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앞장서고 영남 뒤에서 밀고… 지방선거 돌파… '충청 대망론' 도캐스팅보트 충청권 표심 잡기… 새누리당 충청 인사들 앞장의석수 조정·충청 차기대권 등 민감한 사안 '밀어붙이기' 나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51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 내빈으로 참석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여권 내 충청권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우리 정치 구조가 영호남의 극단적인 지역구도가 고착화한 상태에서 이젠 충청권이 전면에 나설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여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이 텃밭인 새누리당과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민주당과의 여야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 분명한 만큼, 캐스팅보트인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이 지역 출신들이 앞장서 당을 진두지휘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이른바 여권의 '경충연합'(慶忠聯合) 전략이다.

이는 충청 텃밭 정당이었던 자유민주연합과 그 후신 격인 선진당이 잇달아 새누리당과 합당하면서 이 지역에서 여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됐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 보다는 새누리당의 충청 출신 인사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충청권 출신 정치인들이 들썩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인구 문제다. 지난달 기준으로 충청권 인구수는 526만8,000여명으로 호남(525만900여명) 인구를 추월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이젠 영남에 이어 충청이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올라선 것이다. 물론 자연증가분 외에 충청권 도시 개발에 힘입어 수도권이나 영호남 등지에서의 유입 인구가 늘어난 것이지만, 어쨌든 충청 출신 여당 의원들은 이를 계기로 의석 수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등 정치권 내부에서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이와 관련 충남 보령 서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충남 부여ㆍ청양이 지역구인 을 당 대표, 충남 논산ㆍ계룡ㆍ금산이 지역구인 을 국회의장 등의 요직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더구나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는 서청원 의원도 충남 천안 출신이고, 현 강창희 국회의장의 지역구도 대전 중구며,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김용환 전 의원의 고향도 충남이다.

충청도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인구 비례에 따른 선거구 재조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충북 진천 출신의 정우택 의원은 "충청권이 정치적 의사 형성이나 대한민국의 국가 발전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겠다는 게 충청도민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며 "중부권 역할론이 더 발전되면 대망론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與, "충청 앞세우면 선거 필승"

새누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충연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한 현실적 이유가 충분하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충청권 광역선거에서 전패했다. 또 충청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장도 민주당에게 넘겨줬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를 이겼지만 전체적으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선거였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박 대통령은 충청권에서 문재인 의원을 누르며 승기를 잡은 바 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충청권을 잡지 못하면 전국단위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절박감이 지금의 경충연합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영남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충청이 뒤를 받쳐주는 식으로는 충청 표를 완전히 흡수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영남 표가 크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이젠 충청이 주도하고 영남이 뒤를 받쳐주는 구도로 판이 짜 져야 지방선거의 압승이 가능할 것이란 논리다. 이 때문에 충청 인사들의 전면적인 부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완구 의원
여기에다 충청권에서는 은근히 다음 대권은 자기 지역에서 나오길 희망하고 있다. 이젠 영호남을 넘어 충청 출신 인사의 대권 창출이 이뤄질 때란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충청이 주도하는 새누리당으로 탈바꿈시켜 압승을 거두면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충북 출신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온 것도 이 같은 충청 출신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경충연합'에 대한 당 안팎의 거부감도 만만찮아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지역 중심의 정치로 회귀한다는 비판이 나올 경우 오히려 수도권에서 더 많은 표를 잃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의 정치 셈법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이유다.

與, 이인제 정우택 이완구 앞장

충청권 여당 의원 중 6선의 의 행보가 가장 활발하다. 이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당 소속 의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이 설립한 한반도 통일연구원의 정책토론회를 주관했다. 또 의원 30여명과 함께 출범시킨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도 주도하며 통일을 화두로 세 규합에 나서고 있다.

국회의장 추대 가능성에 대해 이 의원은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단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의원 주변에서는 "국회의장보다 더 큰 꿈을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한다. 현정부 출범에 적잖은 역할을 한 공신이기에 1인지하 만인지상인 총리 자리를 거쳐 대선에 도전하는 길을 바라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인제 의원
충남 지사 출신의 3선의 은 최근 유기준·윤상현·홍문종·주호영 의원 등과 함께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발족했다. 이 의원은 이 모임에 대해 "계파 별 대립 없이 합심이 핵심"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친박 핵심 의원들의 결성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반 김무성 세력'이란 것이다.

이 의원은 차기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찰 간부와 도백 등을 역임한 이 의원도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총리 자리를 마음에 둘 수 있다. 이미 그는 지난 정권에서도 총리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이 의원도 역시 충청권 대망론을 키워가는 주자 중 한 명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충청 정치인은 정우택 의원이다. 충북 지사 출신의 3선 의원에 현재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정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충청권 서울시장 후보'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정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남 후보가 나오면 충청 표 이탈이 우려되지만, 충청 후보가 나오면 영남과 충청권의 결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반드시 (서울시장에) 나가라고 한다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은근히 내심을 밝히기도 했다.

정 의원은 권력의 3대 추인 장관-도지사-국회의원을 모두 역임해 정치권의 몇 안 되는 대권 커리어를 갖춘 인사다. 또 농림부 장관과 신민당 총재 권한대행을 역임한 정운갑 전 의원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이들 세 의원에다 지역구는 경기 화성갑이지만 충남 천안 출신인 서청원 의원도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전면에 나설 태세다. 지금은 무소속이지만 내년 하반기에 교체되는 원조 친박계인 강창희 국회의장도 대전 출신이다. 이들 충청권 여당 인사의 광폭 행보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 확실하다.

충청권 국회 의석수 조정 움직임

충청권 의원들의 의석수 조정 움직임도 정가의 뜨거운 감자다. 충청권 의원들은 인구수는 적지만 의원수는 오히려 많은 호남 등을 예로 들며 충청 지역의 상대적 불평등을 주장하며 선거구 조정 논의를 주장하고 있다.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쪽은 당연히 의원 수가 많고 현정부의 후원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충청 의원들이다.

지난 12일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 20여명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정우택 의원은 14일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또 인구비례에 따른 의석수 재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도 공동 발의 할 태세다.

정 의원은 "현재 충청권의 인구는 526만8,000여명인데 의원 수는 25명에 불과하고, 충청권보다 인구수가 적은 호남권의 의원 수는 30명에 이른다"며 "이는 헌법 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은 물론이고 충청권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도 지역 반발을 의식한 듯 "표의 등가성과 형평성 부분을 짚다 보니, 호남을 예로 들었는데 이는 호남의 의석수를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즉 현재 300명인 의원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인구비례에 따라 전체적인 지역 의석수를 조정하자는 주장이다.

실제 올해 5월부터 충청의 인구수는 호남 인구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10월 말에는 충청권(세종·대전·충남·충북) 인구가 526만8,108명으로 호남권(광주·전남·전북) 525만979명보다 1만7,129명 많아졌다. 하지만 의석수는 충청권이 25석으로 30석인 호남에 비해 5석이 적다.

시도별 인구수와 도농 간 편차에 따라 지역구를 재조정할 경우 의석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시ㆍ도가 생겨날 수 있어 득실에 따라 정치권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호남 출신 정치인들은 겉으로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지역구 조정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벌써부터 이 문제를 제기한 충청권 의원들이 괘씸하다는 표정이다. 중앙 권력 재편을 위해 호남 정치권을 희생시키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2년 6개월여 남은 현 시점에서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주장이다. 여기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은 단순히 인구비례에 따라 이뤄지지 않고 여·야간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진행된 측면이 있는 것을 충청권 의원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불만도 섞여 있다.

어쨌든 충청권 여당 의원들은 요즘 지역구 조정 문제를 거론하고, 당내에서는 국회의장과 대표 자리를 넘보면서 나아가 차기 대권까지 바라고 있다. 그만큼 정치권에서 발언권이 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여권이 이번 지방선거를 '경충연합'으로 치르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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