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박씨는 현씨가 제출한 녹취록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심에서 박씨와 이씨의 공모관계를 증언한 황씨가 돌연 2심에서 증언을 번복했다. 법원은 황씨의 변경된 증언과 녹취록이 위조됐다는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던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지난 5월 박씨가 제출한 고소장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박씨가 지난해 항소심 도중 위증죄로 현씨를 맞고소한 것. 박씨는 이어 무죄가 확정된 이후인 올해 5월 현씨를 상대로 앞서의 위증죄와 덧붙여 범인은닉죄, 무고죄, 사문서변조 및 동행사죄, 공무집행방해죄 등 갖가지 명목으로 고소장을 추가 제출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현씨와 박씨를 불러 한 차례 대질심문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죄 선고받은 박씨의 대반격

그렇다면 무죄까지 판결 받은 박씨가 끝끝내 현씨를 상대로 맞고소에 나선 내막은 무엇인가. 소장을 통해 밝힌 박씨의 주장은 대략 이러하다. 박씨는 지난 2001년부터 사건이 발생한 2010년까지 평소 알고 지냈던 삼성선물 직원 이씨에 선물투자를 했다고 한다. 이씨는 박씨 이외에도 현주엽씨 등을 포함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수백억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자산을 운용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러한 투자금 상당수는 돌려막기에 유용되며 결국 원금 자체가 소진된 것이다. 자신은 이씨의 공모자가 아닌 똑같은 피해자라는 것.

박씨는 소장을 통해 "현씨가 이씨에 폭행을 동반해 투자금 사용처를 추궁했고, 이에 이씨는 '사실은 박씨와 공모했고, 박씨에 선물수익금 형식으로 지급했다'고 책임을 내게 돌렸다"며 "현씨는 결국 자기 돈을 받아내기 위해 2010년 10월부터 한 달간 이씨와 함께 숙식하고 감시하며 자술서를 허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어 현씨가 조작된 녹취록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 무고 및 사문서변조, 공무집행방해죄를 저질렀고 법원에서 위증죄를 지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씨는 박씨를 이씨의 공모자로 지목해 고소했지만, 되레 박씨는 거꾸로 현씨를 이씨의 공모자로 맞고소한 것. 서로가 서로를 이씨의 공모자로 지목하고 있는 셈이다.

고소장을 제출한 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나는 사업을 하는 입장이고, 현주엽 씨 때문에 신용에 많은 피해를 봤다"며 "무엇보다 내 명예회복을 위해 이번 송사를 제기했다"고 송사 이유를 밝혔다.

현주엽 증거자료로 반박

하지만 이에 대한 현주엽씨의 반박도 만만찮다. 현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소사실은 맞고 한 차례 대질심문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무척 억울하다. 박씨의 주장은 말도 안 되며 그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수많은 자료가 존재한다. 직접 만나 밝히겠다"며 기자에 적극적으로 해명 인터뷰 의사를 밝혀왔다.

결국 기자는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현씨를 직접 만나 그의 해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실제 현씨는 한 상자 분량의 그간 재판자료와 녹취록 등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박씨의 주장에 대해 요목조목 반박했다. 기본적으로 현씨는 지난 2010년 12월에 제기한 송사에서 법원이 박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박씨를 이씨의 실질적 공모자며 범죄의 설계자로 지목하고 있었다.

일단 현씨는 박씨가 '현씨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이씨와 한 달간 숙식하며 허위 자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한 해당 기간 동안 자신의 해외 출입국 내역서와 투숙 기록 등 증거자료를 제시해가며 "난 박씨가 주장한 해당 기간 동안 해외에 출입하는 등 한 곳에 머무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현씨는 "당시 도피 중이던 이씨와 몇 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당시 이씨와의 나눈 대화 녹취록을 기자에 보여줬다. 지난 재판 당시 조작된 녹취록을 제출했다는 박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현씨는 "조작은 말도 안 된다"며 "작업을 의뢰 받은 속기사 사무소는 자신의 면허가 달린 문제다. 그들이 그렇게 쉽게 조작에 동의해 줬겠는가. 해당 사무소는 이에 대해 확인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라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현씨는 여러 주변 증인들의 녹취록, 이씨와 박씨 사이의 통장거래 내역(이씨가 박씨에게 선물수익금 형식으로 건너갔다는 현씨의 주장) 등 여러 가지 증거자료를 제시해 가며 자신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리고 현씨는 마지막으로 "결국 답은 감옥에 수감돼 있는 당사자 이씨가 알고 있지 않겠나. 이씨에게 물어보면 가장 정확할 것"이라며 자신의 입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결국 양측의 진실공방은 다시 한 번 법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송사를 제기한 박씨의 공세도 매섭지만, 이에 대해 갖가지 증거자료로 반박에 나선 현씨의 입장도 무척이나 강경해 보인다. 향후 법원 판결의 귀추가 주목된다.



한병관 기자 wlimodu@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