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중진 A '특사' 둔갑 노림수?

지난 11일 한 중앙일간지는 박근혜정부가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대북 특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해당 언론사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정부 고위관계자가 10일 "홍 상임의장이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 박근혜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안다. 정부 내에서 구체적 추진 일정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정부는 북측이 우리측 특사 파견을 수용하면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공개적으로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 보도는 남북관계가 남북 장관급회담ㆍ이산가족 상봉 무산 이후 좀체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미ㆍ중 주도의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과 미ㆍ일 안보동맹이 강화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더구나 홍 상임의장은 지난 7일 민화협 주최 포럼에서 "남북관계가 갑갑하게 가고 있다. 개성공단 문제를 풀고 난 다음에도 흐름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남북관계가) 빨리 제자리를 잡고 속도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특사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홍 상임의장의 대북 특사설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와 원칙 있는 남북관계에 근거해 북한을 일관되게 상대해 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을 가져왔다.

청와대는 즉각 '특사설'을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도 다음날인 11일 "북한을 방문하고자 하는 단체는 많지만 방북 결정은 관련 부처가 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대북 특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 상임의장도 박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검토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민화협은 민간기구다. 민간단체의 그걸 갖고 특사로 해석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홍 삼임의장의 대북 특사설의 실체는 무엇일까?

국내와 중국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민화협 관계자가 베이징에서 북한 측과 접촉을 시도한 일이 있다고 한다. 홍 상임의장은 지난 10월 초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에 취임한 이래 '연내 북한 방문'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어 민화협 관계자의 베이징 움직임은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홍 삼임의장과 민화협 관계자의 베이징 행보를 박근혜정부의 '특사'와 연결시키는 것은 사실과 다른 확대해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 수 접고 특사를 보낸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제 막 취임한, 그리고 너무 알려진 민화협 상임의장을 특사로 보내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도 뒤따른다. 오히려 민화협의 대북 접촉이 사실이라면 기구의 본래 취지에 따라 남북 민간교류를 위해 순수하게 북측과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정치권 소식통과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특사설'은 야권의 중진 정치인 A씨의 작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권에서 정보통으로 알려진 A의원이 자신의 정보 라인을 통해 민화협 관계자의 대북 접촉 움직임을 접하고 이를 '특사'로 둔갑시켜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A 의원이 '특사설'을 흘린 것은 박근혜정부의 대북 접촉을 차단시키기 위한 것으로 실제는 박 대통령의 대북 프로젝트와 관련한 선물보따리를 탐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이 선물보따리는 남북관계 개선, 궁극적으로 남북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데 사용될 것으로 남북 접촉이 본격화되면 국내 정치권에 나눠 줄 몫이 없기(줄어들기) 때문에 A의원이 선수를 쳤다는 말도 들린다.

'특사설'의 사실 여부를 떠나 언론 보도로 인해 홍 상임의장의 방북은 무산되고 말았다.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홍 상임의장 대북 특사설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정치권의 물밑 대결은 거칠게 진행되고 있는 게 드러난 셈이다.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