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대 20조원 부담 덜어
개정안은 상호출자 우회 수단인 순환출자를 활용한 지배력 확장을 막기 위해 자산합계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출자총액제한 대상)에 한해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는 총 12개 그룹이 총 38조원의 해소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최대 20조원과 10조원씩의 순환출자구조 해소 비용 부담을 덜어내게 됐다.
순환출자고리 해소 38조
최근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51개 그룹 중 순환출자고리가 있는 12개 그룹 39개 순환출자고리의 해소 비용을 추산한 결과 총 38조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순환출자고리는 있지만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한진그룹과 그룹 해체 위기를 맞은 동양그룹은 제외했다. 이런 기준에서 지난 12월24일 종가로 12개 그룹 39개 순환출자고리의 마지막 단계를 끊는 비용은 총 38조45억원에 달했다.
12개 그룹 부담 덜어
그룹별로는 주요 순환출자고리가 8개인 삼성그룹이 20조6,008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 부담을 덜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보험→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제일모직 ▦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 ▦삼성전기→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 ▦삼성화재해상보험→삼성전자→삼성SDI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순환출자 해소 부담을 던 8개의 고리를 갖고 있다.
이중 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의 고리를 끊는 데만 15조313억원이 소요된다.
2위 현대차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2개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할 경우 10조3,467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롯데는 총 51여개의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중 주요 고리 10개를 끊는 비용이 3조8,663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롯데쇼핑→롯데캐피탈→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역사→롯데건설→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으로 이어지는 고리와 롯데쇼핑→롯데캐피탈→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역사→롯데건설→롯데제과→롯데쇼핑 고리 해소비용이 각각 9,787억원으로 가장 높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고리 1개의 해소 비용이 1조5,491억 원에 달했다.
이어 ▦영풍(고리수 4개ㆍ해소비용 6,625억원) ▦현대백화점(2개ㆍ6,010억원) ▦한솔(3개ㆍ1,003억원) ▦현대(4개ㆍ729억원) ▦대림(1개ㆍ684억원) ▦현대산업개발(1개ㆍ582억원) ▦동부(3개ㆍ543억원) ▦한라(1개ㆍ240억원) 등의 순이었다.
"재벌에 면죄부" 비판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재벌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된다 해도 현재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는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며 "법제화를 통해 이미 단행된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홍우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