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총장 취임 후 내부 조직 정리… 관·재계, 야권 칼바람 예고문제 많은 공기업 손볼 듯야권 성향 검찰 인사 인사조치 대상 떠올라야권관련 첩보 전방위 입수… 주요인물 정조준 소문

검찰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권을 비롯해 관ㆍ재계 등 전방위에 칼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검찰 내부에 대폭적인 물갈이도 추진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동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 인사가 일부에 국한됐지만 이번에 새 총장이 임명되면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총괄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복수의 청와대 소식통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검찰은 추진해 오던 기존의 기업수사는 그대로 진행하고 여기에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에 대한 수사를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검찰은 야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 일부에서는 이미 검찰이 특정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 수사 앞두고 긴장감

우선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의 향후 행보와 관련, 일반 사기업 수사에 이어 공기업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 14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은행회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조찬간담회에서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본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 공공기관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부채 문제를 엄격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이날 "공공기관이 과다 부채와 과잉 복지, 방만 경영으로 불신과 비난을 받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며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를 질타했다.

또 현 부총리는 "기업이 위기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도 임직원은 안정된 신분과 높은 보수, 복리 후생을 누리고 있다"며 "일부 기관은 고용을 세습하고 비리 퇴직자에게 퇴직금을 과다 지급하는 등 도덕성과 책임감을 망각하는 사례가 매년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공공기관이 사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해 국민 불신과 각계의 공분을 사는 지경이다.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아무리 지적해봤자 고쳐지는 게 없어 자괴감이 든다. 언론은 공공기관을 방만경영, 비리 등과 동의어로 취급한다"고 덧붙였다.

또 현 부총리는 "민간기업이라면 감원의 칼바람이 몇 차례 불고 사업구조조정이 수차례 있었을 것"이라며 "고착화된 방만경영을 금지하기 위해 과다한 복지 후생과 예산 낭비 사례를 면밀히 조사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경고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이런 상황과 관련, 일부에서는 "감사 등 조사를 통해 문제를 드러내고 관련자들을 징계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사정기관의 조사를 통해 사법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한다.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서는 "채 전 총장의 불명예 사퇴, 윤석렬 검사의 항명논란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미뤄볼 때 검찰이 인정사정없이 사정의 칼을 휘두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해 보인다. 검찰의 한 소식통의 전언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 소식통은 "검찰은 공기업 수장들을 비롯해 각 기관들의 비리 관련 정보를 상당량 수집한 상태"라며 "검찰 수장이 새로 임명된 이후 검찰은 사기업 공기업 공기관 등에 대한 수사를 대대적으로 시작할 조짐이다. 그리고 검찰 조직의 정비가 끝나는 시점에는 정치권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빨라지는 야권 핵심부 수사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야권에서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권 핵심부를 겨냥한 검찰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구체이고 빠르다고 판단해서다. 무엇보다 최근 드러난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수사가 야권 수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채 전 총장-윤석렬 부장검사로 이어진 사태의 후폭풍이 야권을 타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 등 사정기관이 야권 인사들에 관련된 각종 첩보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정원ㆍ경찰ㆍ검찰 등은 야권 인사들의 비리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느낌"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야권의 불안감은 검찰 소식통들에까지 전달되고 있다. 한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민주당의 핵심 A씨를 비롯해 여러 야권인사들의 비리 의혹을 들춰보고 있다. 비리 의혹뿐 아니라 형사 처벌이 가능한 각종 위법행위도 살피고 있다.

또 이 소식통은 "검찰이 일차적으로 사기업 공기업 등 기업수사와 관가 수사를 마무리한 뒤 야권 수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검찰은 조직 내부의 핵심인력을 재배치하고 그 다음 야권을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검찰 내부에 대대적인 감찰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구체적인 사실확인은 불가능하지만 일정부분 사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새 총장이 취임하면 그 다음 야권 성향이 짙은 인사들을 거의 대부분 인사조치할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다. 채 전 총장과 박지원 의원 간에 커넥션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검찰 내 야권인사 발본색원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청와대가 최근 일련의 사태로 향후 야권에 대한 검찰수사를 추진하기에 앞서 검찰 내부 야권인사 청산작업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여권은 현재 사정기관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유출로 규정하고 외부 특히 야권으로 흘러가는 정보를 차단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국정원은 이미 내부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작업에 착수했고 검찰은 새 총장 임명 이후 인사 조치 등을 통해 정보유출을 차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총장 인선이 이후 기업수사는 다소 느슨해지고 상대적으로 정치권을 겨냥한 공안수사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정원은 검찰과 공조해 공안수사를 더 활성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각종 동향 파악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야권의 한 인사는 "연말 이후 내년 초부터 지방선거를 겨냥해 청와대가 야권에 대한 다양한 감시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최근 특정 인사들을 이미 사정기관이 내사 중이라는 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지방선거에 출마할 계획인 호남권 인사들이 대상자라는 첩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소문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야권의 특정 인사를 내사하거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최근 수사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많은 논란이 야기됐기 때문에 야권 인사에 대한 비리 의혹 등이 있다 해도 본격적인 수사는 선거를 피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