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기업 중 6곳 보수 대폭 삭감전체의 절반 이상 하락 총수 일가 등기임원으로 있는 기업 하락률 높아서경배·조양래 회장 보수 무려 70% 이상 감소해

왼쪽부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지난해 등기임원에 5억원 이상의 보수를 지급했던 기업들 중 60% 정도가 올해 보수를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나 가족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기업들 중 상당수의 등기임원 보수가 작년의 절반 수준 밑으로 급감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보수공개 회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다. 또 계열사 법정관리로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 동양그룹을 비롯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총수들에게 고액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예상된다.

총수 일가 하락율 높아

최근 재벌닷컴이 지난해 등기임원 보수 5억원 이상을 기록한 219개 기업의 12월 결산법인(상장사 190개사, 비상장사 29개사)을 대상으로 올해 1~9월 누적 지급 보수액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56.2%인 123개사가 작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율별로는 ▦10% 미만 42개사 ▦20% 미만 22개사 ▦30% 미만 14개사 ▦40% 미만 15개사 ▦50% 미만 10개사였다. 지난해의 절반 밑으로 보수가 낮아진 곳도 20개사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보다 오른 곳은 92개사, 지난해와 같은 곳은 4개사였다.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으로 있는 기업들의 보수 하락율이 높았다. 특히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한국타이어월드는 지난 9월 말까지 지급액이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70% 이상 감소했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등기임원에게 지급된 1인당 평균 18억2,900만원의 보수 중 80%에 해당하는 14억4,400만원을 9월 말까지 지급했다. 그러나 올해는 4억1,500만원에 그쳐 무려 71.2% 급감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도 지난해 연간 등기임원 평균 보수 19억500만원의 70% 규모인 13억3,300만원을 9월 말까지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 3억9,300만원에 그쳐 70.5%나 감소했다.

대기업 계열사별로는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30억원을 넘었던 SK텔레콤, CJ제일제당이 60% 이상 하락했다. LG생활건강, SK네트웍스, GS건설, STX조선해양, E1, LG화학, LG상사, 에스원 등의 하락율도 50%를 넘었다.

지난해 20억원대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를 기록했던 네이버와 엔씨소프트도 50% 이상 감소했다. 이밖에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등기임원 보수를 기록했던 기업들 가운데 삼성물산, 기아자동차, 현대상선, SKC이 30% 이상, 현대카드, 신세계, 한화건설은 20% 이상 하락했다.

삼성 현대차 보수 상승

반면,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고액 보수를 지급한 기업들 중 올해 등기임원 보수가 상승한 곳도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52억100만원의 보수를 지급한 삼성전자는 올해 9월 말까지 지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늘어났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9월 말까지 지급된 등기임원 보수가 지난해보다 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 22억9,900만원보다 올해 연간 보수 지급액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난에도 총수 퍼주기

이런 가운데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그간 총수 및 가족에게 45억원대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올해 9월 말까지 자신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동양에서 14억4,000만원, 동양네트웍스에서 12억5,000만원, 동양시멘트에서 7억6,500만원 등 총 34억5,5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와 함께 유동성 위기로 외부 자금차입에 나선 한진해운도 올들어 9월 말까지 등기임원 1인당 평균 10억4,400만원의 고액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한진해운은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15억3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현대상선 역시 올들어 9월 말까지 등기임원 1인당 평균 12억2,020만원을 지급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운데도 불구 '총수 호주머니 불리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이홍우기자 l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