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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안 찾는 젊은 여성들의 속사정

"힐끔대고 수군대지 않나 눈치 보여"
성경험 없어도 여성질환 걸리는데 아파도 병원 못 찾고 혼자서 끙끙
방치하다 증세 심해져 수술까지… 병 커질 때까지 증상 없어 정기진료 필수
산부인과는 '여성 토털 헬스케어 병원' 산부인과학회 "여성의학과로 개명 노력"
  • 전문의들은 산부인과를 찾는 게 부끄러워 자궁이나 질의 이상증세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병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혜영 기자lhy@hankooki.com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는 산부인과 의사다. '대통령 주치의는 내과의사'라는 공식이 깨지고 비(非)내과계 의사가 임명된 건 여성 대통령이라는 특성상 부인과의 진단ㆍ진료가 필수적인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성 건강을 관리하는 데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적격이다. 하지만 젊은 여성 상당수가 산부인과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20대 미혼여성 A씨는 올해 초부터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피가 나오는 증세로 고민했다. 원래 생리가 불규칙했던 A씨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생리통이 못 견디게 심해지고 생리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자 더럭 겁이 난 A씨는 뒤늦게 산부인과를 찾았다. 불임, 자궁외임신, 만성골반통 등의 원인인 자궁내막용종이 발견됐다. 용종 제거 수술을 마친 의사는 A씨에게 "다행히 개복수술은 피했지만 좀 더 일찍 병원에 들렀더라면 손쉽게 치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몸이 많이 약해진 탓인지 수술 경과는 좋지 않았다. 의사는 출혈 때문에라도 며칠간 휴가를 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A씨는 주변에 산부인과 수술을 받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직장동료 대부분이 남자인 데다 산부인과 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행여 이상한 오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는 "자궁이 아파서 수술을 받은 것뿐인데 괜스레 부끄럽고 민망했다"고 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여성질환으로 고통 받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지만 산부인과 진료를 제때 받는 여성은 드물다. A씨를 치료한 산부인과 의사는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거나 이상을 느꼈을 때 바로 병원을 찾았더라면 병을 키우진 않았을 것"이라며 "자궁질환은 병이 커질 때까지 증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인 진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산부인과에 대한 편견 개선되야

20대 초반 여성 B씨는 최근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병원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생리통이 심해져 상담이 필요했지만 병원에 들어서지 못했다. 행인들이 자꾸만 힐끔거리는 듯해 결국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고 말았다. 최근 남자친구와 처음으로 성관계를 맺은 C씨도 마찬가지. 성관계 후 일주일째 출혈이 계속됐지만 산부인과를 찾는 게 괜히 부끄러워 병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C씨는 남자친구에게 일주일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없으면 병원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다.

젊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진료를 회피하는 현상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최근 서울지역 여대생 503명을 대상으로 자궁 건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여대생 10명 중 1명(11.3%)은 성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경험 연령대는 20세가 33.3%로 가장 많았고 21세(24.6%), 22세(12.3%), 23세(12.3%), 19세(8.8%) 순이었다. 성경험이 있는 여대생의 40%는 질염과 비정상적인 냉, 비정상적인 질 출혈, 자궁내막증, 자궁경부암 등의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자궁이나 질의 이상 증세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관계 유무와 상관없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여성질환에 걸리는 셈이다. 심한 생리통과 비정상적인 생리주기가 가장 흔했고, 자궁과 질 염증의 감염 징후로 볼 수 있는 비정상적인 냉 및 출혈, 냄새, 가려움증과 같은 직접적인 증상을 경험한 경우도 상당했다. 그런데 직접 증상을 겪은 여대생 대부분은 산부인과 상담을 받거나 진료를 받지 않았다. 여성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 중 하나인 질이나 자궁에 이상증상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는 것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주로 성경험을 통해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성경험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의 감기'인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여성들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감기처럼 저절로 낫기도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자궁경부 상피내종양을 거쳐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산부인과 진료를 꺼릴까. 대한산부인과학회가 15~45세 여성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끄럽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조사 대상의 53%는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얻은 정보를 가장 신뢰했다. 산부인과 진료를 믿으면서도 정작 산부인과를 찾지 않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기철 이기철여성의원 원장은 "선진국 여성은 건강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부인과 진료를 받는 데 반해 한국 여성은 병이 심해져야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산부인과는 임신과 출산을 돕는 곳이자 여성의 건강을 지키는 곳이다. 여성 모두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보는 데 당당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젊은 여성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보수적인 편견에 물든 사회문화도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산부인과학회와 의사회는 산부인과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문제가 보고 이를 개선하려고 한다"며 "임신과 출산에만 초점을 맞춘 산부인과의 이름을 '여성 토털헬스케어' 의미를 포함하는 여성의학과로 개명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여성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몸을 자연스럽게 관리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며 초경의 날 행사 등을 진행하거나 산부인과 전문의가 직접 중ㆍ고등학교를 찾아 여성 건강에 대해 교육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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