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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잠룡'들의 때 이른 대선 행보

지방선거서 '1차 주도권' 잡고 차기대권 '2차 승부수' 띄운다
차기대권 당내 경선 염두에 두고 경쟁자보다 많은 '세력' 확보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당선후… 대선 직행 노리는 대권 주자도
바람몰이 신당 '태풍' 만들기 분주
대선이 끝난 지 불과 1년밖에 안된 시점이지만 차기 대선을 겨냥한 여야 대권 후보군인 이른바 '잠룡'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권 도전을 언급하는 등 정치적 보폭을 넓히며 지지층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1차 목표는 6월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겨냥해 자기 세력의 보다 많은 당선에 있다. 차기 대선 후보 경쟁을 앞두고 당내에서 경쟁자 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해놓자는 심산이다. 여기서 밀리면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세력간 공천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 아예 잠룡이 직접 선거에 나서 당선을 통해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후보자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설이 나도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경우다. 대선 도전을 선언한 민주당 소속의 안희정 충남지사도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차기의 꿈은 당분간 접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야말로 이번 지방선거가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 열쇠가 될 전망이다. 돌풍을 이어갈 경우 야권의 새로운 주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호기이지만, 반대로 미풍에 그칠 경우 정치권의 관심권에서 아예 멀어질지도 모른다. 때문에 신당 창당을 앞두고 부지런히 전국을 누비며 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외에도 이번 지방선거는 한발 비켜선 관망자 위치에서 쳐다보다가 차기 총선인 2016년, 차기 대선인 2017년에 모습을 드러낼 후보군도 있다. 2016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멀리서 국내 정세를 들여다보고 있고, 소장파 그룹 중에선 원희룡 전 의원 같은 인사들이 호흡을 조절하며 정치권 복귀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4년이나 남은 19대 대선 레이스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에 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친노(親盧)의 분화

야권의 차기 대선 재도전 시사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서 비롯됐다. 이어 손학규 고문이 치고 나왔고 안희정 지사까지 대권을 언급했다. 김한길 대표가 지금 시점의 개인 행보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지만 이들은 별반 아랑곳 않는 눈치다. 지방선거를 향해, 안철수 신당과의 주도권 경쟁을 위해, 멀리는 대선을 향해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문 의원은 최근 현안마다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12월14일 북콘서트에서 '왜 그렇게 힘든 대통령을 하려고 하느냐'는 박범신 작가의 질문에 "정치는 제가 피해왔던 일이고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지만 이제는 제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저의 운명이고 남은 과제"라며 "'내 몫이 아니다'라고 회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27일에는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문 의원의 단기적 생각은 친노의 결집이다. 그 정점에 자신이 다시 위치한 뒤 지방선거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복안이다. 만일 지방선거에서 친노세력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야권 내부에서 자신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한길 대표와 손학규 고문의 거센 비판을 감수하며 정치활동 재개에 나서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선 후보에 걸맞은 세력을 확보해 놓아야 안철수 신당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 의원은 또 같은 친노계의 안희정 지사의 도전에도 직면한 상황이다. 안 지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김대중ㆍ노무현을 잇는 장자로서 집안(민주당)을 이어가겠다"며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게 큰 문제다. 민주당의 현재 문제에 대해 노력해서 극복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물론 안 지사는 재선이 가장 큰 당면 과제다. 새누리당 공천으로 출마가 점쳐지는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과의 승부도 간단치 않다. 만일 안철수 신당에서 웬만큼 비중 있는 후보를 낼 경우 정 총장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도 있다.

안 지사 입장에선 같은 친노계인 문재인 의원을 향한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참여정부 인사들 중 핵심 친노계는 문 의원을 따랐고, 범 친노계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 쪽에 모여 경쟁한 바 있다. 안 지사는 김 전 지사의 세력부터 흡수할 판단인 듯 하다. 하지만 이도 그리 녹록하지 않다. 김 전 지사가 귀국 후 고향인 경남에서 문 의원과 대립각을 세운다면 다시 '문재인 대 김두관'의 집안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무조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게 목표다. 재선에 실패하면 그 자리는 다시 김 전 지사가 차지할 공산이 크다. 문 의원이나 김 전 지사 입장에선 자신의 정치적 득실을 따져보면 오히려 안 지사의 재선이 탐탁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손학규와 안철수는 어디로

손학규 상임고문은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모임을 통해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훈수를 두는 등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제 스스로의 위치와 위상에 연연하지 않고 그 동안 나를 성원해준 국민에게 빚 갚는 자세로 나를 바치겠다고 다짐한다"며 향후 정치 행보를 시사했다. 사실상 대선 도전을 의미한다.

손 고문은 문 의원 등 친노와는 적대적 관계, 김한길 대표와는 적의 적은 동맹 같은 관계, 안철수 의원과는 경쟁과 협력이 교차하는 미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손 고문은 일단 안 의원이 너무 빨리 수그러드는 것도, 너무 빨리 정점의 위치로 올라서는 것도 부담이다. 적당한 선에서 유지되길 희망한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그는 안 의원을 향해 "(안철수 신당은) 기존 정치의 처리장이 되면 안 된다"며 "기존의 야당 지지기반에 머물지 말고 외연을 넓혀 새로운 정치의 지평을 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훈수를 뒀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혹시라도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단일화, 연대에 의지해서 치르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며 "60년 전통의 정통 제1야당의 자부심을 갖고 정정당당하게 나가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된 야권의 후보로서 대선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물론 친노를 꺾어야 하고, 비노 세력을 흡수해야 하며 나아가 안철수 신당까지 넘어서야 하는 난제가 남아 있다.

안 의원은 지방선거에서의 자력 갱생이 최우선 과제다. 전국적인 돌풍이 불어 신당이 제1 야당으로 올라선다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지만, 최소한 의미 있는 제3당의 위치만은 차지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인재 영입 과정이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아 보이지만 호남을 중심으로 이를 극복해 간다면 의외로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만일 지방선거에서 철저하게 패배한다면 안철수 의원 개인에게도 치명적 상처로 남게 된다.

이들 외에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와 맞붙었던 정동영 상임고문 역시 최근 저서 '10년 후 통일'을 출간하면서 통일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18일에는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안철수 신당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으며 철도 파업과 관련한 농성 현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등 진보 주자로서의 이미지 각인에 열심이다.

정 고문은 "개인을 중심으로 정당을 만들면 개인의 인기가 있을 때면 모르지만 개인의 인기가 사라지면 정당도 사라진다"며 "지금 당을 안 만드는 것이 새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안철수 신당창당을 정면 비판했다.

또 다른 야권의 잠룡인 정세균 의원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서서히 행보를 시작할 움직임이다. 정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을 맡으면서 보다 중립적이고 안정적인 이미지 구축에 힘 쏟고 있고, 아직 독일에 머물고 있는 김 전 지사도 귀국 시기를 저울질 하며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에 부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야권의 유력 주자 중 한명인 것은 틀림없다. 비록 차기 대선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국 변화에 따라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의 재선도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당초 재선은 여유 있을 것이고 이 경우 차기 대선까지 넘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여권 후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박 시장 입장에서는 지금 대선을 염두에 둘 겨를이 없다. 무조건 재선에 성공해야 다음 목표를 노릴 수 있다. 이들 외에 송영길 인천 시장과 이광재 전 의원 등도 예비 후보군에 이름이 올라 있다.

여권 주자들의 기지개

상대적으로 여권 내 차기 주자들의 움직임은 더딘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 이제 1년이다. 벌써부터 광폭 행보를 벌이다간 현정부의 미움을 받기 십상이다. 대선 도전은커녕 차기 총선에서도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서서히 움직일 태세다.

자발적인 움직임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가장 활발하다. 그는 최근 충남 아산의 순천향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자신의 학창시절 얘기를 꺼내놓는 등 젊은 층과의 소통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권은, 정당 민주주의를 위해 내가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한다"며 차기 당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어 대권에 대해서도 "대권은 하늘이 내려주는 기회이기 때문에 생각을 하지 않는데 어쩌다보니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다"며 "내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누르는, 이런 상황까지 와버렸다"고 한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를 언급하며 강한 여운을 남겼다. 당장은 꿈을 키울 계제는 안될지 몰라도 때가 무르익으면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02년 대선 도전 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뒤 칼을 접었고, 2007년 대선은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경선을 지켜봤고,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세론에 묻혀 돌아서야 했던 정몽준 의원은 사실상 이번 대선을 마지막 승부수라고 보고 총력을 기울일 작정이다. 첫 단추는 서울시장 선거다. 그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올 경우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을 꺾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 의원 입장에선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황식 전 총리와의 경쟁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은 정 의원이 앞서있다는 게 다수의 견해다. 만일 정 의원이 본선에서 박 시장을 꺾고 당선될 경우 차기 대선의 여당 주자 경쟁에서는 단연 정 의원이 유리해 진다. 차기 서울시장의 임기는 2018년 6월까지고 차기 대선은 2017년 12월이다. 임기를 6개월 정도 채우지 못하는 게 부담이긴 하지만 4년의 임기에서 3년 반을 보내고 출마하는 것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마이너스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향한 1차 관문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미 지방선거 출마를 접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바로 대선레이스를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의원 신분이 아니라서 향후 2년 간은 원외에서 활동해야 하는 게 부담이다.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당내 대선 경쟁에 뛰어들어야 할 지 여러 각도에서 측근들이 고민 중이다. 안철수 의원이 과거 했던 것처럼 외부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나 콘서트 등을 통해 '김문수 알리기'에 나설 수 있고, 노동운동 전력을 앞세워 민생 현장을 훑는 등 보수와 진보를 섭렵하는 대선 주자로 이미지 메이킹에 힘을 기울일 수도 있다.

원희룡 전 의원과 홍준표 경남지사도 잠재적 대선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원 전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국면은 건너뛴 뒤 차세대 주자로서의 새정치 이미지를 앞세울 공산이 크고 홍 지사는 일단 재선에 성공한 뒤 중앙을 향해 진격해오는 스탠스를 잡을 태세다.

당내에서는 충청권 후보들의 기세가 대단하다. 이인제 이완구 정우택 의원 등 충청 3인방 의원들이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미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이인제 의원은 재도전에 나설 의향이 있고 이완구 의원과 정우택 의원도 상황 변화에 따라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외에 여권의 히든카드는 2016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물론 반 총장이 여나 야 쪽 어디를 선호하는지는 불분명하나 여러 여건상 여권 쪽으로 기울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서는 반 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1위를 차지했다. 여야 주자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다크호스다. 하지만 아직 임기가 3년 가량 남아있기에 당분간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간여할 가능성은 없다. 2017년 초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때의 정국 상황을 지켜보며 뜻을 세울 수 있다. 그의 입장에선 이승만 박사가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 받으며 귀국했을 때의 상황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19대 대선 레이스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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