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재계 산업지도 지각변동30대 그룹, 지난 5년간 부동산업 가장 많이 진출방송ㆍ숙박 등 전통산업 손떼며 사업구조 고도화

한국 대기업 산업 지도에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30대 대기업들이 정보서비스업과 금융 등 신수종 사업으로 빠르게 영토를 확장했다. 반면, 통신업이나 방송업, 숙박업 등 전통적인 산업에서는 점차 손을 떼며 사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5년 사이 업종 16.7% 증가

최근 CEO스코어가 2008년 한국표준산업분류 체계가 개편된 이후 2012년까지 5년간 30대 그룹의 영위업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총 76개 업종 중 83%에 해당하는 63개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54개에서 16.7%나 증가한 규모다.

이는 2000년대 초 범현대가에서 분화를 완료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계열 분리 대기업들과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포스코, KT 등이 업종을 크게 늘리며 종합 그룹으로 변신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30대 그룹이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진출한 업종은 부동산업이다. 30대 그룹 내 90개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2008년(43개사)에 비해 2배 이상(109.3%)으로 늘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 매년 10개 이상의 기업들이 부동산업에 뛰어들어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부동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부동산개발업이 대부분이다. 삼성그룹의 송도랜드마크시티, 현대차그룹의 부산파이낸스센터에이엠씨, SK그룹의 리얼베스트, 롯데그룹의 롯데인천개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로 진출이 많은 분야는 정보서비스업이다. 2008년 10개에서 지난해 말 19개로 무려 90%나 늘어났다. 삼성의 삼육오홈케어, SK의 커머스플래닛, KT의 케이티뮤직, CJ의 미디어웹 등이 대표적인 예다. IT와 콘텐츠를 결합한 사업들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적극 진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위인 전기장비제조업도 17개 기업이 영위하며 2008년 대비 88.9% 늘었다. 삼성의 에스티엠(STM), 현대차의 에이치엘(HL)그린파워, SK의 에스케이모바일에너지, 포스코의 포스코엘이디, GS의 지에스나노텍 등 역시 규모는 작으나 신수종 사업들이다.

4위는 사업지원 서비스업으로 47개 기업이 참여해 88% 증가했다. 삼성의 휴먼티에스에스, SK서비스탑, GS리더, 롯데피에스넷, 포스코의 포스메이트 등 모기업에서 분리돼 주력 사업을 지원하는 업종이다.

5위와 6위는 각각 65% 가량 증가한 금융업과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이 차지했다. 투자회사와 카드사, 자산운용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리스업 등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전 후 설립돼 최근 5년에 걸쳐 계열 편입된 곳이 대부분이다.

반면 30대 그룹 15개 이상 계열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업종 중 영위업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업종은 통신업과 방송업이다. 각각 11.1%와 6.3% 줄었다. 이어 숙박업, 오락서비스업, 기계 및 장비제조업도 제자리걸음이거나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대우조선 업종 500% 증가

그룹별 영위업종은 2003년부터 10년을 조사한 결과 대우조선해양(2→12, 500%), 현대중공업(3→16, 433%), 부영(2→8, 300%), 현대백화점(5→13, 160%), LS(9→23, 155.6%), 현대자동차(11→26, 136.4%), KT(7→16, 128.6%) 포스코(11→21, 91%)등의 순이었다.

한우물만 파던 중후장대 업종이나 계열분리로 분화된 그룹들이 종합 그룹으로 면모를 갖춰가며 다방면의 업종에 진출한 점이 두드러진다. 반면 사업구조가 안정된 삼성과 LG, 두산, 한진, 대림, 영풍 등은 신규 진출 업종이 없거나 10개미만으로 변화가 크지 않았다.

대림과 영풍은 각각 10개, 14개로 지난 10년간 업종 변화가 전혀 없었고 한진(14→16, 14.3%) 두산(13→15, 15.4%) 등도 각각 2개 업종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삼성과 신세계 역시 각각 6개, 2개 업종을 추가하는데 그쳐 업종 증가율은 각각 27.3% 28.6%로 낮았다.

SKㆍGS그룹 최다 업종

지난해 말 현재 가장 많은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그룹은 SK와 GS였다. 무려 30개 업종에 진출해 있다. 업종이 많은 만큼 계열사 수도 각각 81개, 79개로 30대 그룹 중 CJ(82개)를 제외하곤 가장 많다.

이어 삼성(28개 업종) → LG(27개) → 현대차(26개) → 한화·CJ·동부(25개) → 롯데(24개) → LS(23개) → 포스코(21개) 등이 20개가 넘는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

이 기간 계열사 수 증가폭이 가장 큰 그룹은 대우조선해양으로 2개에서 20개로 무려 10배나 급증했다. 이어 KT(11→54, 390%), 현대중공업(6→26, 333%), 부영(4→16, 300%) 등은 300%가 넘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밖에 포스코(16→52, 225%)와 효성(16→48, 200%)은 200%이상, LS(17→49, 188%), 현대(7→20, 186%), 동부(22→61, 177%), 신세계(12→27, 125%), 롯데(36→77, 114%), 현대백화점(17→35, 106%), 현대차(28→57, 104%), CJ(41→82, 100%) 등도 계열사가 10년간 2배 이상 늘었다.



이홍우기자 l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