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실세 얽힌 해외사업 타깃정치권 인사 연루 비리 본격적인 사정설 회자돼박영준이 손댄 해외사업 사정기관 타깃으로 지목
유동성 위기로 인한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공중분해. 한때 재계를 호령하던 STX그룹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배임과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다. 진원지는 채권단. 사정기관의 칼끝이 강덕수 STX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모양새다.
강 회장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비단 이번 일 때문만은 아니다. 고소건에 대한 수사가 또다른 비리 혐의에 대한 사정을 동반할 수 있어서다. 특히 해당 의혹에 MB정부 실세들이 개입돼 있다는 점에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임 비자금 혐의 고소
STX그룹 채권단이 강덕수 STX 회장을 고소하기로 했다. 배임과 비자금 혐의다. 먼저 배임 의혹은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괌 이전공사와 관련된 노동자 임시숙소 건설 및 임대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도 있다. 채권단은 노동자 임시숙소의 사업부지를 사업시행사인 ‘유넥스 엔터프라이즈’ 참여주주 A씨로부터 사들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넥스엔터프라이즈는 강 회장이 지분 70%를 보유한 포스텍이 33%, A씨가 19%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부지 매입대금을 과다 책정한 뒤 차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주체들의 지분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결국 강 회장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다.
재계는 이번 일을 일종의 ‘위협사격’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구조조정 돌입 초기인 지난 5월 강 회장의 ‘역할론’을 꺼내들며 신임을 보냈다. 그러나 지난 9월 돌연 강 회장에 사임을 요청했다. 결국 강 회장은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강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였던 STX의 대표이사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를 재기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판단했다. 실제 강 회장은 STX를 STX마린서비스, STX리조트, STX종합기술원을 거느린 종합상사로 재편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채권단의 고발은 강 회장의 완전퇴진을 우회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강 회장이 전례에 없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고발건에 대한 수사가 또다른 비리에 대한 사정을 촉발할 수 있어서다.
가나 주택 사업 타깃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선 정부가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비리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사정을 주문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타깃의 하나가 STX그룹이 2009년 수주한 가나 하우징 프로젝트다.
지금은 좌초된 가나 하우징 프로젝트는 가나 전역 10개 도시에서 주택 20만 가구와 고급빌라 300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규모만 100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이 사업은 MB정부가 공들여 추진한 자원외교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당시 이를 위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까지 나섰다. 자원외교에는 권력실세가 나서야 일이 잘 풀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청와대에선 ‘상왕’ 이상득 전 의원을 내세웠고 국무총리실에선 이 전 의원의 최측근이자 MB정부 실세이던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나섰다.
특히 박 전 차관은 처음 STX그룹에 해당 사업을 제안한 인물로 소개됐다. 그러던 지난해 초 박 전 차관이 ‘다이아 게이트’에 몸통으로 지목되면서 그가 손을 댄 가나주택사업도 제2의 게이트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숱한 뒷말들이 난무했지만 단순한 우려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원전 납품 비리’ 등 권력형 게이트 사건에 오르내릴 때마다 STX그룹이 권력형 게이트에 연루될 가능성이 두고두고 회자됐다.
송금한 돈 행방 묘연
그러나 이제 게이트는 자칫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정기관이 이미 가나 하우징 프로젝트를 면밀히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사정기관은 계약서 작성 후 수백억원의 자금이 사업비 명목으로 해외로 송금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자금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사정기관은 이 자금이 비자금화 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자금화 된 돈이 사업수주를 위해 박 전 차관을 비롯한 MB정부 실세들에게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 갔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만일 수사가 진행되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 회장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재벌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철창행을 면치 못할 가능성도 있다. 맨땅에서 거대기업을 일궈낸 강 회장의 전설이 어떻게 변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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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