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구전략, 중국 성장속도 ↓ 등 우려

미국의 출구전략,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 조절, 유럽발 디플레이션 등이 2014년 우리 경제를 위협할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더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원화 강세라는 복병까지 만나 자동차, 철강, 정유 등 거의 모든 산업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올해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재정불안이 잦아들었으며 우려되던 미국의 출구전략도 신중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세계 경기의 개선과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 또한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만은 없다. 잠재적 리스크들이 적잖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와 정부의 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은데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가 부진하고 유동성 함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작은 충격에도 큰 여파가 몰아칠 가능성도 있어 더욱 조심해야만 한다. 이에 LG경제연구원에서는 '2014년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외 리스크에 대해 짚어봤다.

미 연준 출구전략 후폭풍

지난해 12월18일 연방준비위원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1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월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이 넘도록 이어져 온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이 출구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큰 걱정은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푼 돈은 3조달러로 미국 GDP의 20%에 육박하며, 같은 기간 동안 유로존과 일본이 공급한 통화량을 합한 것보다도 약 30% 이상 많다.

미국으로 자본이 환류되면서 신흥국의 자본 유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의 경기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데다 선진국의 초저금리와 통화약세로 신흥국 투자의 기대수익도 더 높아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선진국이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 신흥국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거나 신용버블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들의 경우 대규모 자본 이탈도 우려된다.

선진국발 디플레이션 우려

경기개선흐름에도 불구,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잠재력에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이 과거 일본처럼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다. 미국의 경우 민간부문의 활력이 회복되면서 고용사정도 개선되고 있는 반면 유로존의 실업률은 두 자릿수를 넘어가는 등 개선 폭이 미미한 모습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막대한 통화팽창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경기회복이 미진한 국가를 중심으로는 여전히 미래의 인플레이션보다 현재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상태다. 과거 일본이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면서 저성장이 더욱 고착되었던 것처럼 유로존이 디플레 상황에 놓일 경우 불황에서 빠져나오기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2013년 일본경제는 회복세를 보였다. 엔저가 지속되면서 기업수익이 증가했고 주가도 크게 올랐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완만한 성장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이 남아 있다. 우선 내년 4월에 소비세가 현행 5%에서 8%로 인상됨에 따라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위험이 있다. 일본정부가 5조5,000억엔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집행하여 소비세 인상의 충격을 흡수하려 하겠지만 엔저로 물가는 오르는 가운데 일본 기업의 임금인상은 부진할 것으로 보여 소비 여력이 크게 확대되기는 어렵다.

재정확대 및 금융확대 정책이 한계에 부딪힐 위험도 적지 않다. 결국 경기부양책을 축소해 나가는 시기와 속도는 민간부문의 회복세에 따라 달려 있지만 올해 중 확장적인 정책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흥국 취약성 여전

2013년은 신흥국과 선진국의 처지가 뒤바뀐 해였다. 2008년 이후 경기후퇴와 국가 부채문제로 고전하던 선진국 경제는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반면, 금융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신흥국의 경제는 취약성을 드러내며 크게 흔들렸다. 자원에 의존하던 러시아, 브라질이 2%대의 낮은 성장률을 보였고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2009~2010년에 보여줬던 회복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1980년대와 같은 무기력한 모습만 남아있었다.

올해도 신흥국의 이러한 처지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경제 성장률이 7.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도 신흥국 금융시장에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신흥국에서는 해외로의 자금유출과 금융시장 심리악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중국 경제 속도 조절

올해 중국 경제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성장 둔화 폭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여부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3중전회에서 제5세대 지도부가 국정 운영의 중심을 '전면개혁'에 두겠다고 선언한 이상 개혁의 첫해인 올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둔화 폭이 얼마나 될 것이며 중국 정부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이다.

올해 경제 운영의 윤곽이 드러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성장률과 물가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안정적인 성장 추구'라는 기조 하에 "경제 발전의 질과 효과를 제고하고 후유증이 없는 속도를 유지한다"는 원칙만이 강조되었다. 연간 1,000만 명의 신규 일자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7.2% 수준을 상회한다면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조되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지난해 말에는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이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미ㆍ일과 중국 간의 갈등이 잠재해 있던 동중국해에서는 11월 말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여 주변국의 반발을 낳았고 12월 초 북한에서는 정권의 이인자로 불리던 장성택이 처형됐다.

올해 한국 경제는 이같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껴안고 출발했다. 이러한 분쟁이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국지적인 충돌과 긴장 고조로 우리 경제가 몸살을 앓을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문제는 한ㆍ중ㆍ일 3국 가운데 우리 경제가 삼국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총수출 중 대중국 및 대일본 수출의 비중은 2012년 32%에 달했다. 이는 중국의 총수출 중 일본,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인 12%보다 훨씬 높고 일본의 같은 비율인 26%보다도 높다. 정치ㆍ군사적 갈등으로 동북아 삼국 간의 무역관계가 위축될 경우 우리나라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우리 정부가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노력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