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조사'·'安신당'·'孫행보'… '삼각파도'에 휩싸인 '민주당號'친노 좌장 문재인의원 검찰 조사… 관련자 사법처리땐 '정치적 불똥'안철수 신당 조만간 골격… 민주당 일부세력 합류 가능성손학규 고문 연대땐 치명적 결과재보선 참패 맞물려 '사면초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늦은 오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文 조사’ㆍ’安 신당’ㆍ’孫 행보’삼각파도에 휩싸인 민주당號

친노 좌장 문재인 의원 검찰 조사, 관련자 사법처리 땐 ‘정치적 불똥’

안철수 신당 본격화, 민주당 일부세력 합류 가능성

손학규 고문 연대땐 치명적 결과

재보선 참패 맞물려 ‘사면초가’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오른쪽)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0월 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이 위기다. 총선과 대선 패배 이후 여태껏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있었느냐는 반문이 나올지는 몰라도 지금은 상황이 좀 심각하다. 자칫하다간 존립마저 걱정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어 당 내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먼저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ㆍ울릉 등 두 곳의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두 곳 모두 새누리당 우세지역이었다 하더라도 득표 차가 너무 크게 난 참패였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후퇴 논란과 국가정보원 및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댓글 의혹이 제기되던 차에 치러진 선거이기에 민주당은 은근히 경기 화성갑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민주당 득표율은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대선과 총선 때의 격차를 훨씬 상회한 수준이어서 충격은 더 컸다.

당 내부의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경기 화성갑 출마 후보로 거론되던 손학규 고문의 정치적 스탠스가 모호한 탓이다. 손 고문의 불출마와 관련해서는 당 내부의 일치되지 않은 목소리가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손 고문의 당선 및 원내 복귀를 달가워하지 않는 측에서 은근한 방해 작전에 나섰다는 의혹이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손 고문이 민주당 지도부 및 주류 세력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을 리 없다. 항간에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중인 신당에 손 고문이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손 고문이 안 의원과 손을 잡을 경우 민주당에게는 치명적 결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손 고문이 아니더라도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정치 지망생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옮아가는 자연적인 감소분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손 고문마저 이탈한다면 자칫 민주당은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이어 원내교섭단체도 채우지 못한 제3당으로 전락했던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이런 가운데 주류인 친노 세력의 정점인 문재인 의원이 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의혹과 관련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여부를 놓고 검찰 조사를 받았다. 문 의원은 2007년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회의록 생산과 대통령기록관 이관 과정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물론 회의록을 기록관으로 넘기지 않은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지만 초본을 삭제한 것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참여정부 관련자들이 사법처리될 경우 문 의원에게도 정치적 불똥이 튈 수 있다. 친노세력의 당내 입지도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 어쩌면 이를 계기로 친노와 비노 세력간 주도권 경쟁이 다시 촉발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공천권을 어느 쪽에서 보다 많이 행사하느냐는 차기 총선과 대선에도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여기에 통합진보당이 해산 심판을 앞둔 처지에 놓인 것도 악재다. 새누리당에 맞서 야권연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에 결정적 장애가 생긴 셈이다.

민주당으로선 내부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적지 않은 가운데 외부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끊임없이 핵심 인사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삼각파도 속의 민주당의 향후 항로가 험난하기만 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친노, 검찰 조사 촉각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 세력에게 이른바 사초(史草) 폐기 논란은 뼈아프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당내에 들어와 있는 일부 인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연히 문 의원에게는 힘 빠지는 결과다. 문 의원이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사실 이 같은 결과를 상정해 놓고 선수를 친 정치 공세란 해석이 적지 않다. 정치적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을 정부 기관의 대선 댓글 의혹을 통해 만회해 보겠다는 심산이 들어 있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신(新) 관권선거라고 주장하는 지난 대선의 정부 기관 개입 의혹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검찰과 군의 수사를 통해 이 문제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와 통합진보당의 해산심판 청구 등 다른 정치적 이슈에 의해 당장은 가려져 있는 상태다. 친노 입장에서는 사초 파고부터 원만히 넘어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 친노에게는 만만찮은 당 안팎의 문제가 남아 있다. 비록 전체적인 세 결집 차원에선 우위에 있더라도 김한길 대표 등 비노 진영이 현재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다. 당장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부터 밀릴 수도 있다.

안철수 신당이 출연하는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당 전체의 문제이긴 하나 친노에게는 더욱 불편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일단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매끄럽게 헤어지지 못했다. 안 의원이 사퇴했으나 성심성의를 다한 지원은 하지 않았고 투표 당일 미국으로 떠나면서 문 의원에겐 상처를 안겼다.

더구나 최근 문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친노계 홍영표 의원이 <야권후보 단일화 비망록>을 출간하면서 안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한 뒤 문 의원을 돕는 조건으로 신당 창당과 당의 전권을 요구했다는 등의 주장을 자세히 담았다. 또 “‘안철수는 이미 국민 마음속에 미래의 대통령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내용을 문 후보가 직접 발표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의원 측은 몹시 불쾌한 표정이다. 안 의원 측 금태섭 변호사는 “이 사람들(친노무현계)은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한 번도 없다. 이제 좀 지겹다”며 적의를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장면만 봐도 안철수 신당은 친노세력 입장에서는 새누리당과 다름 없는 정치적 라이벌로 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친노가 불안해 하는 부분이다.

안철수 신당 출현 임박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이 조만간 골격을 드러낼 것으로 여겨지다 보니 민주당의 마음은 바빠지게 됐다. 박지원 의원 등 중진들 사이에서는 호남에서는 신당과 민주당 후보들이 경쟁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후보단일화 등의 선거연대를 해야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다는 논리를 댄다. 하지만 신당 입장은 좀 다르다. 정치판을 확 바꿔야 존립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판에 어설픈 선거연대로 민주당과 손잡을 경우 유권자들에게 정치개혁이란 돌풍은 요원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래서 안 의원 측은 서울시장 후보도 내겠다며 한때 밀접한 관계였던 박원순 시장마저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다. 자당으로 오지 않으면 경쟁 후보를 내세워 낙마시키겠다는 으름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아직 박 시장은 민주당 고수를 주장하고 있지만, 막상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흔들릴 수도 있다. 실제 박 시장과 민주당의 연은 그리 깊지 않다. 공천을 받은 것도 아니고, 당적을 가진 지도 이제 겨우 1년 반 정도다. 친노나 비노 특정 인사와 정치적 유대를 가진 적은 더더욱 없다. 당장 헤어져도 별반 부채 의식을 가질 게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박 시장도 이럴진대 다른 지역도 다를 바 없다. 민주당 당적을 가졌다가 새누리당으로 옮긴 우근민 제주지사의 경우만 봐도 민주당의 현 주소를 알 수 있다. 유력 후보군이 민주당보다는 새누리당이나 안철수 신당으로 고개를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을 대놓고 비판할 수도 없다는 게 더욱 문제다. 일단 친노 세력은 안 의원과는 영원히 같이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비노들은 좀 다르다. 당 지도부나 야권 원로들은 나중에 다시 만날지도 모르니까 사생결단 식으로 척을 지지 말고 같이 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쪽이다. 신당을 그냥 놔둘 수도 없고 누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친노는 비판 일색으로, 신당은 민주당에 대한 포화 강도를 높이고 있다. 내분양상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망자 손학규는 어디로

비노진영에는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주축을 이루고는 있지만, 대외적으로 보면 2007년과 2012년 두 차례 대선 후보 경선서 2위에 그친 손학규 고문이 구심점으로 여겨진다. 당 내부의 지지 세력도 그렇지만 차기 대선 후보 경쟁을 감안하면 비노 진영에서 가장 앞서 있는 주자로 생각되기에 여전히 그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손 고문의 정치적 스탠스를 보면 지금의 민주당에는 그리 애정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친노인 문재인 의원과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미 멀어질 대로 멀어졌고, 지금의 지도부와도 예전의 반문(反文ㆍ반 문재인) 연대를 형성할 때와의 호감도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안 의원과의 만남에서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교감을 이뤘던 것이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물론 손 고문은 아직 어떤 정치적 태도도 유보하고 있다. 최근 신당 입당 여부에 대한 질문에서도 “하하 참 나…. 손학규를 어떻게 보고…”라고 웃음으로 넘겼다.

그러면서 그는 “손학규가 생각하는 것은 훨씬 더 원대한 꿈이다. 그저 어디서 자리 하나 차지하고 세를 이용해서 유리한 여건을 만들고 하는 건 내 머릿속에는 없다”며 “손학규 우습게 보지 말라, 이 얘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고문의 생각은 야권의 힘을 한 곳으로 모은 뒤 여기서 자신이 정점에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 같다. 여기엔 지금의 민주당에서도, 또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에 가더라도 비주류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때문에 손 고문의 정중동 스탠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이 민주당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둔 채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도 역시 민주당으로서는 불안한 상태를 지속시키는 한 요인이 된다. 이래저래 민주당의 위기감만 커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의 민주당이 험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당분간 고난의 세월을 보낸 뒤에…. 염영남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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