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도 재심, 검찰 불리한 증언 나와주 전 회장 중형 선고받고 복역 중당시 주 전 회장에 불리한 증언한 당사자 재심서 말 바꿔"검사 위증 사주" 주장… 재판부 증언 채택 여부 따라 재판 결과 달라질 수도

단군 이래 최대 사기사건으로 꼽히는 'JU 다단계 사기사건'에 대한 재심 공판이 진행되면서 주수도 전 JU그룹 회장의 판결에 대한 재평가 조짐이 일고 있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희대의 사기꾼에서 공명심에 휘말린 검사의 허위ㆍ과장 수사에 희생당한 피해자가 아니냐는 이미지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재심 공판이 진행 중이지만 재판정 분위기가 주 전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마침내 쓰러진 오뚝이

주수도 전 회장의 별명은 '오뚝이'이다. 검정고시 출신으로 청년 사업가에서 정치인,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가 등을 거치며 인생의 굴곡을 수없이 경험한 까닭이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던 주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택한 길은 소위 '다단계'로 불리는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이었다.

주 전 회장이 1999년 5억5,000만원의 자본금을 들여 세운 JU네트워크는 설립한 지 불과 6년 만에 당시 1위였던 한국암웨이를 꺾고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의 정상에 올랐다. 기존 방식에 온ㆍ오프라인 매장을 총동원한 이른바 토털 네트워크 마케팅을 통해 라면, 세제, 기저귀, 로션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판매하겠다던 주 전 회장의 다짐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의 순간은 잠시였다. 소속 회원 14만여 명을 속여 부당이득을 챙겼다며(특정경제범뵈가중처벌법상 사기) 구속기소된 것이다.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무죄를 주장해봤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의 오명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결국 주 전 회장은 불법 다단계 판매로 2조1,000억원대 사기를 벌이고 회삿돈 28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2007년 징역 12년형을 확정받았다. 또한, 사기 혐의 외에도 언론인과 정치인에게 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도 기소돼 2009년 징역 10월이 추가, 현재까지 7년째 복역 중이다.

위증 고백으로 다시 법정싸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주수도 전 회장은 최근 재심 공판 중이다. 7년 전 원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섰던 A씨가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당시 허위로 증언했다"고 자백한 것이 재심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당시 관계자에 따르면 A씨가 지난 2006년 열린 원심 공판 당시 두 차례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한 "주 회장으로부터 수익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시중품에 비해 JU네트워크 상품의 가격이 4~5배 비쌌다" 등등의 내용이 허위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주 전 회장은 다시 판결을 받겠다며 법원에 재심청구를 냈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2월 재심청구가 한차례 기각됐지만 주 전 회장이 서울고등법원에 항고, 재심사유가 있다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뒤 서울동부지법에서 재심개시 결정을 받아낸 것이다.

서울동부지법은 "서씨의 증언은 재심대상 판결의 판단 근거가 된 구체적 사실 인정의 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재심대상 판결의 이유에서 증거로 제시된 '증인 A씨의 법정진술'은 주 회장의 '죄로 되는 사실'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된 증거에 해당한다"고 재심사유를 밝혔다.

"검사가 위증 사주했다"

일반적인 경우, 재심을 한다고 해도 원심의 결과가 뒤집어지거나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결과는 조금 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원심의 검사가 증인들에게 위증을 부추겼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열린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C씨는 'JU 다단계 사기사건'을 맡았던 D검사가 "증언만 잘 해주면 (주수도 회장과) 합의를 주선, 책임지고 보상을 받아 주겠다"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21일 열린 공판에 출석한 증인 A, B씨가 제기했던 '검사 위증 사주설'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다.

C씨의 증언에 따르면 D검사는 출석 전의 증인들을 검사실로 2~3차례 불러 주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언을 연습시켰다. D검사가 증인들과 입을 맞춘 내용은 ▲JU네트워크의 사업설명이나 화상회의를 담은 녹화테이프에서 보장성 발언을 강조할 것, ▲JU네트워크의 상품이 시중에 유통되는 동종 상품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고 증언할 것 등이었다.

심지어 C씨는 D검사가 질문할 내용을 녹화테이프나 녹취록, 전산자료 등에서 미리 확인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사실여부를 미처 확인하지도 못한 내용임에도 D검사가 미리 작성한 '모범답안'을 외워 증언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 전 회장 변호인 측에 따르면 당시 C씨가 증언한 내용 중에는 사업설명 녹화테이프 및 녹취록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

C씨는 D검사의 증언 조작 지시에 따른 이유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받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C씨는 "(주수도 회장에게) 2,000억원 비자금이 있으니 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D검사의 말을 믿고 생업을 포기한 채 1년 동안 울산과 서울을 오가며 재판에만 매달렸었다"며 "그러나 결국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이용만 당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C씨와 같은 진술을 하는 증인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주 전 회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검사가 핵심 증인들에게 위증을 사주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재판이 진행된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하급심 재판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정의 분위기도 이를 뒷받침했다. C씨가 위증 당시 정황과 내용을 밝힐 때마다 재판정은 검찰 측에 불리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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