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당선·지지율 따라 차기대권 '야망의 칼' 뽑을 수도박원순 시장의 대항마로 유력 가상 대결 여론조사서도 박빙최종 목표는 차기대권 출마… 침묵속 출마 유·불리 '저울질'

정치권에서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6월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내온 1년 반 가량의 통치에 대한 평가가 되는 데다, 야권은 정국의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로, 신당(新黨)을 앞세워 참가하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여야 모두에게 놓칠 수 없는 한판 승부다.

새누리당은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당선을 이끌어내 박근혜 정부의 2년차를 탄탄대로로 이끌기 위해 여념이 없고,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텃밭인 호남을 비롯해 수도권과 강원 충청 등에서 기존의 단체장들을 재선에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다. 안철수 의원은 신당을 통해 정치 개혁이란 돌풍을 불게 하면서 차기 대권을 향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도 광역단체장보다는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회, 기초의회 등의 선거에서 나름의 성과를 올려 자당의 존재 의의를 부각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여야 각 정파마다 다른 위치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야 정치권이 가장 신경을 집중하는 곳은 역시 서울시장 선거다. 차기 대권과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는 데다 지방선거의 핵심이란 점에서 새누리당은 반드시 탈환을, 민주당은 수성을, 안철수 신당은 돌풍에 힘입어 새롭게 둥지를 만들어보자는 나름대로의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먼저 민주당은 박원순 시장의 재선에 모든 것을 지원할 태세다. 높은 인지도에다 현역 프리미엄이 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재선에 성공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당내에서 추미애 박영선 의원 등이 공천을 위해 도전장을 낼 수는 있지만 박 시장의 아성을 뛰어넘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평가다.

인물 영입난에 시달리는 안철수 신당은 아직 서울시장 선거 후보군이 가시권에 들어오지는 않은 상태다.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측에 합류하면서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계안 전 의원이 강한 의욕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야 후보에 비해 정치적 무게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고민 중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의 후보 연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민주당이 서울을, 안철수 신당이 경기도를 책임지는 '빅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달 13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몽준 중진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박 시장에 맞설 여당 후보가 누구냐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선 정몽준 전 대표, 정우택 의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이혜훈 원희룡 나경원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 영입인사로는 김황식 전 총리와 안대희 전 대법관이 꼽힌다. 전략 공천이 될지 내부 경선이 이뤄질지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현재까지 박 시장을 상대로 한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정 전 대표가 가장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지표가 공천 결정 때까지 이어질 경우 정 전 대표가 내부 경쟁에서 제일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鄭, 가상대결서 박 시장에 뒤져

새해를 맞아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지방선거 가상 여론조사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대체로 정 전 대표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 전 대표가 박 시장을 누르는 것으로 관측된 것과 다른 결과라서 주목된다.

먼저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 시장은 새누리당 잠재후보들과의 1대1 가상대결에서 50.1~56.7%의 압도적 지지율로 오차범위 밖 우위를 보였다. 정 전 대표와는 50.2% 대 40.0%로, 김황식 전 총리와는 50.1% 대 35.1%, 나경원 전 의원과는 55.2% 대 32.4%로, 안대희 전 대법관과는 56.7% 대 26.1%로,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과는 56.1% 대 24.0%로 각각 조사됐다.

가상의 안철수 신당 후보를 내세워 정당별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박 시장이 37.4%로, 새누리당 후보(26.5%)와 안철수 신당 후보(23.7%)를 제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15~24일 전국 성인남녀 6,800명을 대상으로 광역단체장 후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에서 민주당 박 시장이 새누리당 정 전 대표와 김 전 총리를 각각 5~6%포인트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과 정 전 대표는 38.4% 대 33.4%, 박 시장과 김 전 총리는 37.9% 대 32.1%였다. 이계안 전 의원이 안철수 신당 후보로 나서 3파전이 될 경우의 가상대결 결과로, 이 전 의원은 박 시장과 새누리당 후보에 이어 3위(각각 13.4%, 14.5%)에 그쳤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지난해 12월 28, 29일 서울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선거 가상대결을 벌인 결과에서도 박 시장이 정 전 대표와 맞대결 시 45.4% 대 38.6%로 6.8%포인트 앞섰다. 박 시장(48%)과 김황식 전 총리(34.5%)가 맞대결했을 때 지지율 격차는 13.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아직 후보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선거까지는 5개월 여가 남은 만큼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서울시장 탈환을 노리는 새누리당과 큰 꿈을 그리는 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기분 좋지 않은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해 11월 서울시민 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박 시장이 정 전 대표에게 40.3% 대 52.2%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고민 속 정몽준의 선택은?

하지만 정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임기 중에 대선 출마를 위해 시정 운영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7선의 정 전 대표가 최종적으로 꿈꾸는 것은 당연히 차기 대권이다. 서울시장 당선 시에는 이 같은 목표가 한층 가까워질 수는 있다. 그러나 박 시장에게 패할 경우 정치적 이미지에는 크나큰 타격이다. 대권의 꿈이 멀어질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다.

만일 안철수 신당에서 후보를 내세우지 않아 민주당 박 시장과의 맞대결 구도로 흐르면서 여론조사 지지율 면에서도 좀체 박 시장을 꺾기 힘든 것으로 나타난다면 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완전히 칼을 접을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위험한 도박은 피해 간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지만, 훗날을 기약하며 일보 후퇴하는 게 유리하다는 정치적 계산도 할 수 있다.

어쨌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 전 대표의 개인 지지율은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문화일보가 지난달 말 차기 대선 주자들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반기문 총장이 전체 응답자의 26.2%를 차지해 1위에 올랐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7.6%의 지지율로 2위를 지켰다. 3위는 12.7%를 얻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다. 이어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6.0%, 박원순 서울시장이 5.5%,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3.5%,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3.0%, 김문수 경기지사가 2.6%,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1.7%, 안희정 충남지사가 1.3%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 총장을 여권에 포함할 경우 새누리당에서는 반기문-정몽준-김무성-김문수 순으로 차기 대권에 근접했고, 야권에서는 안철수-문재인-박원순-안희정 순이 되는 것이다.

정 전 대표 입장에서는 현재 차기 대선 후보 조사에서 당내 1위를 달린다는 것인데 그간 김문수 경기지사와 경쟁을 벌였던 것에 비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아무래도 불출마로 돌아선 김 지사보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정 전 대표가 여론의 중심에 더 가까이 있기 때문에 지지율 상승에 탄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은 여권 지지층에서 박 시장 대항마로는 정 전 대표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에 그의 출마를 바라는 기대감과 연결돼 있다. 바로 대선에 뛰어드는 것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시장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추후에 대선을 겨냥하는 것이 순리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리 쉬운 이야기도 아니고 정작 정 전 대표 본인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적어도 여권 지지층에서는 이런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鄭, 非朴을 넘어 代案의 정점으로

정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내 정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정치실종"이라면서 "집권당 의원으로서 저의 역할이 무엇인지 자괴감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2013년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들'이라는 제목의 개인 논평에서 정 전 대표는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정치 공백을 메우는 데에는 실패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정부에 대한 비판의 모습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는 제언의 성격도 갖추고 있다. 과거처럼 현 대통령을 비판하며 비주류 수장으로 올라서 차기를 바라보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스탠스다.

실제 정 전 대표는 최근 "미국, 일본, 중국과 같이 우리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설립해 외교ㆍ안보를 책임지게 하고 책임에 따르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말한 바 있다. 바로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NSC의 상설 사무조직 설치를 지시해 2008년 폐지된 NSC 사무처가 5년 만에 부활 수순을 밟게 된 적이 있다.

정 전 대표는 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에는 시장친화적으로 해야지 시장을 축출하는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박(反朴)이나 비박(非朴)의 입장에서 각을 세우기 보다는 적절한 비판과 훈수를 겸하는 대안 세력으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친박 진영에서는 정 전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정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당장 차기 주자 1순위로 오르는 데다, 시정을 운영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부딪히는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당내에서는 김 전 총리 출마설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있다. 정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는 좀 더 높게 나와도 김 전 총리의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친박 진영에서 김 전 총리를 옹립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질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진다. 선거 패배를 자초했다는 당 안팎의 비난에 시달릴 수도 있고 이는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데 껄끄러운 관계인 정 전 대표를 내세우기는 좀 부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후보를 내세우다간 자칫 서울을 다시 내줄 수 있다. 결국 친박 입장에서는 정 전 대표 카드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같은 문제의 해답은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에 있다. 향후 양자대결 조사에서 정 전 대표가 박 시장에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된다면 정 전 대표는 출마 여부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정 전 대표의 공천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세울 리 없다.

물론 정 전 대표 말고도 김 전 총리나 안 전 대법관 등 여당 후보 누가 나와도 박 시장을 누르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친박 진영에서는 정 전 대표를 제외시키기 위해 애쓸 수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인지도를 감안하면 이 같은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문제는 지금처럼 여야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조사가 반복되는 상황이다. 난코스를 피해간다는 부담을 안으면서도 시장 불출마를 통해 차기를 기약하느냐, 정치적 명운을 건 승부를 해보느냐를 놓고 정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게 된다.

차기 대권을 향한 정 전 대표의 대망 앞에 놓인 서울시장 출마 문제에서 그가 현재의 불출마 입장을 유지할지, 출마로 선회할 경우 어떤 결과물을 받게 될지 자뭇 궁금하다.



염영남 한국일보 논설위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