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약속 셋, 이행 점검반납 검토한다던 배당 결국 회장 지갑 속으로경영정당화 의지 의심"언제 기부하겠다고 딱히 정하진 않았다"

지금 국회에선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올해는 '국정원 사건' 외엔 이렇다 할 이슈를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국감에서 가장 굵직한 사안은 단연 '한진중공업 사태'였다. 당시 사태는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적 이슈로 비화돼 신문지면과 방송을 도배하다시피했다.

당시 조 회장은 국민들 앞에서 약속을 했다. 해고자 재고용과 경영정상화, 지역 주민 기금 조성 등이었다. 그로부터 2년. 결론부터 말하면 약속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로써 조 회장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공수표를 날렸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거짓말쟁이 회장' 오명

한진중공업 사태는 2010년 말 사측이 노조에 400명의 정리해고자 명단을 통보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전체 근로자는 2,000여명. 5명 가운데 1명이 해고되는 셈이었다. 사측은 해고의 이유로 지난 2010년 기록한 적자와 수년 사이 수주 공백 상태 등을 들었다.

졸지에 '해고자' 신세가 된 근로자들은 2010년 말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2011년 초부터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가세했다. 영도조선소 내 타워 크레인에 올라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곧 사태는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분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그의 출석을 결정한 날 해외출장길에 오른 때문이다. 당시 '도피성 장기외유'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조 회장은 해외출장 기간 중 2주 가량을 국내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회각계 각층에서 조 회장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성화를 몰래 숨어서 지켜봤단 뜻이다. 조 회장에게 '거짓말쟁이 회장'이라는 오명이 따라 붙은 것도 이때부터다.

그리고 이어진 청문회. 당시 조 회장은 '연기지침'이 담긴 대본을 들고 커닝을 하다 '거짓말쟁이 회장'이라는 별명만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당연히 정치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조 회장은 청문회장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엄청난 뭇매를 맞았다.

화들짝 놀란 조 회장은 언론에 나서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국민들 앞에 약속했다. 내용은 해고자 전원 재취업과 경영정상화, 배당금 반환, 지역 주민을 위한 발전기금 조성 등이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조 회장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조 회장, 결국 지갑 안 열어

먼저 가장 큰 논란이 된 복직 약속은 해결이 됐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말 해고 노동자 94명 중 92명을 1년9개월 만에 인사발령냈다. 정년퇴임을 한 1명과 재취업을 포기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 모두가 복직 대상이 된 셈이다.

그러나 사실상 정치권에 등을 떠밀린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한진중공업은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권고안을 수용하면서 정리해고자를 1년 내 재고용하기로 했다. 이를 어길 경우 사실상 기업 경영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영정상화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회사는 여전히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경영상의 문제는 생각처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세계 경기 불황이나 업황 부진 등 각종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서다.

문제는 조 회장이 경영정상화에 뚜렷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 회장은 청문회 당시 거액의 배당금 논란이 일자 2011년 지급받은 현금배당을 경영합리화 등을 위해 반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해에도 조 회장은 자신의 배당금 약 34억원을 모두 챙겼다. 회사 경영 합리화를 위해 지갑을 열겠다는 얘긴 결국 말뿐인 셈이다. 이를 두고 회사 안팎에선 조 회장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다.

발전기금은 결국 '헛구호'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을 위한 발전기금 조성 약속. 당초 이 약속에 대해선 비판이 많았다.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한 회사가 사회공헌기금을 내놓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사방에서 생색내기용 공약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예상대로 해당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유도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수주 물량이 없어 직원들 상당수가 유급휴가를 하고 있을 만큼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발전기금을 내놓을 여력이 없다는 게 한진중공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부는 회사가 흑자를 내고 잘 돌아가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현재 연탄 나누기 등 가능한 사회공헌활동을 빠짐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언제 기부를 한다고 정해 놓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조 회장의 약속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사이에선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상 조 회장의 약속은 공수표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번듯한 말로 상황을 무마해 놓고 막상 지갑을 열려니 아까웠던 모양"이라며 "조 회장은 국민들 앞에서 한 약속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