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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메이에르 분양자·임직원 피눈물 빼 모은 재산 어디에?

분양사기·임금체불 수백억… 회장 은닉자금 '정치권'으로 넘어갔나
종로타운 분양사기 100여 명 450억원 피해 임직원 400여 명 급여체불
지난 3년간 72억원 상당 정치자금 의혹도 제기돼
  • 정경태 르메이에르 회장이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분양사기 및 임직원 급여체불 혐의로 구속됐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1가에 위치한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정경태 르메이에르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정직과 신뢰로 회사를 이끌어왔다던 정 회장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가 수백명에 이르고 액수 또한 수백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이하 종로타운) 분양사기로 전 재산을 날린 피해 분양자들과 지난 3년간 급여를 체불당한 임직원들은 정 회장을 연일 강도 높게 성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을 구속한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은닉자금의 출처 및 행방을 어느 정도까지 발견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정 회장 재산중 일부가 정치 자금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경태 회장 구속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지난 4일 종로타운 분양자들로부터 분양대금 등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정경태 르메이에르 회장을 구속했다.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엄상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소명되는 범죄 혐의가 무겁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 정경태 회장
검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종로타운 내 오피스텔과 상가 100여호실의 분양대금과 이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 등 45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정 회장은 2010년부터 3년간 직원 400여명의 임금 72억여원을 체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신뢰 바탕으로 사업 키워

1951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경태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여러 사업에 손을 대보다 한방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건설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십수년간 분양판을 기웃대던 정 회장은 1990년 마흔 살의 나이에 르메이에르를 설립했다.

'최고'라는 뜻의 르메이에르(Le Meilleur)는 본래 부동산개발 컨설팅 업체로 시작했다. 르메이에르는 1992년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랴오닝성 안산시 등오특구에 공단을 조성ㆍ분양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정 회장은 1996년 르메이에르스타플러스(건물 관리 및 보수), 르메이에르 건설(시공) 등을 차례로 설립하며 회사를 키워나갔다.

르메이에르는 다른 건설사와 달리 직접 땅을 사들여 건물을 짓고 분양과 사후 관리까지 맡는 등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덕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건설사ㆍ분양사ㆍ관리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싸우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이는 회사와 정 회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로 이어졌다. 서울권 오피스텔의 경우 지을 때마다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 회사가 존립위기에 놓여 있지만 정경태 르메이에르 회장은 여전히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시 연희동에 위치한 정경태 회장 사택과 그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퇴직 임직원들. 주간한국 자료사진
자신 믿은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

그러나 정 회장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지난 3년간 처참할 정도로 무너졌다. 정 회장의 최대 역작인 종로타운에서 전 재산을 날린 분양자들과 지금껏 그를 믿고 따라왔지만 3년 동안 급여 체불을 경험한 임직원 모두 이제는 완전히 등 돌린 상태다.

정 회장이 피해 분양자들의 돈을 가로챈 방법을 간단히 풀어보면 이렇다. 르메이에르 영업직원들이 관리하던 고객들에게 종로타운의 정상 분양가보다 15%가량 낮은 가격에 분양해주겠다며 접근했다. 이에 솔깃한 분양자들은 좋은 상권과 해당 영업직원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분양대금을 납부했다.

보통은 이 과정을 마치고 등기가 분양자에게 이전되는 것으로 계약이 완전히 성사되지만 종로타운 계약과정은 조금 달랐다. 정 회장이 종로타운을 짓기 위해 군인공제회로부터 돈을 빌릴 때 채권자, 분양자들의 분양대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대한토지신탁에 맡겨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분양자가 분양대금을 대한토지신탁 계좌에 입금하면 소유권을 넘겨받는 방식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정 회장은 분양대금을 르메이에르 측 계좌에 이체하도록 해 돈을 가로챘다. 계약서에 종이를 덧대 계좌번호를 가리는 방식으로 분양자들을 속인 것이다. 대한토지신탁으로서는 분양대금이 넘어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소유권을 분양자에게 넘겨주지 않았고 결국 해당 상가들은 지난해부터 공매를 통해 매각되기에 이르렀다. 피해 분양자들로서는 분양대금을 완납했음에도 자신의 상가가 공매로 넘어가는 것을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 회장이 임직원들의 급여를 체불하는 과정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010년 11월부터 400여명이 받지 못한 금액은 72억여원에 달한다. 성과급, 계약보너스 등을 제외한 본봉만 그 정도다.

피해 임직원에 따르면 만원 단위까지 꼼꼼하게 직접 챙기는 정 회장의 성격이나 그동안 직원 복지가 좋았던 점 등 때문에 급여가 밀려도 차분하게 기다리는 임직원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 회장은 각종 사업의 성공이 머지않았음을 강조하며 차일피일 급여 지급을 미뤘다.

정 회장이 얘기한 사업은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사업과 이라크 석유사업 등 크게 두 가지다. 한 경리부 직원에 따르면 정 회장은 해당 사업들이 곧 성공할 것처럼 투자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사무실 한켠을 내주고 관련 서류뭉치를 임직원들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그러한 정 회장의 모습을 본 임직원들로서는 해당 사업이 성공만 하면 종로타운 분양문제이건 급여 체불 문제이건 한 방에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촌사업의 경우 평창 소재 토지 매입 당시 차입했던 금액의 이자를 내지 못해 2011년에 이미 사업권이 군인공제회로 완전히 넘어갔고 석유 사업 또한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한마디로 되지도 않을 사업으로 임직원들을 농락하며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정 회장은 구속되기 직전까지도 관련 사업들에 대한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다닌다고 임직원들을 속였다고 전해진다.

회장 주머니만 불려

종로타운 분양자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분양사기를 당하고 임직원들이 수십억원대의 급여체불을 당하는 동안 르메이에르의 경영상태 또한 엉망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르메이에르 및 르메이에르건설은 지난 2년간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으로 '의견 거절'을 받았다. 의견거절은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합리적인 증거를 얻지 못하거나 해당 기업의 존립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객관적인 사항이 중대한 경우 등에 해당할 때 기술된다. 증시에 상장된 회사가 의견거절을 당했을 경우 상장폐지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다시 말해 르메이에르 및 르메이에르 건설의 최근 상태는 최악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르메이에르 내부 관계자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분양대금, 차입금 등 외부로부터 자금이 들어올 때마다 정경태 회장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데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과거 르메이르의 경리이사를 맡았었던 관계자는 "회사 계좌로 돈이 입금됐다는 보고를 하면 그 즉시 비서진이 해당 금액을 인출, 정경태 회장의 계좌로 재입금했다"며 "계좌잔고가 항상 0원인데 어떻게 돈이 돌아갈 수 있겠냐"며 성토했다.

이를 감안할 때 정 회장이 챙겨간 돈은 최소 수천억원대였을 것으로 보인다. 르메이에르 측이 제출한 현금흐름표를 확인해본 결과 2011년 기준 르메이르와 르메이에르 건설의 단기차입금은 각각 322억원, 1,144억원에 달했다. 전 경영이사 또한 종로타운 한 곳으로 회사가 벌어들인 금액만 해도 3,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금액 대부분이 현금으로 전환, 정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갔음을 염두한다면 그는 이미 재벌 수준의 자산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연희동에 위치한 고급 호화주택에서 가사도우미를 부리며 살고 있는 점이나 타고 다니던 아우디 승용차를 최근 크라이슬러 승용차로 바꾼 점, 안동과 남원 일대에 여전히 12만㎡에 달하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정치권에 자금 넘겼나

일각에서는 정경태 회장이 챙긴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중견건설사인 르메이에르가 그간 걸어온 행보나 정 회장이 지니고 있는 정치권 인맥을 감안할 때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만약 검찰이 구속된 정 회장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해당 자금이 정치권 인사들에게 넘겨진 사실을 발견한다면 그 파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정 회장과 르메이에르가 지금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종로타운의 건설과 이라크 쿠르드 광구 유전개발사업 참여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가지 사업 모두 중견건설사에 불과한 르메이에르가 차지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정 회장의 정치권 인맥이 뒤를 봐줬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로타운이 위치한 서울 청진동 166번지 일대(청진6지구)는 본래 현대자동차 소유의 부지였다.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노른자위 땅으로 1980년대 초반 도심재개발구역으로 선정된 이후 대형 건설사들이 오래전부터 침을 흘렸지만 피맛골 보전, 유물발굴 문제 등으로 누구도 쉽게 차지할 수 없었던 곳이기도 하다. 중견건설사인 르메이에르가 2004년 해당 지역에 종로타운을 세울 수 있었던 배경에 당시 권력의 중심에 있던 인물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라크 쿠르드 광구 유전개발사업 참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사업성이 희미해진 상태이지만 한국석유공사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쿠르드 지역에서 5억배럴 가량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탐사 광구를 확보했을 2007년만 해도 해당 사업은 노다지라 불릴 정도로 전도유망한 사업으로 각광받았다. 당시 르메이에르의 자회사인 범아자원개발은 해당 컨소시엄의 9.5%의 지분을 차지하며 구설을 낳았다. SK이노베이션, 대성산업, 삼천리, 등 에너지사업 경험을 지니고 있는 여타 참여사와 달리 르메이에르는 해당 사업과 전혀 관련성이 없었던 까닭이다.

이같이 르메이에르가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따낼 수 있었던 배경과 관련해 정 회장이 광주제일고 선배라고 말하는 민주당 중견 정치인 L씨가 주목되고 있다. 정 회장은 공ㆍ사석을 불문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L씨와의 인연을 입버릇처럼 자랑해왔다고 전해진다. 또한, L씨는 정 회장으로부터 종로타운 스포츠센터 VIP 회원권을 공짜로 넘겨받아 최근까지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메이에르 관계자에 따르면 L씨가 넘겨받은 VIP 회원권은 시가로 5,000만원 상당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L씨의 처남인 K씨는 한때 범아자원개발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에너지사업과 관련한 경험도, 능력도 없는 르메이에르가 범아자원개발을 통해 쿠르드 광구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당시 K씨가 보유한 지분은 12%였는데 그중 6%는 매각하고 나머지 6%는 부인과 아들, 딸에게 각각 3%, 1.5%, 1.5%씩 나눠준 상태다.

또한, 정 회장은 3선 의원 출신인 J씨나 4선 중진인 C의원 등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채수일 전 르메이에르 부회장의 동생인 채수찬 전 의원을 통해 소개받아 맺은 관계를 지금껏 유지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르메이에르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임원회의 등 공적인 자리에서도 "J씨, C의원 등과는 영원히 함께 갈 사이"라며 "그동안 선거 때마다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는데 모른 척 하겠냐"고 수차례 언급해왔다고 전해진다.

그밖에 정 회장은 광주제일고 출신의 정치권 인사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의 J씨, 전직 의원 J씨, B의원, 현 정권 실세로 분류되는 K씨까지 인맥도 다양하다. 르메이에르 내부 관계자는 "정경태 회장은 평소에도 정치권 인맥이 넓다는 것을 자랑스레 말해왔다"며 "정치권 인사들과 자주 밥을 먹는다고 스스로 말하고 다니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한편, 광주제일고 출신 동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 회장이 사실은 광주제일고를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정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광주제일고 출신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광주서중ㆍ일고 총동창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 회장은 광주서중 41기는 맞지만 광주제일고 출신은 아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정 회장은 정치권 인사들에게 줄을 대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종로타운 5층(509호)에 '재경광주서중ㆍ일고총동창회'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전직 경리이사 출신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사무실은 정 회장이 기증한 것으로 분양가를 따져보면 6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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