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 '朴心' 업고 고공비행 세 확산… 金, 긴장속 저인망식 '新파워' 확대여권내 김무성의원 독주속 7선의 서청원의원 대항마 급부상당권 도전땐 치열한 승부 예상서의원 '朴의 호위무사' 자처… 킹메이커 역할에 그칠수도김의원 비박세력 결집 영향력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경기 화성갑에서 열린 10ㆍ30 재보선에서 당선돼 여의도로 복귀함에 따라 새누리당 내 권력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른 전력 탓에 공천 결정 과정에서부터 서 의원에 대해서는 당 안팎의 잡음이 적지 않았다. 여권 핵심층에서 그만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청원 카드'를 밀어붙인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어떤 식으로라도 서 의원이 원내에 복귀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이 있었기에 그를 후보자로 내세운 것이다.

현재 당내에는 5선의 김무성 의원이 세를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 물론 김 의원이 한 때 친박계 좌장 역할을 했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선거대책본부를 이끌면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상당한 공을 세운 친박계 공신이다.

차기 주자가 뚜렷이 부상하지 않고,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큰 다선 중진이 없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무게중심은 자연스레 김 의원에게 쏠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 박 대통령과 일정 부분 거리감이 표출됐고, 아직 이 같은 앙금은 완전히 봉합되지는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김 의원에게 여권의 힘이 집중되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 그다지 반가운 뉴스는 아니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치러질 전당대회에서는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게 돼 있다. 지금의 역학 구도라면 김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마땅한 대항마조차 변변히 없는 다급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여권 핵심층이 고안한 히든카드가 서청원 전 대표였다. 서 전 대표가 당선되면 7선의 당내 최다선으로 민한당과 통일민주당을 거쳐 한나라당 대표까지 오른 경력을 앞세워 여당을 완전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더구나 서 의원은 미래연대(구 친박연대)를 이끌면서 박 대통령과는 오랜 정치적 우정을 지켜온 사이다. 서 의원의 원내복귀가 김 의원의 독주를 막기 위한 청와대 포석이란 시각이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실제 서 의원은 지역구 출마의 변에서도 지역보다는 중앙 무대에서의 역할론에 비중을 싣고 있다. 서 의원은 '실종된 정치 복원'을 언급하면서 "집권당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국회의 권능을 회복하는데 힘을 다하겠다"며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도록 돕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규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서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김 의원과 함께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는 핵심 친박을 아우르는 서 의원과, 비박계를 비롯한 핵심 라인에서는 벗어난 나머지 세력을 품에 안으려는 김 의원과의 세력다툼이 본격 시작되는 셈이다.

徐, 고공 비행으로 세 확산 주력

핵심 친박계인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근 서 의원의 당내 역할과 관련, "서 의원은 당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며 "여야 소통이나 당에서의 리더십 문제 등을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있고 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홍 총장은 "서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이 같은 전망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만일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최소한 당내 구심점 역할을 하다가 특정 친박 의원에게 힘을 싣게 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며 상왕 지위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서 의원 자신도 당선된 다음날인 10월3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국정을 원만히 수행하는데 울타리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이제 막 당선됐기 때문에 (향후 당내 역할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명확히 하진 않았으나 당권주자로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당내 주도 세력인 친박계는 들 뜬 모습이다. 서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조원진 의원은 "당청 관계에서 원활한 소통에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야 관계에서도 이번 선거를 계기로 상행하는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황우여 대표의 리더십이 수평적이다 보니 아무래도 집권 여당의 강력한 위상을 세우는데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당청관계에서도 약간의 마찰음이 발생하기도 했고 대야 관계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서 의원의 귀환으로 이 같은 정치적 아쉬움이 해소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서 의원은 연말까지는 당내 현안을 챙겨보면서 예산 국회에 올인 한 뒤 내년 정국부터 서서히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가장 큰 자산은 박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다. 이를 십분 활용해 친박계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청와대와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도 막역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금처럼 청와대의 일방통행 식 당 운영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정치권 성층권의 기류 변화를 유도하며 당내 세력을 위로부터 확보해 갈 것으로 보인다.

긴장 속 김무성, 저인망식으로…

당권 주자로 독주를 이어온 김무성 의원 측은 긴장 모드다. 김 의원은 4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뒤 지난 9월 근현대사 연구교실이라는 의원 모임을 통해 세 결집에 나섰으며, 이 모임에는 새누리당 의원 153명 가운데 1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신(新) 파워'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김 의원 앞에 서 의원의 출현은 분명 거대한 암초다. 청와대와 특수 관계인 서 의원이 김 의원 지지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가정하면 둘 간은 새로운 라이벌 관계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서 의원이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여권 지도부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 의원은 반대 방향으로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 밑으로부터의 세 확보 작전이다. 이는 지난 시절 '이명박 대 박근혜'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가 선택했던 길이며, 자신이 고배를 마셨던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오 의원이 썼던 전략이기도 하다.

어차피 당내 상층부는 박 대통령과 연이 단단한 친박 핵심들이 장악하고 있다. 김 의원은 변두리로 밀려난 친이계 의원을 비롯, 중도 소장파와 친박 중심권에서 멀어진 의원들에게 손을 뻗치는 방법뿐이다. 이 과정에서 한 때 정치적 경쟁자였던 이재오 의원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

위로부터의 서 의원과 아래로부터의 김 의원이 내년 전당대회서 맞붙는다면 승부는 예측불허다. 현재는 김 의원이 세가 크다 해도 서 의원이 본격적으로 청와대의 후원을 입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순간에 무게 추가 서 의원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영남세에 밀려 소외된 비영남 지역의 반응은 좀 다르다. 서 의원이 청와대만 믿고 대대적인 세 과시에 나서다가는 김 의원에게 뒤질 수 있다. 그간 당 대표나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당 바닥에 흐르는 민심을 읽지 못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 둘 간의 경쟁이 조기에 가시화될 경우 자칫 당이 양쪽으로 나뉘어 갈등을 양산해 낼 가능성도 있는 것이 청와대로서는 부담이다. 서 의원이 과거 여당처럼 물량공세를 앞세운 대대적인 세 확산 전략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

徐, 당권이 아니면 국회의장? 킹메이커?

하지만 서 의원이 그저 박 대통령의 '병풍'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실제 서 의원은 최근 "후배들과 경쟁할 생각이 없다"면서 "당 대표든 국회의장이든 박심(朴心ㆍ박 대통령 마음)을 따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의원과 양자 경쟁구도로 흐르는 분위를 차단하면서 다른 길에 대한 여지도 남겨 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 이인제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서 의원 복귀와 관련) 당내 역학구도에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서 의원이 막후 조력자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추측이 들어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와 같은 '원조친박' 그룹을 후원하는 선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서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지 않을 경우 선택은 두 가지다.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차기 당권이나 대권의 킹메이커로 자리매김하거나, 최다선을 앞세워 강창희 국회의장에 이은 후반기 국회의장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20대 총선 등 현정부의 명운을 가르는 선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복심과 다름 없는 서 의원을 무소속 명예직이나 다름 없는 국회의장에 서 의원을 앉히겠느냐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자연스레 당에 남아 박 대통령을 도울 수 있는 길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킹메이커로 선회할 경우 차기 당권은 김무성 의원 대 서 의원이 후원하는 친박 핵심인사로 귀결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최경환 원내대표가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이다. 김 의원 입장에서는 서 의원과의 맞상대도 부담스럽지만, 그가 후원하는 친박 핵심 정치인과의 대결도 호락호락하지 않아 걱정이다. 신중한 언행을 밟아가며 조금씩 세 확보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염영남 한국일보 논설위원

참여정부 출신 박명재 당선자 "이념 정체성 인정 받아"


염영남 한국일보 논설위원


경북 포항 남ㆍ울릉에서 당선된 박명재 의원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북도 부지사와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조언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 멤버 중 김용갑 전 의원이 총무처(현 안전행정부) 장관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해 관계가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것이 못내 부담으로 작용한 듯 그는 당선 소감에서 "새누리당 입당이 제가 보수를 지향했던 이념의 정체성, 본향을 찾았다는 의미가 있다면 이번에는 새누리당과 주민들로부터 그러한 나의 이념의 정체성을 확실히 인정받은 선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거 중에 제기됐던 '정치 철새'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당선 다음날인 10월3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행정 경험은 많이 있지만 초선의원"이라며 "정의롭고 선한 정치,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원하는 여당 정치인으로 첫발을 띠게 되는 이색적인 경력도 보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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