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대 20조원 부담 덜어

국회는 지난해 12월31일 본회의를 열어 대기업 집단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의 일환이다.

개정안은 상호출자 우회 수단인 순환출자를 활용한 지배력 확장을 막기 위해 자산합계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출자총액제한 대상)에 한해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는 총 12개 그룹이 총 38조원의 해소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최대 20조원과 10조원씩의 순환출자구조 해소 비용 부담을 덜어내게 됐다.

순환출자고리 해소 38조

최근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51개 그룹 중 순환출자고리가 있는 12개 그룹 39개 순환출자고리의 해소 비용을 추산한 결과 총 38조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순환출자고리의 마지막 단계 기업이 보유한 1% 이상 지분을 출자 기업이 자사주로 매입한다는 가정 하에 계산됐다. 또 마지막 단계 기업이 중복되는 순환출자고리는 제외했다.

순환출자고리는 있지만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한진그룹과 그룹 해체 위기를 맞은 동양그룹은 제외했다. 이런 기준에서 지난 12월24일 종가로 12개 그룹 39개 순환출자고리의 마지막 단계를 끊는 비용은 총 38조45억원에 달했다.

12개 그룹 부담 덜어

그룹별로는 주요 순환출자고리가 8개인 삼성그룹이 20조6,008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 부담을 덜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보험→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제일모직 ▦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 ▦삼성전기→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 ▦삼성화재해상보험→삼성전자→삼성SDI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순환출자 해소 부담을 던 8개의 고리를 갖고 있다.

이중 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의 고리를 끊는 데만 15조313억원이 소요된다.

2위 현대차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2개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할 경우 10조3,467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롯데는 총 51여개의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중 주요 고리 10개를 끊는 비용이 3조8,663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롯데쇼핑→롯데캐피탈→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역사→롯데건설→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으로 이어지는 고리와 롯데쇼핑→롯데캐피탈→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역사→롯데건설→롯데제과→롯데쇼핑 고리 해소비용이 각각 9,787억원으로 가장 높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고리 1개의 해소 비용이 1조5,491억 원에 달했다.

이어 ▦영풍(고리수 4개ㆍ해소비용 6,625억원) ▦현대백화점(2개ㆍ6,010억원) ▦한솔(3개ㆍ1,003억원) ▦현대(4개ㆍ729억원) ▦대림(1개ㆍ684억원) ▦현대산업개발(1개ㆍ582억원) ▦동부(3개ㆍ543억원) ▦한라(1개ㆍ240억원) 등의 순이었다.

"재벌에 면죄부" 비판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재벌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된다 해도 현재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는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며 "법제화를 통해 이미 단행된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홍우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