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부터 드릴십까지… 세계를 '호령'하다

2014년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출 1억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던 1964년 당시 합판, 가발 등을 수출하는데 급급했던 우리나라는 50년이 지난 지금 TV,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과 드라마, 가요 등 한류상품까지 수출하는 수출 선진국이 됐다. 메모리반도체, 액정TV 등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상품도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자료를 바탕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 상품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양궁·모바일 D램 등… 새로 채택된 '세계 1위' 품목 9개나

지문인증 모듈·부탄가스·항균도마 등… 주변에도 '세계 1위' 잔뜩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올해 신규 선정된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에 대한 인증서 수여식을 19일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세계 일류상품 수는 지난해 634개에서 639개로 5개 증가했으며 그중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도 143개에서 149개로 6개 증가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09년 121개에 불과했던 세계 1위 품목은 이듬해 119개로 소폭 줄었다가 2011년과 2012년 131개, 143개로 늘어났고 올해 149개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 세계 1위 목록에 이름을 올린 상품은 총 9개다. 양궁(윈엔윈), 3D FPR(LG화학), 다층복합시트(신화인터텍),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삼성디스플레이), 모바일 D램(대덕전자), 일체형 경판(두산중공업), 전동 액츄에이터(HKC), 원통형 FPSO(대우조선해양), 선박용 형광등기구(극동일렉콤), CPE용 base powder HDPE(LG화학), 포디플렉스(CJ 4DX) 등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 최강' 양궁 국가대표 감독 출신이 상품도 만들어

올해 선정된 세계 1위 품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궁이다. 세계 최강의 양궁 국가대표를 거느리고 있는 우리나라가 상품으로서의 양궁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전 세계 양궁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윈엔윈을 이끄는 사람은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만든 박경래 대표이사다. 선수 및 코치, 감독으로 양궁 국가대표를 오랫동안 연을 맺어온 박 대표인지라 그가 만드는 양궁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TV 시장이 불황을 치닫던 시기에도 유독 3D TV만은 순항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LG전자의 3D FPR(필름패턴 편광 안경방식)이 존재했다. 3D FPR 개발로 LG전자는 이전까지 20년간 일본업체들이 주도했던 광학필름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일명 아몰레드(AM OLED)라고도 불리는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는 박막 트랜지스터가 발광 소장마다 내장, 전류를 흘리면 유기물질이 다양한 색상을 표현하며 자체 발광하는 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시장의 98.5%를 차지하고 있으며 40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액을 자랑한다.

현대중공업이 만든 원통형 FPSO(부유식 원유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도 세계 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원통형 FPSO는 2010년 2월 노르웨이 원유생산업체 ENI 노르게 AS사로부터 수주한 것으로 우리나라가 하루에 사용하는 원유의 절반가량인 10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의자가 움직이고 향기가 나며 바람이 부는 등 관객이 동작 및 환경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술로 새로운 영화관 문화를 만든 포디플랙스는 CJ 4DX가 만든 기술이다. CJ 4DX는 세계 시장 점유율 49%에 달하는 포디플랙스 기술로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국내외 신시장을 개척하고 2011~2013년에만 15개 국가 2,700만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IT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세계 반도체 장악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IT강국이다. 인터넷이 빠르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IT분야의 세계 1위 품목을 여럿 가지고 있는 것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메모리반도체(DRAM)는 산업부가 2001년부터 선정하기 시작한 세계일류상품 1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1980년대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1983년 64K DRAM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고속성장에서 비롯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1992년 64M DRAM, 1994년 256M DRAM, 1996년 256M DRAM, 2006년 50나노 DRAM 등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선두그룹을 놓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 또한 해당 분야의 세계적인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플래쉬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 수위의 수출국으로 꼽힌다. 소비전력이 작고 전원이 꺼지더라도 저장된 정보가 유지되는 특성으로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MP3플레이어 등에 널리 쓰이는 플래쉬메모리는 2004년 처음으로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우리나라 IT분야에는 대기업만 활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세계 1위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존재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상파DMB수신통합칩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글로베인이 그 주인공이다. 글로베인은 스마트폰 출시 이후 내리막을 걷는 지상파DMB수신통합칩 분야 이외에도 디지털오디오방송(DAB) 관련 사업의 강자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전체 품목 23%가 선박 관련… '조선 최강국' 명성 되살려

산업부의 세계일류상품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선박관련 품목이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세계 1위 품목 149개 중 23%인 34개가 선박관련 품목에 집중돼있는 상태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경우 선박용디젤엔진, LNG운반선, 원유운반선, 드릴쉽, 초대형컨테이너선, 선박용동기발전기 등 20여 개의 세계 1위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선박은 1970년대 중반 처음으로 10대 수출품목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성장, 85년에는 섬유에 이어 2위까지 치고 올라올 정도였다. 세계 1위를 한 선박 관련 품목이 많다는 것도 조선 최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선박 관련 품목 중 세계일류상품에 가장 먼저 선정된 것은 LNG운반선이었다. 실제로 세계 LNG선 시장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의 독무대였다. 2011년에는 48척의 발주량 중 41척을, 지난해에는 30척 중 24척을 수주했다. 올해도 70%는 너끈히 넘는 시장점유율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 등의 본격 생산 등에 힘입어 적어도 내년까지는 LNG운반선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예정이라 해당 시장의 전망도 무척 밝은 상황이다.

드릴쉽(원유시추선) 분야의 세계 1위 업체는 삼성중공업이다. 수심이 깊거나 파도가 심해 고정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는 해상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드릴쉽의 경우 일반 선박과는 차별화되는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경쟁사보다 10년 앞서 드릴쉽 기술과 건조 경험을 축적, 4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문인증 모듈·부탄가스·항균도마 등… 주변에도 '세계 1위' 잔뜩

산업부가 선정한 세계 1위 상품들 중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도 여럿 존재한다. 특히, 지문인증모듈(슈프리마), 전자식도어록(대양디앤티), 녹즙기(휴롬), 휴대용부탄가스(대륙제관), 항균도마(네오플램), 화장솔(에프에스코리아) 등 실생활에 쓰이는 상당수 품목들이 중소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 눈길을 끌었다.

슈프리마의 지문인증모듈은 출입통제 및 근태관리 장비, 모바일 기기, 금고 등의 제품들에 지문인식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으로 2002년 출시 이후 누적판매 100만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슈프리마에 따르면 해당 지문인식 알고리즘은 세계지문인식경연대회에서 2004년, 2006년, 2010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캠핑, 등산 등 여름철 나들이의 필수품인 휴대용부탄가스는 항상 폭발과 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어 더욱 특별한 기술이 요구된다. 휴대용부탄가스의 세계 1위 업체는 대륙제관이다. 1986년부터 휴대용부탄가스를 생산한 대륙제관은 전 세계 60여개국에 해당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40%를 넘나드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항균도마도 세계 1위 품목으로 기염을 떨치고 있다. 네오플램이 2006년 개발한 항균도마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독일, 호주 등 6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나무와 플라스틱 재료만 쓰이던 도마 시장에 항균물질 '마이크로밴'과 플라스틱 원료를 배합, 도마 속까지 항균이 가능하도록 만든 항균도마로 네오플램은 지난해 1,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밖에 세계일류상품 목록에서 흥미를 끄는 부분은 김치(대상FNF), 고려인삼(한국인삼공사), 김(삼해상사), 유자차(꽃샘식품), 고추장(CJ제일제당), 고기양념장(대상) 등 토종먹거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김현준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