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수사 통해 MB정권 비리 사정

KT 올레캠퍼스가 입주한 서울 서초구 동익빌딩 전경
검찰이 KT와 이석채 전 회장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검찰의 KT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KT수사가 이 전 회장의 사퇴로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검찰 주변 소식통들의 관측에 따르면 검찰은 KT수사를 당초 계획했던 그대로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 전 회장과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전 정권 비리를 사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KT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전 정권 핵심인사들의 측근들과 자신의 측근에 특혜를 줬다고 판단, 이 부분을 집중 수사 중이다.

떨고 있는 이석채와 측근들

검찰은 KT가 이석채 전 회장의 친척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부풀려 평가하려고 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 중이다.

지난 11월 2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양호산 부장검사)는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 인수에 관여했던 회계법인 관계자와 KT 임직원 등을 최근 불러 조사했다.

이석채 전 KT 회장. 주간한국 자료사진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KT가 회계법인에 '사이버MBA의 가치 평가는 135억원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예전에 실사를 맡겼던) 회계법인과는 다른 시각에서 보고서가 작성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관련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사이에 이 전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사이버MBA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이자 이 전 회장과 8촌 관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지분 9.7%를 보유해 3대주주로 있던 회사로, KT는 지난해 7월 77억여원에 이 회사 지분 50.5%를 인수했다. 당시 KT는 유 전 장관이 보유한 일부 지분을 포함, 총 42인의 주주로부터 주식을 인수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KT가 사이버MBA를 적정 가격보다 비싼 값에 인수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서유열 KT 커스터머 부문장(사장)도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임원들의 임금을 과다 계상해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와 관련해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 사장에 대해서도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KT 측에 미국에 체류 중인 서 사장을 귀국시켜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 사장이 귀국하는 대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서 사장은 2009년 KT에서 노무관리 임원을 맡은 바 있다.

서 사장은 KT 내에서 '영포라인'의 핵심으로 통하던 인물로 지난 7월 돌연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관계 인사와 친분이 두터운 서 사장에 대한 소환 통보로 이 전 회장의 전 정부 관련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영포라인 핵심인물 서 사장

서 사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임박하면서 그와 관련, 여러 말들이 들리고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서 사장은 KT내부 핵심인물로 분류되고 있지만 실제 핵심은 서 사장의 친형인 서모씨다. 서씨가 서 사장의 배후라는 것이다.

서씨는 MB와 동지상고 동문으로 이 전 사장과 친MB인사들을 연결시키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사장과 서씨는 경주 출신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포항이 고향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영포라인과 매우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는 동생 서 사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임명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씨는 이 전 회장에게 MB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소개시키고 그 외에도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소개시켰고 이 과정에서 서 사장은 전무-부사장-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서씨가 이 전 회장에게 정치적 도움을 주면서 KT의 각종 이권을 챙겼다는 말이 파다하다.

검찰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이 전 회장이 박근혜정부 들어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서씨를 통해 정치권에 구명 로비자금을 뿌렸다는 소문도 있다"며 "서씨는 이 전 회장의 구명을 위해 새누리당 핵심 A씨와 국민적 신망을 얻고 있는 고위 공직자 B씨에게도 로비를 했다는 말도 들린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또 "이 전 회장은 황교안 장관과 같은 법무법인 태평양에 근무한 적 있다"며 "이 때문에 황 장관의 아들이 KT법무팀에서 근무하고 있어 이를 두고 이 전 회장이 황 장관에게도 다리를 걸쳐놓은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전 회장이 'KT 올레캠퍼스'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KT는 2009년 12월 서초동 교대역 사거리에 있는 동익빌딩에 KT올레캠퍼스를 설치하고 유무선 통합서비스의 테스트 베드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KT가 교대 부근에 별도의 사옥이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비용을 들여 KT 올레캠퍼스라는 별도 사무실을 마련한 것이 석연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KT올레캠퍼스를 설치하면서 인테리어 비용과 이전비, 임대료 등 500억원 정도의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며 한 해 관리비와 임대료만 1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 전 회장이 거의 매일 이곳으로 출퇴근하며 동익 측과 모종의 거래를 공모한 것 아니냐는 검찰 내부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동익빌딩의 소유주는 동익건설인데, 이 회사의 박성래 사장과 이 전 회장은 서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검찰은 이 KT올레캠퍼스에 대해 "동익 측이 자금 확보를 위해 KT를 입주시켰고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과의 검은 거래가 있었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동익건설 빌딩에 KT가 5년간 임대보증금 210억원을 투자하고 고액의 임차료를 지급하면서 임차한 것이 어떤 필요에 의해 진행된 것인지 살피고 있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거액을 지불하면서 임차할 이유가 특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KT 소유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하고 높은 임대료를 지급해 회사에 869억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 ▦지하철광고사업 '스마트몰'사업을 불리한 계약 조건 아래 추진해 60억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 ▦콘텐츠 업체 사이버 MBA 인수와 자회사 KT OI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37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3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해 검증해야 할 자료가 많아 수사를 11월 중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포착한 비자금 조성 의혹과 정관계 로비 정황 등을 연말까지 진행해 KT 관련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