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정당 창당은 누구에게나 자유다. 해방 이후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수많은 정당들이 창당되었고 사라져갔다. 그러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양당제가 구축되어 왔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양당제를 깨트리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으나 명멸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이유는 이들 제3당의 시도가 장기적인 비전이나 새로운 정치 구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눈앞에 둔 총선이나 대선을 위한 '즉석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정당은 선거에서의 실패로 정당 존립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강제 해산되거나, 미약한 성과로 말미암아 거대 정당에 합당되는 신세를 겪고 말았다. 그동안 박찬종, 이인제, 정주영, 이회창 등이 강력한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제3정당 창당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섰지만 낙선과 함께 정당의 존립 기반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거대 정당인 양당제는 정치의 효율성 면에서나 정치 발전의 면에서 국민적 공감대는커녕 실망과 분노를 거듭하게 하고 있다. 국민들은 총선을 맞이할 때마다 '이번 국회에서는 괜찮겠지, 이번에는 국회에서 싸움박질하지 않겠지' 하고 기대하면서 '혹시나'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총선을 거쳐 새 국회가 열릴 때마다 향상된 정치 행태보다는 후진적인 정쟁의 형태를 보여주기에 급급하고 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공중부양에다 최루탄이 난무하고, 국회 문을 드릴로 뚫고,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경호 차량을 발로 차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종북 좌파들은 선전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들은 경제가 어려워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

국민들은 식상해하고 분노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간절하게 바라고 기대하여 왔다. 하지만 양당을 제외한 무수한 정당들의 시도가 있었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는 고사하고 대안정당의 이미지조차 주지 못하고 선거만을 의식하는 정당으로 비쳐져 지지를 보내는데 인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거대 정당인 양당 중에서 좋아하는 정당이 아니라 덜 싫어하는 정당을 택하는 기이한 투표 형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여당과 제1야당은 국민을 의식하여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상대 정당을 국민들이 더 싫어하게끔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당이 무엇인가. 정당의 목적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창출하여 올바른 정치로 국민들이 잘 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정당이 펼치는 정치는 국민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정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정쟁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지쳤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민 의식이 표출된 것이 '안철수 현상'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은 대중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으면서 여러 가지 형태로 발현되기는 했으나 정당으로 발전하여 국민들의 의식을 한데 묶어 정치적인 폭발성을 보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3정당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과 상황은 충분하다. 이제 국회와 정치는 품격은커녕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양당제에 의한 정치행태는 국민의 분노와 실망으로 스스로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 국민들은 선거라는 기회를 통해 크게 한 번 혼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제3정당이 성공하려면 개인의 인기를 가지고 집권을 모색하거나 권력에서 소외된 정치그룹들의 한풀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제3세력과 정당은 기득권에 대한 개혁과 혁신 그리고 정치적 수요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정치 범위의 확대,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정책 제시, 경제적 불평등과 소외에 대한 치유, 남북문제와 냉전체제의 해제에 따른 이념의 다양성을 수용할 정당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이처럼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수권정당으로의 면모를 갖추어 대안정당으로서 국민들이 인정하도록 할 수 있느냐에 제3정당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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