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실세 얽힌 해외사업 타깃정치권 인사 연루 비리 본격적인 사정설 회자돼박영준이 손댄 해외사업 사정기관 타깃으로 지목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STX남산타워 전경.
MB정부 실세 관련된 가나 주택사업 등 타깃

유동성 위기로 인한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공중분해. 한때 재계를 호령하던 STX그룹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배임과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다. 진원지는 채권단. 사정기관의 칼끝이 강덕수 STX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모양새다.

강 회장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비단 이번 일 때문만은 아니다. 고소건에 대한 수사가 또다른 비리 혐의에 대한 사정을 동반할 수 있어서다. 특히 해당 의혹에 MB정부 실세들이 개입돼 있다는 점에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임 비자금 혐의 고소

STX그룹 채권단이 강덕수 STX 회장을 고소하기로 했다. 배임과 비자금 혐의다. 먼저 배임 의혹은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괌 이전공사와 관련된 노동자 임시숙소 건설 및 임대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강덕수 STX 회장.
문제는 시공사인 STX건설이 사업비를 차입하면서 지분관계가 없는 STX중공업에 연대보증을 서게 한 점이다. 이후 STX건설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서 STX중공업에 186억원의 손실이 생겼다. STX건설 최대주주인 강 회장이 직위를 남용했다는 게 채권단의 주장이다.

비자금 조성 의혹도 있다. 채권단은 노동자 임시숙소의 사업부지를 사업시행사인 ‘유넥스 엔터프라이즈’ 참여주주 A씨로부터 사들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넥스엔터프라이즈는 강 회장이 지분 70%를 보유한 포스텍이 33%, A씨가 19%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부지 매입대금을 과다 책정한 뒤 차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주체들의 지분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결국 강 회장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다.

재계는 이번 일을 일종의 ‘위협사격’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구조조정 돌입 초기인 지난 5월 강 회장의 ‘역할론’을 꺼내들며 신임을 보냈다. 그러나 지난 9월 돌연 강 회장에 사임을 요청했다. 결국 강 회장은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강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였던 STX의 대표이사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를 재기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판단했다. 실제 강 회장은 STX를 STX마린서비스, STX리조트, STX종합기술원을 거느린 종합상사로 재편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채권단의 고발은 강 회장의 완전퇴진을 우회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강 회장이 전례에 없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고발건에 대한 수사가 또다른 비리에 대한 사정을 촉발할 수 있어서다.

가나 주택 사업 타깃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선 정부가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비리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사정을 주문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타깃의 하나가 STX그룹이 2009년 수주한 가나 하우징 프로젝트다.

지금은 좌초된 가나 하우징 프로젝트는 가나 전역 10개 도시에서 주택 20만 가구와 고급빌라 300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규모만 100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이 사업은 MB정부가 공들여 추진한 자원외교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당시 이를 위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까지 나섰다. 자원외교에는 권력실세가 나서야 일이 잘 풀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청와대에선 ‘상왕’ 이상득 전 의원을 내세웠고 국무총리실에선 이 전 의원의 최측근이자 MB정부 실세이던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나섰다.

특히 박 전 차관은 처음 STX그룹에 해당 사업을 제안한 인물로 소개됐다. 그러던 지난해 초 박 전 차관이 ‘다이아 게이트’에 몸통으로 지목되면서 그가 손을 댄 가나주택사업도 제2의 게이트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숱한 뒷말들이 난무했지만 단순한 우려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원전 납품 비리’ 등 권력형 게이트 사건에 오르내릴 때마다 STX그룹이 권력형 게이트에 연루될 가능성이 두고두고 회자됐다.

송금한 돈 행방 묘연

그러나 이제 게이트는 자칫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정기관이 이미 가나 하우징 프로젝트를 면밀히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사정기관은 계약서 작성 후 수백억원의 자금이 사업비 명목으로 해외로 송금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자금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사정기관은 이 자금이 비자금화 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자금화 된 돈이 사업수주를 위해 박 전 차관을 비롯한 MB정부 실세들에게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 갔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만일 수사가 진행되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 회장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재벌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철창행을 면치 못할 가능성도 있다. 맨땅에서 거대기업을 일궈낸 강 회장의 전설이 어떻게 변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hankooki.com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